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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묵을 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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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유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74회 작성일 17-03-29 22:17

본문

시를 쓰지 않으니 시가 보인다.

대가들은 사기를 쳐도 고급 사기를 치겠지만 흉내나 내는 원숭이들은

진실이 사기보다 급이 떨어진다.

 

난 세상을 시적으로 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꽃이 피었는데

오늘에사 음력은 삼월의 초하루다.

성급히 핀 꽃들이 느긋한 찬 바람에 날린다.

나는 그저

봄만 오랬더니, 비까지 와서

장사 다했구나! 생각할 뿐이다.

 

마감이다. 이번달엔 매출이 많아

메꿔야 할 돈도 많다.

이 달엔 인덕에 시달렸다.

아침이면 앉는 것을 싫어해서 앉지도 않고,

혈당이 높아 야쿠르트 하나 사먹지 않는 새댁이

배달도, 출고도 다 따라다니며 나를 미치게 하더니.

너무 착한 새 친구는 몇 번이나 나를 만나러 와서

올 때마다 내가 누군가랑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말없이 그냥 갔다 기약 없이 내 전동카 앞으로 와서

점심을 먹자 저녁을 먹자 기다리고 있다.

난 빈대 붙는 체질이 못되어 점심을 사준다 어쩐다하는

전화들로 인해 짜증이 빈대처럼 들러 붙는다.

야쿠르트 판 전대 돈을 자꾸 헐어 쓰면

빈대 돈이 황소 돈이 되어 나는 남아 나질 못하는데

한 번 얻어먹으면 한 번 내는 것이 사람인데

난 호의가 부담스러워 아예 호의를 베푸는 일도 무서워진다.

난 체질적으로 받는 일보다 주는 일이 익숙하고 편하다.

나에게 무엇인가가 생기면 나는 정신병적으로 고민한다.

이것을 누구에게 주면 좋을 것인가?

 

그 느닷없는 친구는 정말 고민이다.

어제도 난 일인분에 만구천원이나 하는 음식을 먹고 싶지 않았다.

사실은 내 야쿠르트 판 전대에서 헐어야하는 오만원을 생각하노라면

내 식도를 넘어가는 생새우 초밥과, 연어와 쇠고기 초밥들은 길을 잃었다.

난 대체로 내 돈 내고 먹는다면 생선을 선택하는 편인데

그 샤브샤브집은 육해공을 다 거느리고 있어

다음날 새벽 배달때 난 지구처럼 웅크리고 새파랗게 떨었다

늘 가는 제 일 경비실, 잘 잠궈지지 않는 화장실에서

 

그녀는 "오늘은 이런 기분으로 너를 만나기 싫어..기분 좋을 때 보자는

나의 답을 무시하는 것이 그녀의 우정을 표시하는 방법이라 생각했을까?

아이들 하원 시간이 끝나, 일교차가 무엇인지를 확실히 알 수 있는

시간에 짠하고 나타나 네통이나 유통기한 무시하고 쟁여져 있는 나의 제품들을

날짜별로 깨끗하게 정리해주고, 피로와 회의에 젖어 있는 나를 다둑여주기 시작했다.

나는 저번 점심을 내가 얻어먹었기 때문에

이번 저녁을 내가 사야한다는 부담감에 안절부절 못했지만

그녀는 태연하게 밥과 술을 한꺼번에 해결해줄 수 있는 곳으로 가자고 제안했다.

빌어먹을

난 사실 눈 앞이 깜깜했다.

저번에도, 자신도 새끼들 치맛자락이 찢어져라 가난한 년이 야쿠르트를 번번히

사주어 너무 미안해서 그녀에게 장어를 사먹이느라 전대를 헐어 썼는데

이번에도 헐어 쓰면,

유통기한 임박해서 여기 저기 주고 애들 갖다 주고 내가 마신 발효유 값이랑

차비랑, 오뎅값이랑, 점심으로 먹는 누들면 값이랑 이래저래 얼마가 될까?

 

그런데, 사범대학을 나와 동사무소 공공근로로 입칠하는 그녀가 카드로

밥값을 계산했다. 나는 먼저 나가서 전대 지퍼를 열고, 아무렇게나 구겨져 있는

지폐들을 꺼내고 있었는데, 그녀가 달려와서 계산을 해버린 것이다.

사실 내가 계산을 했으면 나는 한 보름 남편에게 닦여야 했을 것이다.

내가 억지춘향으로 지폐 삼만원을 건냈지만 그녀는 끝내 받지 않았다.

빌어먹을, 씹것은 년이, 좃도 없는 년이..욕이 치밀어 올랐지만

그러기에 그녀에게 너무 심한 연민을 느껴 그 욕보다 심한 말을 했을 뿐이다.

"부담스럽다. 야야! 정말..이건 아니다. 진짜 정말, 너무, 아! 그냥.."

그냥의 뒷말은 우리 다시 보지 말자 였다.

그러나 뒷말은 뒷말로 남겼다.

 

난 잘모르겠다.

내 능력밖의 일을 벌리러 그녀가 온 것에 대해 화가 치밀어 오르다가도

세통, 네 통, 유통기한 상관없이 널부러뜨려 놓은 나의 제품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느라 헝클어진 내 머리를

또한 일목요연하게 묶어준 그녀의 손길을 생각하면

내 무능에 대한 죄책감이 해일처럼 밀려든다.

 

돈을 벌어야겠다.

돈은 있어야 되겠다.

그 착한애가 씨발년이 되지 않게

내가 계산할 수 있게,

오른쪽 소매가 찢어진 옷을 입는 그녀가

우리의 밥값을 계산 할 수 없게,

내가 말했다.

"그 옷 버려!!"

"르 까프라서"
그녀에게 새 르 까프 바람막이 잠바를 사줄 수 있게

빌어먹을 년,

지 옷이나 사 입고,

지 머리 염색이나 하고,

살이나 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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