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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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대신 누군가를 죽여 본 사람은 인생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늘 주변이 내 죄를 대속할 양떼들이기 때문이다.
내가 시를 쓰보려고 하는 것은 두려움을 배우기 위해서다.
나는 두려움 때문에 두려움을 배우지 못했다
내 두려움을 누구에겐가 뒤집어 씌우고 도망 나와
동구밖 미루 나무 아래 웅크리고 앉아 두려움을 생매장하며
낙엽처럼 녹물 번진 눈물을 나는 잃었다
삼십년이 더 흘렀지만 나는 흘러오지 못하고
그 미루나무 아래 꿇어 앉아 있다
친구라고 불러서는 않된다
이름 지어 부르고도 잡아 먹는 개처럼
사람들이 친구라고 이름짓고
내가 친구라고 가슴에 개집 같은 온기를 지어
밥 주고 물 주고 쓰다듬어 키웠던 친구를
잡아 먹고, 그를 친구라고 부르면
나는 세상 모든 친구를 보신탕 집에 팔게 될 것이다.
시대를 탓하지 말자
불운을 탓하지도 말자
내 시는 그 더러운 업장에 대한 억만배 절이다.
같은 시대
같은 불운 속에서
나 같은 개새끼를 대신해서
입속에 혀를 파묻고 병신이 되어간
그들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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