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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유 일기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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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유산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63회 작성일 16-12-04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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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시어머니를 찾아 뵈었다.

머리가 뭉텅 뭉텅 원형 탈모증 걸린 것처럼 빠지나 싶었는데, 모자를 벗은 어머니의 머리는

끓는 물에 데쳐서 털을 다 뽑아버리고 몇 가닥만 남은 닭털 같았다. 어머니는 황급히 모자를 쓰시고는 돌아서서 눈물을 흘리셨다. 머리는 다시 자랄거라고 위로를 했지만, 목구멍으로 뜨거운 것이 부풀어 오르며 눈물이 쏟아지려는 것을 참았다. 고기가 드시고 싶다고 해서 모시고 나왔는데 입이 유난스러운 남편이 도저히 고기를 먹지 못하겠다고 했다. 나는 옆구리를 찔렀지만, 어머니는 끝내 고기를 먹지 않으시고 짜장면을 드시기로 했다. 나는 속으로 남편에게 화가 좀 났다. 항암 치료를 하면 입맛이 없어 무엇이든지 드시고 싶을 때 드셔야 하는데 자신이 먹고싶지 않다고 고깃집에 가지 않겠다는 무심이 얄미웠다.


어머니는 참 불운하시다.  젊어서 남편과 이발관을 했는데 그녀가 둘째 아이를 임신 중일때 이발사와 바람이 나서 야반도주를 하고 그녀 혼자서 온갖 고생을 하시며 두 아이를 키우셨다. 그렇게 혼자 아이들 바라보고 사시다 남자 한명을 만났는데 그는 이용업계에서 소문난 질이 좋지 않은 남자였다. 손님도 없는 이발소를 지키며 종일 손님 몇 사람을 받고는 노름을 하거나 낚시를 다녔는데 거의 모든 생계는 어머니 돈으로 꾸려졌다. 결국 딸의 반대로 그와도 갈라서고, 마음 다잡고 이젠 노령 연금 받아가며 좀 편안한 여생을 보내시나 했는데 유방암 2기라는 판정을 받으신 것이다. 어차피 남편복은 없는 것이고 말년에 손주라도 한번 안아보시면 좋을텐데, 며느리라고 들어 온 것이 이젠 폐경이 다 되어 임신도 되지 않는 나다. 사실 아이를 가지려면 가질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미 두 아이에게도 좋은 엄마가 아니였다. 아무래도 나는 mest라는 모성 유전자가 결핍된 실험쥐인 것 같다. 혼자서 근근히 엄마 자리 지키고 사느라 등골이 빠졌다. 날마다 술에 취해 밥을 차려주지 못한 아침이 부지기수고, 늘 나는 두 아이의 좀 걱정스러운 친구였지 든든한 엄마였던 적이 별로 없었다. 지금도 두 아이는 나를 만만한 여자 친구 대하듯 한다. 녀석들은 엄마가 술에 취해 어디에서 쓰러져 자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그런 내가 이 어려운 형편에 아이를 가져서 어쩌자는 말인가? 그래도 여자란 호시탐탐 엄마가 되고 싶은 동물인가 보다. 내 안에 아직 야들야들한 생명 복사 장치가 온전해서 배가 불러오고 아기를 내 안에서 꺼내는 공상을 하면, 내게 아직도 신성이 남아있는듯, 나 자신이 신성스럽게 느껴진다. 시험관 아기를 생각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래도 다시 엄마가 된다는 것은 내가 아닌 그 아기에게 불운이 될 것 같다. 아직도 꿈을 꾸면 번번히 아기 분유 먹일 시간을 잊어먹어서 아이가 종일 굶는 꿈을 꾼다. 난 두 아이를 다 모유로 키웠는데 오십을 한달 앞둔 이 나이에도 그런 꿈을 꾼다. 늘 마음 한 구석에 아이들을 내 중심에 두지 않고 사는데 대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은근히 시누가 아이를 가져 주기를 바라는데, 시누는 아이를 돈으로 키운다고 믿는 사람이다. 우리보다 훨씬 부자지만 그녀는 쥐뿔도 없는데 아기를 낳아서 어떻할거냐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나는 그녀가 단 한 번이라도 엄마가 되어 보길 바란다.  단 한 번도 엄마였던 적이 없는 그녀는 어젯밤도 온 동네가 들썩일 정도록 부부싸움을 해서 항암 치료제를 먹고 머리카락이 다 빠진 시어머니 속을 썩였다. 이전에는 시누 남편에게 큰 아이 취직 자리를 부탁하다 눈물이 쏙 빠질만큼 핀잔을 들었던 적도 있다. 전 남편 아이 취직 자리를 어디다 부탁하냐며 야멸차게 쏘아 붙였다. 올케가 전 남편 아이 이야기를 시누 앞에서 하는 것이 싫다고 말했다. 그 말이 맞다. 그러나 한번이라도 엄마였던 적이 있었다면 그렇게까지 말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단 한 번도 누군가의 엄마였던 적이 없는 마흔 세살의 아가씨는

언제 어디서나 자기 중심적이고, 우리 가족 모두는 그녀의 감정기복 앞에서 쩔쩔 맨다. 나는 지금의 대통령이 대선 때 했던 말이 기억난다. 자신은 자식이 없어서 부정부패할 이유도 없다고,..난 한번도 누군가의 엄마였거나 아빠였던 적이 없는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는 것이 그녀가 절대로 대통령이 되어서는 않되는 까닭이라 여겼다.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세월호 사건 때, 일곱시간이 지나서야, 만취에서 깬듯한 부어보이는 얼굴로 그녀는 말했다. "구명 조끼를 입고 있을텐데 아이들을 발견하는 일이 그렇게도 어렵나요?" 그말을 하는 그녀의 표정 어디에도, 자식이 시간이 늦었는데도 집에 들어오지 않거나, 있어야 할 곳에 없을 때 엄마의 애터지는 표정이 없었다. 나는 부족한데로 엄마였던 적이 있어서 그 무렵 뒤늦게서야 흘린 그녀의 눈물을 믿지 않았다.  자신의 아이가 뒤집혀진 배 밑에서 살거라고 손톱이 빠지도록 닫힌 유리문을 할퀴다 죽어갔다는 상상을 한번이라도 해볼 수 있었던 엄마라면 그런 표정으로 그런 눈물을 흘릴 수 없다. 그녀가 단 한번이라도 엄마였던 적이 있다면 촛불 문화제에 엄마 아빠를 따라 나와 엄동의 광장에서 잠든 아이들 생각에 단 하루라도 하야를 늦출 수 없을 것이다. 그녀는 다만 대통령의, 대통령이 왕이던 시절의 딸이였을 뿐, 어떤 딸의 엄마였던 적도 없었기 때문에 부모의 심정으로 국민을 바라 볼 수도 생각 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녀는 엄마였던 적도 ,서민이였던 적도, 누군가의 아내였던 적도 없어서 국민중 대다수가 경험하는 인간의 어떤 역할인 적도 없어서 국민 대다수와 따로 노는 것이다. 그녀는 정윤회의 말처럼 다만 연약한 여성, 여자보다 강하다는 엄마가 되어 보지 못한 미숙한 여자에 지나지 않아서 삼백명의 국민이 수장 되어 가는 시간에도 밝힐 수 없는 사생활을 가져야 했던 것이다. 그러면 그냥 죽을 때까지 연약한 여자로 살 것이지, 이럴려고 대통령을 했는지 묻고 싶다. 나는 mest유전자가 결핍된 실험용 쥐 같은 엄마였지만 엄마가 되어 본 적이 있어서 엄마의 관점은 알고 있다. 엄마는 딸이 지금 응급실에서 죽어가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서 어떤 사생활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다니던 식당에 자식 또래의 알바생이 와도 밥은 먹었는지, 궁금해지고,  국밥이나 뭐나 주방 이모에게 부탁해서 한그릇 말아 주게 되는, 내 새끼 남의 새끼 구분 없이 누군가의 새끼만 보면 애틋해져서 뭐라도 챙겨주게 되는, 소아의 관점이 아닌 대아의 관점을 스스로도 모르게 가지게 된다는 사실을, 그녀는 아직도 최고 집권자 딸의 관점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자기 하나 때문에 백만, 이백만의 자식들이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앉아 촛불처럼 떨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무반응인 것이다. 이문열은 백만, 이백만은 국민의 몇 %에 지나지 않는데 그들의 의견 때문에 대통령을 바꿔야 하느냐고 묻지만, 내가 국민을 내 자식으로 보는 모성애를 가진 쥐라면, 백만 이백만이 아니라 단 한 명의 국민이 이 겨울 찬 바닥에 나 때문에 서 있어도 나의 잘못을 돌아 볼 것이다.


나는 누군가의 엄마였기 때문에 유전자에 문제가 있는 엄마였음에도 무진 애를 쓰며 살았다. 그러나 내 생을 통틀어 그녀로 살았던 것이 가장 뜨거운 시간이였던 것 같다. 두 아들은 별로 먹인 것도 없는데 키가 크다. 연령생인 두 녀석은 예닐곱살 무렵 성장통을 참 자주 앓았는데 두 녀석을 데리고 지갑에 간당간당하는 돈만 넣고 병원을 가는데 한 녀석을 업으면 한 녀석이 다리 아프다고 울고, 또 그 녀석을 업으면 또 한 녀석이 다리 아프다고 울고, 모성 결핍 유전자를 가진 쥐였던 나는 엄마는 자식들 앞에서 울면 않되는데, 그냥 내가 주저 앉아 엉엉 울어 버렸다. 한 번도 엄마였던 적이 없다는 사실을 이용해서 대통령이 된 그녀가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옛말을 이해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야기가 멀리 왔다.

시어머니의 몇 가닥 남지 않은 머리카락이 유독 그녀에게만 모질게도 인색한 행복 같아

가슴이 쓰라리다. 한 올 한 올 그녀의 민머리에 머리카락을 심어 드리듯, 새싹처럼 작은 희망이라도 한 톨 한 톨 심어드려야 겠다. 손주를 안겨 드리지 못해 너무 죄송하지만, 손주가 떨 재롱과 위안을 내가 떨어드려야겠다. 남편에게 버림 받고 혼자 자식들 키우며, 이제는 암에 걸려 머리카락이 몇 가닥 밖에 남지 않은 그녀지만, 어릴때부터 공주로 자라 국민의 혈세로 미용 성형을 하고 온 세계에 패션쇼를 하러 다닌, 누군가의 아내였던 적도 엄마였던 적도, 가난한 서민이였던 적도 없는 청와대의 여자보다 훨씬 아름답다. 정윤회 씨는 그녀를 여자라고 불러서는 않된다. 여자란 어머니가 될 수 있는 몸과 정신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연약해서 대통령이 되어서도 만인의 보호본능에 호소하는 미숙한 인간이 아니라 꼭 배 아파 자식을 낳아보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어머니의 관점에 설 수 있는 성숙한 인간을 일컫는 말이다. 세월호와 관련 된 박근혜 씨의 동영상들을 접하면 접할수록 그녀의 표정과 말, 그 어디에도 엄마가 없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한다. 엄마란 그렇게 무덤덤하고 태평할 수 없는, 애가 타고 속이 타고 일천간장 녹아내리는 애달픈 존재이기 때문이다. 한 평생 엄마로 사시느라 다 빠져버린 시어머니의 머리카락에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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