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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유 일기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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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유산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01회 작성일 16-12-18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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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친구들이 나를 찾아 창원에서 사천에서 왔다. 남편이 흔쾌히 만남을 허락하는 유일한 친구들이다. 일차는 황태어장 매콤 명태찜, 이차는 갈비, 삼차는 우동, 사차는 노래방, 소주 한 잔만 마시면 소주 한 병 효과를 내는 친구들, 일부종사라는 골동품 가게 고서적 같은 사자성어가 어색하지 않은 친구들, 종일 마트에서 주유소에서 일을 하고 모처럼의 휴일에도 남편과 가족들의 세끼 밥을 챙겨주는 착한 친구들, 노래방에 가면 심수봉과 그때 그 노래들을 부르는 친구들, 내가 세상 어느 바닥에서 헤매일 때도 피해다니는 나를 찾아오고,

나의 엄마 아버지에게 빵과 음료수를 들고 찾아 봐 주던, 서로의 엄마와 아버지가 돌아 가실 때 함께 소줏잔 기울여 주던 친구들, 서로의 결혼식에 참석해서 뷰케를 주고 받던 친구들, 삼십년 가까이 계금 한 푼 내지 못한 나를 만나면 술 사주고 밥 사주고 놀아주는 친구들, 사흘들이 직장이 바뀌는 친구가 횟집에서 일하면 회를 먹으러 오고, 고깃집에서 일하면 고기를 먹으러 오고, 백화점 구내 식당에서 일하면 불낙찜을 먹으러 오고, 이제 야쿠르트 아줌마를 한다니 말 한마디 꺼내지 않아도 홍삼 셑트와 비타민과 건강 보조 식품을 사주는 친구들, 사람 만나는 것을 경계하는 남편이 이박삼일 외박을 하고 돌아 온다고 해도 믿어주는 유일한 친구들, 한 평생 나 같은 사람을 친구라고 내 술 주사를 그러려니 하며, 그게 너라고 오히려 재미있어 해주는 친구들, 영화 서니에 나오는, 나미의 빙글빙글을 카세트로 켜놓고 친구네 집에 담아 놓은 술을 마시고, 언니 맆스틱을 바르고, 엄마의 한복을 입고 춤을 추던, 똑 같은 장면의 추억을 가진 친구들, 명숙이, 숙정이, 남연이,  고만고만한 얼굴과 키,이름을 가진 하나 같이 옆구리에 감겨오는 엽전 꾸러미 같은 뱃살을 걱정하며 오늘까지만 이라며, 원 없이 먹고 뒷날 아침 후회하는 49.9살의 친구들, 한 명은 라면 공장 실습을 같이 가고, 라면 공장 실습 떠나는 날 목을 껴안고 울어주던 친구들, 실습간 부산 옆의 양산 까지

면회를 와서 해운대 바닷가에서 누군가 치는 통기타 소리와 파도의 협연을 듣던 친구들


그래서 한 잔, 이래서 한 잔, 네병의 소주 중 세병은 내가 마시고, 한 병은 그녀들이 마셨다. 아침에 일어나니 교회에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초신자 교육 과정이 있어 한 시간이나 더 빨리 가야 하는데 억지로 일어나 세수만 하고 대충 찍어 바르고 매직으로 머리를 펴고 구부릴 시간이 없어 집게 핀으로 반머리를 하고 발효유 60개를 싸들고 교회로 갔다. 초신자 교육을 담당자인듯한 중년의 여자 둘이서 서로 마주보며 하나님, 제 기도가 더 중요합니다라고 말하듯이 큰 소리로 기도를 하고 있었다.  예배 할 때 통성 기도 같은 것을 하면 하나님이 수십명 혹은 수백명, 전국의 교회, 전 세계의 교회에서 동시에 하는 같은 시간대의 기도를 다 들으셔야 할텐데, 하나님은 참으로 귀가 따갑고, 어느 사람의 기도가 무엇인지 가려 내기도 어려우실듯 했다. 프랑스에선 자신의 축구팀을 이기게 해달라 할 것이고, 독일에선 자신들의 축구팀을 이기게 해달라고 할 것인데 하나님은 도대체 어느 축구팀을 이기게 해줄 수 있을 것인가? 우산 장사하는 큰 아들은 내일 비가 오게 해달라 할 것이고, 짚신 장사하는 작은 아들은 내일 맑게 해달라고 기도 할 것인데 예수님은 누구의 장사를 도와야 하실까? 꾸역꾸역 초신자 교육은 견뎠는데, 한 번 부르기 시작하면 대부분 사절까지인 노래를 네곡이나 연달아 부르는 찬양을 견딜 자신이 없어, 나를 데려간 동생에게 사정을 해서 예배를 보지 않고 집으로 돌아와 버렸다. 잔칫집에 가서 얻어먹지도 못하고 배탈이 나서 혼자 돌아가는 허전함이 집에 오는 내도록 따라 붙었다. 술을 끊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 하면서도, 술 없으면 무슨 낙으로 살지? 술이 없는, 근사한 음식들처럼 인생이 뭔가 하나 빠져있는 것으로 느껴졌다. 하나님이 술이 될 수 있을까? 술에 나를 완전히 맡길때까지 술을 마시는 내가 완전히 하나님께 나를 맡길때까지 하나님을 믿을 수 있었음 좋겠다. 나라는 필름을 끊고 하나님의 기운이 나를 살게 했으면 좋겠다. 또 일주일을 살아야 한다. 두렵다.

피곤하고 잠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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