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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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전동차가 있는 길가에서 함께 장사를 하던 붕어빵 할머니가
포장마차를 접었다.
"야쿠르트야! 우짜것네? 정들자 이별이네"
나는 울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야쿠르트 팔아 먹고 살아 볼거라고 길거리에 나선
내게 잔돈도 바꿔주시고, 야쿠르트 스무개는 미리 묶어 놓아라
동네 장사는 말을 아껴야 한다, 등등 할머니는 내게 오뎅 국물과
붕어빵보다 더 따뜻한 울타리였다.
두달 동안 나 몰래 정이 많이 들었던 모양이다.
꺼져라, 씨발새끼, 다시는 서로 살아 있다 생각말자,
거의 이십년 다 되어가는 시로 맺어진 인연에게 나는 말했다.
행님아! 미안하다. 그렇게 보낸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라
아무 느낌도 없다.
다행이도 나는 하찮고 미력한 존재라
미생물의 꿈틀거림에 상처 입지 않듯 모두 눈도 깜짝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18층에서 뛰어 내리듯, 너라는 존재에서 뛰어내리는 건
너에게서의 자살이다. 나는 그냥 죽었을 뿐이다.
나보다 두 달 빨리 입사한 이웃 지구 여사님이 떠난다.
삼백만원이나 빚을 지고, 돈이 없어 그만 둔다고 했다.
나는 울었다.
아이가 둘과 함께 산다고 했다.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남편이 포함 되지 않은 가족 이야기를 했다.
가끔 점심 시간에 더치페이로 함께 점심과 막걸리를 마시고
예측 할 수 없는 가두 판매로 제품이 동이 나면 자주 빌렸다.
이젠 잔돈을 바꿀 데도 제품을 빌릴데도 없다.
월급이 차 떼고 포 떼고 140만원 이였다.
저번 달보다 이십만원이나 줄었다.
나도 그만 두어야겠다고 경리에게 말했는데
나는 그만 두지 않기로 했다.
나는 아무도 없이도 살아가기로 했다.
여기를 내 자리로 삼기로 했다.
내 자리로 출근 해야겠다.
붕어빵 할머니가 없어서 더 서글플 것이다.
그러나 울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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