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6年 09月 16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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鵲巢日記 16年 09月 16日
종일 흐리고 비 왔다.
조회 때다. 어제 아침 아무래도 배 선생께서 기분이 아주 언짢았지 싶다며 얘기했더니 예지가 그럴 거라고 대답했다. 청소문제로 오 선생은 엊저녁에 직원들에게 부탁했지만 잘 따르지 않았던 거로 보인다. 예지 말로는 아침에 이것저것 일을 하는데 나름의 규칙을 갖고 한다고 했다. 오 선생은 늘 다섯 시에서 여섯 시에 나오니 그때쯤이면 이미 많은 손님이 다녀가시기에 가게가 다소 지저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엊저녁에 처가 다녀온 일을 생각한다. 장인어른께서는 가계家系에 약간은 자격지심 같은 것이 있으신 것 같다. 결혼 초에도 집안에 관해서 많이 물어보셨지만, 엊저녁에는 동네에서 약주를 거하게 드시고 오셔 족보에 관한 얘기를 하셨다. ‘왕족의 성도 돈 많으면 살 수 있는 거 아니냐?’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 많은 말씀 중에 잊히지 않는 말이다. 지금은 조선 시대도 아니건만, 장인어른은 여전히 성씨 얘기를 하셨다. 내가 보기에는 처가댁이 오히려 유교문화를 더욱 잘 보존하고 또 지키려는 의지가 더 강하다. 나의 집안은 3대째 독자로 내려 온 데다가 그 위는 종가도 아니다. 그나마 아버지는 형제가 많았지만 어릴 때 병으로 일찍 죽었다. 증조부와 조부도 병이 있어 일찍 돌아가셔 집안은 늘 가난했다. 하지만 처가는 종가인데다가 대가족이니 집안은 조선 시대로 얘기하자면 어느 사대부집에 비유할 바가 못 된다. 장인어른 아래로 6형제가 있으며 그 위도 여러 형제가 있어 명절이면 집안은 늘 손이 많다.
왕족의 성이든 그렇지 않든 지금은 무슨 소용이 있나! 가계는 10대를 흘러도 제대로 된 사람이 한 대만 나와도 그 집안은 성공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다. 역사책을 보아도 근현대사를 보아도 모두 죄인이 아닌 집안이 없고 또 유능한 집안이 아니었던 집도 없다. 내가 어떻게 살고 어떤 사회를 만들며 무엇으로 이바지할 것인가가 중요하겠다. 명절이면 온 가족이 모인다. 모이면 술좌석이다. 물론 가볍게 마시며 인사 나누면 좋으련만 술은 과하고 뒤풀이에 몸도 감당하지 못해 실수하며 보내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친가든 처가든 오래 앉아 있으면 짐이다. 가볍게 얘기하고 식사 한 끼 하며 담소 나누었다가 용무가 끝나면 바로 내 머무는 곳에 오는 것이 바르다. 결혼 후 나는 어느 집이든 하룻밤 자고 온 일은 여태껏 한 번도 없다.
광주에서 입금되었다. 어제 기계를 잘 실어 가셨는지 궁금했다만, 일은 모두 잘 되었던가 보다. 소식을 후배 이 씨께 문자로 알렸더니 추석 연휴라 알바가 쉬는지라 가게 일 보고 있다는 문자가 왔다. 언제 시간 봐서 국밥 한 그릇 하자고 얘기한다. ‘네 석락씨 잘 쉬었나요. 국밥 꼭 한 그릇 합시다. 안 먹은 지 꽤 되어 국밥이 뭔지 잊었네요. 시원한 국물 생각 절로 나네요.’ 답변했다. 그러니까 이 씨는 전화하고 출동하겠다는데 기대가 된다.
오후 내내 책 읽으며 보냈다. 매천 황현 선생께서 쓰신‘오하기문梧下記聞’을 읽었다. 오하기문은 책의 원제목이고 번역서는 ‘오동나무 아래에서 역사를 기록하다’로 되어 있다. 선생은 1855년 생生하여 1910년에 졸卒하였다. 책은 일기 형식으로 되어 있지만, 개인의 일기가 아니라 국가의 일로 매천 선생께서 아시는 바를 적었다. 구한말 격동의 시절 여러 사건이 많았는데 이러한 일을 적으며 선생의 말씀도 덧붙여 놓았다. 약 100여 쪽 읽었다.
이건창 선생께서 쓰신 ‘당의통략黨議通略’을 읽었다. 이건창은 전에 일기에 적었지만, 본관은 전주며 조선조 정종의 왕자 덕천군 후생厚生의 후손이다. 그의 집안은 소론 집안이라 노론이 득세한 당시 큰 빛을 발하지는 못했다. 선생의 5대조 이광명(1701~1778)이 강화도에 은거한 스승 하곡 정제두를 만나 이곳에 이주하며 자손 대대로 이어지는 가학이 시작되었다. 강화도는 조선 양명학의 본산이 되고 이른바 ‘강화학파’라는 한국사상사의 특이한 한 학맥이 형성되었다. 그의 가문을 더 얘기하자면 조선 후기의 위대한 사학자이자 실학자로서 방대한 ‘연려실기술練藜室記述’을 저술한 이긍익이 있다. 그는 광명의 종제인 이광사의 장자다. 당의통략黨議通略은 당쟁의 시작과 그 역사를 말해준다.
아까 읽었던 매천 선생께서 쓰신 ‘오하기문梧下記聞’은 그 당쟁의 역사 막바지에 이르는 내용으로 노론의 독주가 국가를 결국 폐국으로 치닫게 되는 과정을 그린 것이라 보아도 무관하다. 왕조 국가에 당쟁을 읽으니 어느 조직이든 어느 가계든 안 그럴까마는 사람이 모이는 곳은 분쟁이 있기 마련이다. 커피도 마찬가지다. 협회를 만든다느니 우리의 권익을 보호하자니 정보를 교환하자며 얘기하는 것도 그렇다. 좁은 시장 헤쳐 나갈 길은 좁고 괜한 이익이라도 보겠다는 것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저 소신껏 내 일을 바르게 하며 덕을 쌓는 것이야말로 진정 사회를 위하는 것이고 나를 위하는 것이다. 당을 만들고 편협한 마음을 가지며 수신修身마저 잃으면 더불어 사는 것은커녕 곧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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