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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유 일기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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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유산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61회 작성일 16-12-1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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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씨, 제가 당신을 이렇게 부르는 것은 이제 마지막 입니다.

주일마다 발효유 칠백원짜리 60개를 구입하겠다는 동생이

교회에 나가자고 저의 전동카 있는데까지 찾아 왔을 때는

아! 내가 일주일에 42000 매출을 더하자고 영혼을 파는 것인가

생각 했습니다. 물론 예수씨에게 강한 매력을 느끼고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정말 교회가 주는 견고한 위선의 성 같은 느낌이

싫었습니다. 첫 주와 오늘 아침까지 발효유(이번주는 사백원짜리라)

이만사천원어치를 팔기 위해 또 영혼을 팔러가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는 하필이면 당신께 영혼을 팔게 된 내가 로또 복권에

당첨된 사람보다 행운아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나는 무슨

까닭인지 주체할 수 없이 부끄러웠고, 눈물로 태산 같은 내 죄를 씻으

려는 듯이 울음이 복받쳐 올랐습니다. 나는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자신

을 죄인, 죄인 하고 부르는 것이 참 듣기 싫었습니다. 하나님이 지어 준

대로 태어났고 살았을 뿐인데 무엇이 죄라는 것인지, 그런데 내 죄를

무엇이라 정의 할 수는 없지만, 내 안에 있는 죄덩어리에 빛이 닿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교회의 여자 목사님이 내 머리와 등에

손바닥을 대고 기도를 하는데 내 머리와 등에 파스 두장

을 붙인 것처럼 등과 머리가 화끈화끈 달아 올랐습니다. 내 몸이

습자지처럼 얇아져서 목사님이 기도하시는 입김에 화들화들

떨리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껏 내가 너와 함께 하고 있었다는 말을

듣는 순간, 이제껏 저의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는데, 정말

나와 함께 하셨던 당신이 빛의 옷을 입고 서 계셨던 것이 보이는

것이였습니다. 나는 이것이 지칠대로 지친 내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세뇌 현상이구나 했지만, 그 생각마저  폭발하는 물탱크에서 쪼개져

나가는 스치로폴처럼 부러지고 흩어졌습니다. 이제 당신에게 지옥이나

천국 같은 유치한 회유와 협박 장치는 왜 만드셨는지, 그 많은 실과를

다 먹으라 해놓고, 하필이면 동산 중앙에 제일 그럴싸한 과일 나무를

심어놓고 그것만 먹지 말라며, 세상에 처음 만들어진 호기심 덩어리들

마음 속에 뇌관을 설치 하셨는지, 죽었다 삼일만에 살아나셨으면

영원히 죽지 않는 몸을 가졌다면, 세상의 여기저기를 다니며 실재하면

다 믿을 것인데 왜 글케 성령으로 신앙인들의 몸속에 숨어 사시는지,

묻지 않겠습니다.  당신이라면 그럴만한 까닭이 있었겠죠. 우리를 잘 따라

날마다 밥을 주고 따뜻한 잠자리를 주는 고양이가 우리의 의도를 어떻게

이해 할 수 있겠습니까? 종일 동네 차 밑과 으슥한 지붕밑과 골목을 쏘다니다

온 고양이가 혹시 쥐라도 잡아 먹지 않았는지, 혹시 음습한 곳에서 뒹굴다

몸에 더러운 세균을 잔뜩 묻히고 돌아 오지는 않았는지, 물을 싫어하는 고양이

목을 잡아다가 씻기고, 몸에 다시 더러움이 묻지 않도록 경계 시키는 것은

당연한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영적인 순결을 강조하는 것은 우리와 함께하기 위해

내거는 전제 조건 같습니다. 쥐를 잡아 먹는 것은 본성이지만 우리가 사는 따뜻한

방에서 함께 살려면 참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욕망과 욕심과 욕구를 따라 사는 것은

본성이지만 당신과 함께 살려면 당신을 따라 사는 것을 본성으로 삼아야 할 것 같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습니다.

종이가 불앞에서 타야할 지 말아야 할지 고민 하겠습니까?

그냥 오늘 당신이 제게 옮겨 붙었다는 느낌은 확실 합니다.

제 가슴에 손바닥을 대면

어두운 늑골 가운데 불을 켜고 거미줄을 걷어내는 당신의 비질

소리가 들립니다.

서캐 앉고 이가 끓는, 찐덕찐덕한 내 머리를 감기려고

손바닥에 개 샴푸를 짜며, 물의 온도를 맞추고 있는

당신의 소리들이 들립니다.


이제, 당신은 예수씨가 아니라 예수님 입니다.

아버지를 누구씨 부르는 것은 콩가루 집구석이듯

당신을 그렇게 부르는 것 또한 콩가루 인생인 것 같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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