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7年 02月 05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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鵲巢日記 17年 02月 05日
흐렸다가 비가 좀 내리다가 아주 조금 내리다가 물방울이었다가 흐리다가
아침 조회 때였다. 점장은 대구 어느 골목길에 자리한 모 카페에 다녀온 얘기를 했다. 우리 드립커피도 사람들은 맛있다고 하지만, 정작 우리 것이 맛이 있는지 의문이 생길 때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점장의 말씀을 유심히 들었다. 대구 어느 골목길 그 카페는 젊은 아가씨가 운영한다. 그 아가씨 어머니께서도 카페를 한다고 했다. 나이 때가 아직 오십은 안 되었고 그 딸은 이십 대 후반인 것 같다. 나는 그 집이 스페샬 커피를 다루나 싶어 여러 가지 물었다만 그것도 아니었다. 거저 소침한 생각에 나온 얘기인 것 같다.
커피 맛이 좋으려면 우선 생두가 좋아야 한다. 다음은 로스팅 기술이 중요하며 다음은 일관성을 갖춰 정확한 내림 기술이 들어가 있어야 커피 맛이 있다. 그래서 점장께 혹여나 우려가 될까 싶어 생두와 로스팅에 관한 자세한 얘기를 들려주었다. 로스팅은 옆에서 보기에 모를 것이 없을 것이며 생두는 차별이 있음을 인지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다. 내가 내리는 커피를 어떤 기준에 맞추느냐가 중요하다. 지금 바(bar)는 점장 배 선생께서 맞고 있지 않느냐, 배 선생 지도로 모두가 운영이 되니 이 기준에 맞게 함께 일하는 동료와 입을 맞춰야 할 것이다.
오후, 본부에서 책을 읽었다. 고전과 시와 다시 고전을 넘나들며 시를 읽다가 시 감상문 몇 편을 썼다.
저녁 먹을 때였다. 아내 오 선생은 본점 경영상황을 얘기했다. 앞으로 어떻게 이끌었으면 하는 얘기였다. **가 나가고 순영이가 새로 들어왔다. 주 중에 일하는 성한이는 봄이 오면 학기 복학하여야 하고 주말은 안 되고, 주중도 오후만 된다고 하니, 그러니 옛 ‘정의’의 여자 친구가 있다고 하여 새로 들어온다고 한다. ‘정의’의 여자 친구는 아주 예쁘고 날씬하여 붙임성까지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다며 얘기했다.
계양동에 사업하는 모 카페 사장께서 저녁에 잠깐 들러 커피 한 봉 사가져 갔다.
책을 읽다가
허유괘표許由掛瓢라는 말이 있다.
허유는 요순시대의 은둔자인데, 요 임금이 나라를 물려주겠다고 하자 더러운 말을 들었다고 귀를 씻었다는 유명한 일화를 남겼다. 정치나 세속의 권력을 티끌과 같이 여기는 깨끗한 사람이었다. 허유괘표는 허유가 표주박을 걸어두었다는 말이다. 이 이야기를 간략히 말하자면,
허유는 기산에 숨어 살았다. 물을 마실 때 손으로 떠서 마시니 어떤 사람이 이를 딱하게 여겨 표주박 하나를 주었다. 허유는 그것을 사용하여 물을 마시고, 쓰고 난 뒤에는 나뭇가지에 걸어두곤 하였다. 그런데 바람이 불면 덜그덕덜그덕 소리가 났다. 허유는 그 소리가 듣기 싫어 마침내 표주박을 깨뜨려 버렸다.
표주박이라고 하나 있는 것이 신경 쓰인다는 말이다. 그런 거 보면 우리는 얼마나 재산이나 세상 물정에 집착하며 또 가지면 가질수록 더 갈증만 더하니 새삼 느끼는 저녁이었다.
옛날에 지독한 구두쇠 집안에 갓 시집온 며느리가 있었다. 그 집은 조기 한 마리를 사다가 천정에 걸어놓고 밥 한 숟가락 떠먹고 천정에 달린 조기 한 번 쳐다보는 그런 집안이었다. 시집살이를 통하여 그 집안에 어느 정도 적응한 며느리가 어느 날은 들에 나간 가족들이 빨리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아마 처음으로 칭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믿어지는 일을 했기 때문이다. 그날 저녁상에는 생각지도 않았던 생선 비린내가 났다. 시아버지는 어찌 된 영문인지 물었다. 며느리는 의기양양하여 대답하였다. 아버님 오늘 낮에 생선 장수가 마을에 왔기에 제가 꾀를 내어 고기를 고르는 척하며 이리저리 만지고는 생선 냄새가 밴 손을 국솥에 씻어서 국을 끓였습니다. 잘했지요? 이 이야기를 듣고 시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그 손을 동네 우물에다 씻었더라면 온 동네가 생선국을 먹을 수 있었는데, 안 됐구나!
그렇다고 내 영혼을 너무 아낀다고 좋을 것 같지도 않다. 살이 되고 피가 되는 것은 무조건 먹어야 하며 먹고 싸는 것은 어쩌면 우리의 생리다. 잘 먹고 잘 싸는 것은 건강에 좋고 남 보기에도 좋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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