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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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집 컨테이너 사내가 오랜만에 나타났다. 이 땡볕에도 포클레인을 하는 사람은 나와 동갑이라는 이유 하나로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주말에 커피한잔이면 서로에게 기둥이 되었다. 어쩌다 바빠 내려오지 않는 날은 늘 허전한 한주를 보냈다. 일요일 작업이 잡히는 날이면 토요일 밤 11시에 부인을 데려다 놓고 새벽 4시에 현장으로 출근한다는 사내는 과묵하여 말이 별로 없지만 내 시를 읽어주는 유일한 독자다. 굳이 이렇고 저렇고 말하지 않아도 그저 뒷모습만 봐도 저 친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다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모습이다 보였으므로 일요일 오후면 늘 허전하다. 모르겠다. 그 친구도 나를 그렇게 생각 할지는 모르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부부가 멀리서 수탉이 암탉을 돌보듯이 자박자박 놓는 걸음이 너무 아름답다. 그 친구는 전원생활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전원생활을 좋아하는 아내를 위하여 저토록 헌신 봉사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나를 부끄럽게 하는 친구였다. 구리에서 횡성까지는 약 120키로 거리다. 어제는 부인을 모셔다 놓고 친구는 버스를 타고 갔다고 했다. 빗소리가 좋다는 그 친구, 헤어질 때만 운전조심하고 손을 꼭 잡으며 다음주말에 봅시다. 마음을 다해 인사 할 수 있는 친구, 존경하는 친구가 늘그막 새로 생겼다.
댓글목록
이혜우님의 댓글

오영록시인 오랜만입니다.^^
좋은 친구로 산다는 것 부럽습니다.
진솔한 대화한다는 것
술친구 대화하는 것으로도 즐겁지요..
鵲巢님의 댓글

선생님
소식을 이렇게 편지 보내시 듯 조목조목 읽힙니다.
친우 생겼음에 감축드리고요......^^!
선생님 시를 읽고, 흐뭇해 하시는 선생님 용안도 떠오릅니다.^^!
선합ㄴ다. 선생님
ㅎ.....아무쪼록 건강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