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유 일기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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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의 피부가 얼었는지 뺨과 코가 빨갛다. 세수하고 스킨과 로션도 잘 바르지 않는데 오늘은 바세린을 바르고 잔다. 내가 알고 있는 몇 되지 않는 피부 미용법 중 하나다. 첫째는 영혼을 맑게 하는 것이 내가 아는 미용법이다. 착하고 선행을 하고 덕을 베풀고 그런 것은 나는 잘 모른다. 가급적이면 매사에 천진난만하려고 노력한다. 그런 사람은 나이가 어리지 않아도 어리게 보인다. 판에 박힌 결론을 짓고 따라가다 보면 오랜 판의 누적인 노화가 보인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바르지 않는 것이다. 피부나 몸은 자생력과 자체 방어력이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은 방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피부에게 늙지말라는 스트레스를 주어서는 않될 것이다.
햇빛도 보고 바람도 맞고, 마음이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워지면 영혼이 싱싱해지고 신체는 자연히 생기롭게 보일 것 같다. 피부나 몸의 형태에 얽매이다보면 매사가 신경 쓰이고 경직 되고 부자유하며 부자연스러울 것 같다. 나이를 속이려고 하지 말 것, 나이는 우리에게 속지 않는다. 열심히 고생해서 경상도 말로 쎄가 빠지게 먹은 나이를 왜 구박하는가? 인생이라는 여행에서 왜 노년의 나이를 둘러보지 않으려 하는가? 그곳에는 그곳의 아름다움과 기쁨이 있을 것이다. 무엇이 허무하다는 것인가? 열심히 어렸고, 열심히 젊었고, 열심히 늙어 가는 것이다. 열심히 살고 열심히 죽어가는 것이다.
피부야! 내 피부야! 오늘도 추웠지? 괜찮아! 너 편한데로 주름지고 싶음 지고, 타고 싶음 타고, 나라는 인간의 최일선에서 외부와 싸우느라 고생 많다. 너로 하여금 나를 대표하게 하기에 나라는 인간은 너무 오래 살았다. 네가 배추 겉일처럼 상해가며 진잎이 되어가며 지키고 있는 나라는 사람이, 김장 배추처럼, 겉잎 다 발라내고도 속이 차고 속이 하얀 배추속처럼 나를 대표하게 할께. 피부 너는 나빠져 가도 나이 먹을수록 인상 좋다하니, 네가 바람 잘 막아주어 속 얼굴이 예쁘졌나보다. 네가 얼고, 잔주름 져가고, 메말라 간다고 내 속이 상하면
겉도 상하고 속도 상하고, 내가 배추라면 쓰지도 못하겠지. 다행히도 겉잎에 기대어 살 만큼 겉이 번드르르 하지 못해서 겉멋을 잃어가는 허탈감이 나는 작은 것 같다. 여지껏 날 잘 싸매어주고 감싸주어 정말 고맙구나. 그리고 따뜻하고 볕들지 않는 곳에 온실의 화초처럼 편하게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거울 속에서 너를 마주쳐도 네가 왜 그런 몰골을 하고 있냐고 핀잔 주지 않을께, 발라주지 않고, 다둑여주지 않고, 좋은 것 먹지 않고 술만 마시는데도, 이만큼이나 건강하고 고와주어, 고맙다고, 정말 대견하다고 어루만져줄께.
아무것도 바르지 않다 오랫만에 뭘 바르니 얼굴이 답답하고 무겁다. 앞으로도 마찬가지겠지만, 얼굴의 껍질이 어떻게 변해가더라도 사랑해주어야 겠다. 나를 에워싼 모든 것들, 내 안에서 또 나를 에워싼 모든 것들, 겹겹의 꽃잎 같은 겹겹의 배춧잎 같은, 맨 안에서 바깥까지 어쩌면 나는 껍질의 집합이며 덩어리이며 송이다. 겉잎이 거칠어질수록 안으로 실해져가는 배추처럼, 내 시가 그랬음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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