감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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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뜨니 눈이 내렸다 겨울의 문을 열고 나가 지옥의 창을 생각한다 어디든 갈 수 없는 이 막막한 곳에서 오로지 가야 할 이정은 백십 리가 넘는 비교적 순탄치 않은 예정된 겨울의 눈밭을 묵묵히 자리에 앉아 뚫어지게 바라보고만 있었다 여고생 같은 창창한 목소리와 우물거리듯 이 빠진 웃음은 수시로 드나든다 제가 이 정거장에 머물러 있겠습니다 겨울의 풀밭은 이미 변색하여 버리고 무슨 뜻인지 알아먹을 수 없는 억양으로 흠집만 심어놓기 시작했다 그래 겨울은 겁이 없어, 히터만 빵빵하게 틀어, 자 이제 들어봐 도대체 추위는 언제쯤 간다는 거야 이미 늙은 귀가 견줄만한 눈이 사라질 때까지 그래 거기서 눈이 멀었다는 거지 돌담에서 바라본 바닥은 미끄러지기 일보 직전, 그러나 오르는 향은 없었다 오늘은 다 끝난 일이야 포기해 팥죽을 쓸기 전 이미 한 살 먹은 동지가 얼얼한 문을 잡고 버티는 이 골목, 아무것도 모르는 눈이 자꾸 내리는 가운데 눈삽을 밀며 깎아내는 이 일은 도피일까 덜덜 뜨는 입술을 들으며 다만 큰일이라도 생길까 봐 무언가 기다리는 고양이처럼 아직 다 끝나지 않은 이 세상이 아름답다고만 표현한 것은 괜찮은 일인 것인가! 눈을 뜨면 아직도 믿기지 않은 저 눈이 내리고 있는데, 하얗게 쌓인 눈 위에 밟지 않은 어떤 흔적이 순간 있었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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