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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유 일기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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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유산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908회 작성일 16-12-01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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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 늦게까지 비가 내려 별빛이 다 씻겨 내려간 어둠이 아파트 동과 동 꼭대기 사이에

널려 있었다. 수수료 150만원을 맞춰 한 달 월급을 만드느라 바빴다. 수금 영수증이 발부 된 집들이 자동이체를 했다는 문자가 속속 들어오고, 노인들은 발효유 값을 들고 내가 있는

전통차 앞까지 찾아 오셨다. 어떤 새댁은 꼼꼼하게 체크해둔 갯수를 말하며 정확하게 해달라고 모서리 선 주문을 하기도 하고, 이전에 함께 식당을 다녔던 마음 좋은 언니들은 마감을 한다니까 서너명씩 발효유 만원어치씩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 중 예쁜 현선이 언니는 어렵게 생각말고 날짜가 간당간당 하는 제품들은 자신에게 팔면 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정말 고맙다. 이전에 내 구역을 맡았던 오여사는 보온병에 뜨거운 커피를 타고 롤 케잌과 군 고구마와 함께 먹으라고 가져 왔다. 이 겨울, 나는 무슨 복이 이렇게 터져버렸는지, 요즘 가사원 일이 없어 일주일이 넘도록 백수 생활을 하며 괴로운 휴가를 보내는 진옥씨도 내가 일하는 곳까지 들러서 또 무엇을 한보따리 사볼까하는 눈빛으로 제품을 살피길래 벌이도 없는데 됐다고 두껑을 닫아버렸다. 이미 두 세 차례나 인사를 했던 것이다. 이런 일들도 지구 온난화 때문일까? 원래 모두 따뜻했는데 겨울이 되어 그 따뜻함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겨울은 세상의 온기가 빛을 발하게 만드는 나를 에워싼 온기를 이제서야 보게 만드는 온기의 계절인 것 같다.


요즘도 전직 교장 선생님은 요양보호사와 함께 햇볕을 쬐러 나오셔서 한참을  벤치에 앉았다 가신다.  이 지상에서 햇볕을 쬘 수 있는 그의 산책로는 어디까지 이어져 있을까? 야당과 전라도 사람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모질게도 괴롭힌다며 무량한 측은지심으로 시국을 통탄하시는 붕어빵 할머니의 신념 또한 어느 아침, 어느 밤, 어느 순간 이 지상을 다 구운 붕어빵처럼 빛의 봉지에 담아서 세마리 천원짜리 손님 같은 남은 자들에게 떨이하고 어디론가 사라져 갈 것이다. 금산 어느 성형외과에서 점을 빼고는 점을 뺀 자리에 투명 밴드를 너댓장 붙여 놓은 경비 아저씨 또한 낙엽을 쓸어내던 빗자루를 놓고 생의 기억을 쓸어 내리며 눈꺼풀을 내려 놓고 어디론가 가실 것이다.


생의 겨울이다.  따뜻하게 살다 가자.

나도 따뜻하고, 남도 따뜻하고, 다시 올 사람들을 위해 앉았던 자리 섰던 자리 누웠던 자리 따시게 데워 놓고 가자.

아! 또 발효유 팔러 가야겠다.  발효유가 덤인지 웃음이 덤인지 좋은 것들을 끼워서 팔며, 뭔가를 사고 팔 수 있어 인생은 서로에게 나누어지는 것이라고, 이 자본주의 시장의 장바닥에 떨어져 얼어붙은 십원짜리 동전 마저도 따뜻하게 주워서 주머니에 품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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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유산균님의 댓글

profile_image 유산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다연님! 겨울이 따뜻하네요.
겨울이 이대로 사라져 버리지 않을까 걱정 입니다.
지구의 겨울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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