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7年 04月 21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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鵲巢日記 17年 04月 21日
대체로 맑았다.
오후에 처수 댁 문상 다녀왔다. 대구 파티마 병원이었다. 아내와 장모님과 함께 갔다. 향로에 향을 피우고 우리는 절을 올렸다. 처남은 그간 꽤 피곤했는지 눈 좀 붙였다고 했다. 조문을 마치고 옆에 식사할 때였다. 조카 병훈이도 와 있었다. 병훈이는 이번 주 중간시험이라 했다. 별 수 없이 다음 주 시험을 보기로 연락받았다고 한다. 처수는 눈 퉁퉁 부어 있었다. 3주 전이었지 싶다. 밭에 농사로 지푸라기 모아놓고 태운다고 불을 지핀 일 있다. 근데, 봄바람이 그 불을 키우는 바람에 어머님 쪽으로 옮겨붙었다. 어머님은 불을 놓고 뒤돌아 가는 와중에 일어난 일이라 불이 붙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불은 삽시간에 크게 일었는데 이를 목격한 사람이 있어 그나마 일찍 껐다고 한 것이, 전신 3도 화상이라 했다. 그러니까 피부가 거의 다 탄 셈이다. 병원에 치료를 받고 이식수술을 조금씩 해나가려 했지만, 어제 쇼크로 죽음을 맞았다. 처수는 울먹이며 말을 이었는데 밥 한술 뜨면서도 목이 멨다. 옆에 조카에게 할머니 올해 연세 얼마냐고 물었더니 여든여섯이라 한다.
다시 경산 넘어오는 길, 아내에게 물었다. 그간 병원비가 4천여만 원이라 했다. 그러니까 3주 정도 있었나 모르겠다. 참 아득한 금액이다. 순간 부모님이 스쳐 지나가고 아이들이 지나간다. 병원비를 나는 얼마나 충당하며 사는 것인가 하는 생각과 내가 병원 일 치르게 된다면 가족은 얼마나 고통스러울 것인가를 생각한다.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하지만, 막상 죽음 앞에서는 어느 정도는 돈이 판결하는 세상이 아닌가!
요즘 경산은 또 커피 붐이다. 신대부적리 감못 옆에는 아주 큰 카페 카페베네가 생겼고 조폐공사 좀 지나면 카페 아***라는 곳도 생겼는데 오 선생은 이 집이 심상치 않다며 얘기를 한다. 차가 도로에 줄지어 섰다며 얘기를 하는 것 아닌가! 거기다가 정평에 카페 아뜰**도 아주 큰 평수로 열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여기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경산시, 세명병원 앞에도 스타벅스가 곧 개업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 이러한 소식을 들으면서도 나는 피를 말리는 신경만 쓰고 있다. 아내는 모 씨는 가맹점만 열어도 잘도 여는데 당신은 이제 좀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다그쳤다. 아내는 가맹사업에 진절머리가 났는지 이제는 그만하자고 한지가 엊그제였지만, 동네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현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저리 열어도 모두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영업이 되겠지만, 얼마만큼 자본이 받쳐주느냐가 그들이 카페 역사를 이루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말 답이 없는 게임이다.
오늘 세금 600여만 원을 냈다. 국가에서 보증한 대출 원금과 이자가 밀렸다며 대구은행에서 전화가 왔다. 급히 마이너스 통장에 돈을 찾아 그 돈을 메웠다. 4천만 원 중 일부 250여만 원을 갚았다.
저녁에 어머님께 안부를 여쭈었다. 이번 주는 내려가지 못한다는 얘기와 동네 이야기 이모저모를 듣게 되었다.
계단은 단계를 타며 / 鵲巢
계단은 단계를 타며 질문에 대답 없는 대답으로 상호성을 붙였다 말하자면, 공 오시 잠시 지친 몸을 일으키며 묘지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묘지는 이미 죽은 사람의 여러 비석으로 마치 계단을 바라보고 있는 듯했다 묘지에 앉아 비석을 본다 단계는 비석처럼 연기를 피웠다 계단은 그 연기 따라 걸었다 연기는 계단을 타며 바둑처럼 어두운 하늘로 오르고 가볍게 흩어졌다 자릿한 냄새를 수집하는 것은 어쩌면 무릎처럼 아픔을 감내하는 일, 관중을 이끌고 사열하는 것은 계단을 앞서가는 일, 질문은 끊임없는 사색을 도출하지만, 결막의 겉껍질만 자꾸 두꺼워져 갔다 누가 무덤이 근사한 안식이라고 했나? 우거진 숲에 까마귀가 내려다보는 세상, 이 작은 동네를 누가 아름답다고 했나? 단계는 계단을 북처럼 밟았다 계단은 몹시 지쳤다 단계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가방처럼 주섬주섬 연기를 후치고 신발을 올렸다 마치 달나라에 간 옥토끼처럼 대답 없는 대답으로 상호성을 세웠다 계단은 상호성에 집결한 군중을 보며 혁명처럼 암투의 혈전은 끝났음을 알렸다
별이 된 몰골, 문향으로 뵙는 골몰 / 鵲巢
몰골은 텃밭을 가꾸었다 독수공방도 어언 몇 년째 어두운 귀, 느릿한 걸음, 무엇이 타는지도 모를 어두운 감각까지 지녔다 농사는 해도 해도 끝이 없어 밭에 나가 지푸라기 긁어모아 불을 지폈다 불은 마귀처럼 불이 되었고 뒤돌아서서 걷는 몰골, 옷자락에 불이 붙었는지도 모르고 봄바람은 불을 더 퍼뜨렸다 옆에 젊은 청년이 아니었다면 주검까지도 불은 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전신 화상, 숨은 붙었다고 하나 죽은 목숨과 별 차이 없는 하루하루, 보름은 그리 멀지 않아 하늘에 별이 되었다 까맣게 단장한 가족, 뒤늦게 모두 앉은 가운데 골몰을 본다 향 들고 불꽃을 피우고 향로에 담고 문향으로 처음 뵙는 몰골, 엄숙하게 인사했다 골몰은 몰골이 내어준 접시 몇 개, 그릇 몇 개로 허기를 달랬다 조카 검은 양복이 옆에 앉았다 그래, 외할머니 연세가 어떻게 되지? 여든여섯요 사는 것은 불과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하나, 얼마 되지 않는 시간 꾸역꾸역 한 숟가락 뜨며 몰골이 남겨놓은 시간을 먹었다 다 탄 피부를 보며 생애 남은 피부를 짜깁는 골몰,
텃밭은 어찌 바람이 불지 않는가?
지푸라기 긁어모아 왜 마귀처럼 불 지피지 못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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