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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균 일기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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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유산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50회 작성일 16-11-20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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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분식점을 하는 친구네 집에 갔다 돌아 오는 길에 운동 나가던 남편을 만났다.

아침에 운동 많이 한다며 집에 들어가려는 나를 자전거 뒤에 태우고 샛강 뚝방길을 달리기 시작 했다. 요즘 새벽에 많이 움직인답시고 닥치는데로 먹어 살이 찐 내 몸무게 때문에 자전거의 무게 중심이 뒤로 확 쏠리는 느낌마저 들었지만 남편은 저 멀리 보이는 샛별 까지도 나를 싣고 달려 갈 듯 잘 달렸다.


저녁에 성당에 가겠노라고 예수씨에게 약속을 했지만 가지 못했다. 사람을 만나는 것, 사람을 새로 만나고 인연을 시작한다는 것이 두려웠다. 이렇게 예수씨에게 편지질이나 하는 것이 더 나은 일이 아닐까? 그들은 시시콜콜 이런 저런 나의 인적 사항을 물을 것이다. 나는 집이 어디냐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부터 막힌다.  아이들이 살고 있는 평거동을 내 집이라고 말해야 할지, 사실혼 관계의 남편이 사는 유곡동을 내 집이라 말해야 할지 말문이 막혀 말을 버벅거린다. 그들 신실한 주의 종들이 내가 아이들 끼리 놔두고 누군가와 살고 있다고 하면 겉으론 웃으며 마음 밑바닥에선 막달라 마리아에게 던지던 돌을 슬그머니 줍고 있을 것이다. 난 거짓말이 무엇인가를 사실대로 말하는 것보다 어렵다. 거짓말이 필요할 때도 있고 꼭 나쁜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데도 거짓말을 하려고 마음 먹으며 얼굴이 조금 달아오르고 표정이 굳어지고 식은땀이 뻗친다. 나중에 집을 유곡동이라 해놓고 집에 간다며 평거동 간다고 말할 것 같고, 그 반대로도 하게 될 것 같고, 거짓말은 원죄 같아 계속 거짓말 끼리 결혼하고 거짓말을 낳게 될 것 같다. 저 찬란한 가을의 금관들이 더 길바닥으로 허물어지기 전에 예수씨를 만나러 가야할 것 같으면서도 예수씨를 사랑하는 다른 사람들이 부담스럽다.


낮에는 오랫만에 외식을 했다. 이렇다할 취미가 없는 남편의 유일한 취미는 값 싸고 맛 있는 짜장면 집을 발견하는 일이다. 이번에 발견한, 값 싸고 맛 있는 짜장면 집은 저번에 발견한 진중 앞의 이천 오백원 짜리 짜장면 집보다 오백원이 더 비싸지만 한 오천원어치는 더 맛 있는 짜장면 집이다. 사천오백원이나 오천원하는 짜장면 집에 비해서 돼지 고기가 좀 덜 들어가긴 해도 이천 오백원 하던 진중 앞의 짜장면 면발이 생고무 같은데 비하면 거의 호텔급 수준이다. 그는 늘 새로운 값싸고 맛있는 짜장면 집을 내게 소개 할 때 그러하듯, 눈을 반짝이며 내가 짜장면 한 젓가락을 맛보기 까지를 기다렸다 내 반응을 묻곤한다. 나는 신통챦은 반응을 보이면 그가 실망 할 까봐 진짜 맛있는체를 하며 진짜 삼천원 맞냐고 묻기까지 한다. 나는 사실 어젯밤 소주를 한 잔 해서 서부 시장에 있는, 정말 잘하는 수제비 집에서 땡초 숭숭 썰어넣은 수제비를 먹고 싶었지만, 그가 발견한 새로운 값싸고 맛있는 짜장면을 내게 맛보이는 그의 행복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그렇게 했다. 이것을 먹어도 저것을 먹어도 한 끼니 배부른 것은 마찬가지인데 그의 마음까지 배처럼 불룩하게 일어나는 것이 더 좋은 것 같다.


어젯밤에는 k시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서울 광화문 촛불 집회에 참석 중이라고 하셨다.

언젠가 여수에서 발행되는 문예지에서 원고 청탁이 들어 왔는데

내 시를 두편 보낼 수 있게 추천을 해주신 것이다.

원고를 실어주게 되면 원고료로 돈 대신 활어를 준다고 했었다.

난 정말 바께스에서 팔닥팔딱 뛰는 살아 있는 물고기를 주는 줄 알았다.

그런다해도 정말 좋을 것 같다.

회를 뜰 줄 모르니 매운탕을 끓여 먹는 것도 좋을 것이다.

참 고마운 분이다.

나랑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분이다.

어떤 문예 사이트에서 심사위원과 창작시란의 투고자로 만난 것이

인연의 전부인데

어쩌다 전화를 걸면 정말 반갑게 받아 주신다.

사진에서 한번 본 그녀는 정말 예쁘다.

조금은 애잔하고 깊고 아득한 눈빛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바다를 굽어보며 찍은 예쁜 옆모습의 사진을 나는

가끔씩 들여다보며 그녀를 느낀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나쁜 사람으로 기억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예수씨가 나를 잘 아니까 내가 나를 표현하는 방법이 잘못 되었더라도

사실은 그렇게 고약한 사람은 아니라고 전달 해주시길 기도한다.

내 시가 나오는 책을 빨리 받아 보고 싶다.

내가 시를 쓰서 받게 될 활어를 안주 삼아 빨리 소주 한 잔 하고 싶다.


월, 수, 금은 배달이 많은 날이다.

내일도 세시 삼십분에 일어 나야 할 것 같다.

아파트에 살아보지 못해서 동 호수를 잘 모르는 남편이

빨리 아파트의 구조에 익숙해져서

13동의 반을 배달해주면 운동도 되고 좋을 것 같다.

그러면 빨리 마치고 그의 차를 타고 와서 한 숨 자고 다시 나와도 될 것이다.

예수씨, 내일은 실수 하지 않게

내가 203호의 제품과 204호의 제품을 뒤바꿔 넣는 순간, 한번만 문에 붙은 호수를

볼 수 있게 해주세요.

아! 그리고 이 겨울,이전에 머리 수술을 한, 그 시인님의 머리가 시리지 않도록,

시인님의 머리가 닿는 곳의 바람을 따뜻하게 하여 주세요.


빨리 자야겠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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