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鵲巢日記 16年 04月 29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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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75회 작성일 16-04-30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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鵲巢日記 16年 04月 29日

 

 

    맑은 날씨였다. 며칠 전 내린 비 때문일까 씻긴 송홧가루와 황사가 없어 고요한 하루를 보냈다.

    날 맑으면 맑은 대로 좋고 비 오면 오는 대로 좋아야 인생 참 맛이 아닐까! 월말이면 월말이라 그 조급함에 날 맑으면 맑은 대로 걱정,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두려운 것이 경영자의 마음이 아닐까 한다. 이런 와중에도 끊임없는 자아 성찰은 하루를 맞고 하루를 보내는데 어쩌면 가을날 붉게 여무는 사과와도 같은 것이다.

    문학은 사회를 사는데 그 깊이를 다져준다. 깊이는 곧 내 앞을 보고 나가는데 안정적인 토대를 마련하고 세상을 더 바라보는 기반이다. 가장 중심이 무엇인지? 그 중심을 일깨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한다.

    오늘은 시인 노영임의 ‘여자의 서랍’을 읽었다. 시인은 0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문단에 나왔다. 21세기 시조 동인으로 활동한다. 시집의 전체적인 느낌은 편안하다. 그리 어렵게 쓴 시가 아니라 시인께서 보고 느낀 일상에서 주옥같은 성찰로 운을 띄웠다. 시제 ‘꽃, 붉은 대궁’,‘CCTV 카메라의 하루-24시 편의점’,‘퍼즐 맞추기’등을 읽을 때 아마도 시인은 중ㆍ고등 교사가 아니겠나 하며 느꼈다. 물론 이 시집 3부는 교무수첩이라는 소제목으로 한 단락을 이루었음이다. 이 외 작품 중 읽고 이미지 선명하게 띄운 두 편만 고른다면, 나는 ‘장례지도사’와 ‘귀로의 시간-호스피스 병동’을 들겠다.

 

    장례지도사 / 노영임

 

    명대로 사신 당신은 행복한 사람이에요

    며칠 전 찾아오신 분은 5중 추돌사고라나, 하나씩 퍼즐 맞추듯 겨우 꿰맞추었죠

 

    목 언저리 자국 선명한 어제 새벽 손님은

    사는 게 오죽이나 힘들었을까 싶다가도 어린 건 어찌 살라고 참말 모지락스럽네요

 

    이하 생략

 

    장례지도사의 말인 듯 보이나 실제로 그렇겠는가마는 익살과 풍자 또 한 편으로는 슬픔 같은 것이 있다. 우리는 죽음 앞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으나 어떻게 죽느냐를 한 번 되돌아보게 한다.

 

    귀로의 시간 / 노영임

    -호스피스 병동에서

 

    깡마른 바다 갈매기 정강이가 저리 붉을까

    쟁여온 시간들은 골다공증으로 비워지고

    살들은 오디 빛으로 꾸덕꾸덕 말라간다.

 

    어머니, 어머니--

 

    이하 생략,

 

    죽음을 맞은 어머니 얘기다. 이 시조를 끝까지 읽으면 마음이 거저 울컥거린다. 거저 진술로 쓰는 문장과 운과 각종 비유가 들어간 문장은 닿는 그 어감이 틀리다. 예를 들면, 오디 빛 꾸덕꾸덕 말라간다고 했다. 살색이 아닌 이 오디 빛은 또 무엇인가? 죽음의 빛깔을 이리 비유하니 어쩌면 작은 열매와 같고 하나의 씨앗으로 하늘로 또 땅으로 자연을 얘기하는가 말이다. 뒤 문장, 민물 속 모시조개처럼 겨우 떠진 한쪽 눈이라든가 모래알 해감하듯 그렁그렁 가래소리는 어머니께서 병상에 누워 있는 상황을 아주 잘 보여 주는 것이 된다.

 

 

    누렁이 / 鵲巢

 

    청도에서 일 보고 가게 들어가는 길

    누렁이 철창 안에 대여섯 마리 갇혔다

    허기는 덜컹거리며 죽음만 몰아간다

 

    가는 길 아는 건지 동공은 몹시 깊다

    철창 새 튈 수 없는 구린내만 오른다

    세상은 씌운 올가미 성불은 저 몸뚱이

 

    긴 혀도 날름거릴 만도 한데 입 꾹 다문다

    한 번도 갈아입지 않은 넝마를 두른 채

    이제는 함께 갈 동료 곁에 몹시 기댄다

 

 

    오후, 청도, 분점에 다녀왔다. 본부에 들어오는 길, 개장수 트럭이 앞에 가고 있었다. 나는 무심코 철창 안에 든 누렁이를 보며 한동안 따라 달렸다. 그러다가 사진도 한 컷 담았다만, 왠지 짠한 마음이 든다. 날씨도 약간은 더워서 혀도 날름거릴 만한데 거저 입 꾹 다문 채 덜컹거리는 차에 의지하며 있었다.

    詩人은 또 시를 쓴다는 것은 꼭 이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인은 가당치도 않은 말이지만 거저 하루 성찰하며 하루 잘 견디었으면 잘 산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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