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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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이면 보이던 친구가 토요일에도 보이지 않았다. 난 애인처럼 연신 그의 얼굴을 떠올렸다. 하지만, 아내는 내가 그 친구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 턱이 없다. 전화를 걸었다. 부재중인지 받지 않았다. 새벽에 일어나 잔디를 깎은 탓에 잠시 눈을 붙였다. 어슴푸레 잠결 전화벨이 울렸다. 그 친구였다. 아내와의 통화 속에 오늘은 일을 하고 있고 내일 오후쯤 내려온단다. 한 두 시간 잠시 머물기 위하여 장장 4시간 운전을 하여 온다는 그 친구, 어부인 사랑이 이 정도는 돼야 사랑이란 말을 쓰지. 너무 사랑이란 단어를 난발하였다는 생각이다. 일요일 오후 4시가 다 돼서 도착했다. 오전근무를 마치고 왔다는 친구 서둘러 수인사를 하고 텃밭 일을 시작하였다. 한 둬 시간 고추도 따고 호박도 따고 다시 올라올 준비를 하던 친구 급한 걸음으로 내려왔다. 이 삼복더위에 쉬지도 못하고 일을 했으니 저나 나나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다. 손을 잡고 등을 토닥이는데 철퍼덕 철퍼덕 땀이 손뼉을 친다. 안쓰러운 마음에 에고 이 땀 좀 보소. 씨익 웃는다. 더 무슨 말이 필요한가. 그러는 임자는 그 등에 흐르는 것은 등목이라도 한 것이여. 평상에 앉아 살아 놓았던 옥수수 하모니카를 분다. 그래 우리 이제 이순이지 않은가// 너무 무리하지 말자는 묵언의 침묵이 잠시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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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鵲巢님의 댓글

선생님
한 주 잘 지내셨는지요......더위가 말이 아닌 듯합니다.
텃밭을 가꾸시는 모습도 선하게 닿습니다. 더위에 밭을 매는 선생님 모습이 선하게 닿아요....
건강도 챙겨셔야겠습니다.
어쩌면 에어컨 바람 밑에 편히 있는 것보다는 오히려 만사 잊으며 밭을 매는 게 더위를 떨치기에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네요.....ㅎ
땀이 흠뻑 쏟는 것도 좋고요....시원하게 등말도 했으면 하는
등마루에 수박 한덩이면 참은 딱인데요...ㅎ....
정말 덥습니다. 선생님
아무쪼록 몸 생각하셔야 겟어요 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