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유 일기 23 > 편지·일기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편지·일기

  • HOME
  • 창작의 향기
  • 편지·일기

☞ 舊. 편지/일기    ♨ 맞춤법검사기

  

▷ 모든 저작권은 해당작가에게 있습니다. 무단인용이나 표절을 금합니다

발효유 일기 23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유산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65회 작성일 16-12-21 06:37

본문

나는 점점 더 자주 예수님께 말을 걸게 되었다.

그리고 그를 의식해서 불편해지는 일도 점점 더 잦아진다.

밥을 먹을 때, 배가 고파 덜렁 밥숟가락을 들고

두어 숟가락 뜨다, 아차! 한다. 밥 주셔서, 밥 먹게 해주셔서

고맙다고 인사를 해야 하는데 빠뜨린 것이다. 그 때라도

밥 숟가락 놓고 눈 감으면 되는데 사람들의 눈이 의식 된다.

저녁에 남편이 차려 온 밥상, 남편은 여느 저녁처럼 내 술잔과

자신의 술잔을 함께 채우고, 나는 문득, 그가 싫어하는 사람의

행위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 술잔을 한참 내버려 두는데

남편은 왜 마시지 않느냐고 채근이다.  억지인양 한 잔을 입에

대는데, 어쩐일인지 소주의 단맛은 나지 않고 독한맛만

혀끝을 쏜다. 아마도 그, 예수님을 의식하는 것 같다. 성령 같은게

뭔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그가 내 일거수일투족에 관여하게 된 것 같다.

무슨 생각이 꼬이고 일이 꼬일때는 혼잣말을 한다.

"몰라, 당신이 알아서 해!" 마치 내 안에 나 아닌 당신이라는 누군가가

함께 있는 것 같다. 난 왜 이렇게 빙의 현상 같은 것이 쉽게 일어나는 것일까?

누군가를 생각하면 그가 내게 투영 되어 있는 것 같다. 마치 전선과 전선을

잇대면 같은 전기가 통하는 것 같다. 그는 어쩐지 언젠부터인가, 나랑 함께

있다. 어쩌면 오히려 그가 나인 것 같다. 내가 잠잘 때도 그는 자지 않고

깨어서 내 가운데 있는 것 같다. 그는 내가 뭐든 말하면 들어 줄 것 같다.

개가 쵸코렛을 달라하면 주지 않듯, 뭐든 그가 내게 주지 않는 것은 해로운

것일 것 같다. 그 좋아하는 제사 생선에 젓가락이 가지 않는다. 뭔지

더러운 것에 담궜다가 물만 빼서 밥상에 올린 것 같이 불결하게 느껴졌다.

남편이 크리스마스 날 어디로 놀러갈래? 하고 묻는데 나는 자꾸만 교회

가야한다고 대답한다. 어머니는 불교 집안에서 교회는 무슨 교회냐고 노발

대발인데 나는 귓등으로 흘려 듣는다. 불교에는 신이 없다. 철학의 끝장이다.

부처님은 깨달음이라는 철학의 완성을 체험한 개인일 뿐 그 깨달음으로

다른 개인까지 구제 할 수는 없다. 하나의 롤모델일 뿐이다. 나는 그런 비범한

노력을 할 수 없는 존재다. 무엇을 깨달았는가? 그래서? 고작 허무를 깨달을려고

그 개고생을 한다는 말인가? 천국 같은 건 잘 모르겠다. 지옥도 그렇다.

내가 원하는 것은 신의 실존이다. 그만 있다면 그가 만들고 내게 주시는 것이

천국이면 어떻고 지옥이면 어쩌겠는가? 내가 우연히 발생한 존재가 아니라

누군가 창생한 존재라면, 그가 살아 있어 내 생의 사사건건과 함께 하겠다면

나는 그야말로 행운아가 아닌가? 세상에, 우주에 신이 실존한다면 내가 살았던

세계는 그야말로 혁명에 이른다. 모든 것이 새로 형성 되는 것이다. 어둠과

안개가 걷히고 빛이 드는 것이다. 세상에 가치있는 고민은 어쩌면 이 문제

뿐이였는지도 모른다. 내가 신의 종자인지, 짐승의 종자인지도 모르고 살아서는

무엇을 하겠는가? 몸이 너무 아파서 혹시 교회라도 가면 나을려나하고 갔다던,

처녀 때 직물 공장에서 만났던 진희씨는 교회에 나오니 몸이 아프지 않고

이주일째 가니까 방언이 터져서 교회를 나온다고 한다. 위대한 기독교인들은

너무 많다. 위대한 물리학자, 철학자, 정치인, 군인, 세계의 삼분의 이가

기독교인일 것 같다. 논리로 따지고 재고 달고, 온 몸의 혈기를 다 죽이고

머리만 살려서 도달하기에는 너무나 먼 거리에 신은 있지만, 고양이가

사람을 만나면 자신을 싫어하는지 좋아하는지 단번에 읽어내듯, 그녀는

신에게 도달 했는지 모른다. 자신이 신을 재고 달고 측정할 아무런 도구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신은 그녀에게 직통 되었는지 모른다. 신이

보시기에 어리석은 자는 어리석은 자가 아니며, 똑똑한 자 또한 똑똑한 자가

아니였는지도 모른다. 가끔 네비게이션이나 스마트 폰을 사용하다가 놀란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지? 이전 같으면 이 일은 기적이다. 그러나 현상은

엄연히 일어난다. 우리는 밥숟가락보다 자주 드는 스마트 폰의 작동 원리도 알지

못하고 알려고 하지 않았고, 우리보다 똑똑한 누군가가 만들었나보지, 하며

생각 없이 그 평범한 기적들을 사용할 뿐이다. 그런 우리가 신에 관해 무엇을

이해하려 드는 것일까? 어쨌거나 신실한 신앙인들은 너무나 밀접하게 신과

함께하는 나날을 체험한다고 했다. 신의 관여나 참견을 느끼는 내가 그의 실존

때문이 아니라 나의 뇌속에 저장된 그의 견해 때문일까 나는 햇갈린다.

신앙에 있어서 세속에서의 무지나 가난이 오히려 유리한 무기가 되는 것을 자주

보았다. 인간이 학교에서 배움이라고 부르는 것은 어쩌면 방어나 공격의 무기를

갖추는 일인지도 모른다. 싸울 준비를 많이 하지 않은 사람이 쉽게 열리는 일은

당연한 것 같다.  별로 잃을 것도 없으니 자유로워지는 것 또한 당연한 것 같다.

신이 보기에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내 큰 아들의 이름은 히브리어다. 이스라엘에서

여호와께 제사를 드릴 때 오른 쪽 가슴에 달아서 그 제사가 신이 보시기에 합당하면

빛을 발했다는 보석의 이름이다. 진희씨는 세속에서 평가하기에 아무 하잘 것 없는

존재 였지만 신이 보시기에 합당한 영혼의 빛을 지닌 사람일지도 모른다. 시어머니와

머리 뜯고 싸워서 파출소까지 갔던 그녀가 지금은 성녀처럼 살아간다. 교회에 가면

그런 살아있는 간증들은 넘쳐난다. 아편의 효과인지 진실이고 진리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자꾸만 나도 그를 실재로 느껴가고 있다는 것만이 내게 일어나는 진실이다. 아니

아예 내 몸속에서 동거하고 있다고 믿는 것 같다. 나는...


아! 한 숨 자야겠습니다.  여덟시 사십분에 깨워주세요. 하나님!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357건 117 페이지
편지·일기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877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6 0 12-23
876 이혜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7 0 12-22
87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9 0 12-22
874 유산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9 0 12-22
87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3 0 12-22
열람중 유산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6 0 12-21
87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8 0 12-21
87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3 0 12-20
869 유산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7 0 12-19
868 유산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1 0 12-19
86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1 0 12-19
866 유산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1 0 12-18
86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9 0 12-18
86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0 0 12-17
863 곽진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6 0 12-16
862 마음이쉬는곳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0 0 12-16
86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9 0 12-16
860 유산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6 0 12-15
85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4 0 12-15
858 유산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2 0 12-14
85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2 0 12-13
856 유산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1 0 12-13
85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1 0 12-12
85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3 0 12-12
853 유산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2 0 12-11
85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3 0 12-11
851 유산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3 0 12-10
85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9 0 12-10
84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7 0 12-09
84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2 0 12-07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