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6年 06月 05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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鵲巢日記 16年 06月 05日
팔공산 자락이 다 보일 정도로 맑았다. 바람이 몹시 불었다.
오전, 시* 형께 시간 되시면 커피 드시러 오시라 문자 보냈다. 안 씨와 함께 오셨다. 지난번에 나온 신간 한 권 드렸다. 책이야 별 읽을 게 있을까만, 거저 커피 한 잔 마시며 형의 안부를 묻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했다. 요즘 서울에 사무실 몇 군데 차렸다는 소식과 곧 부산에서 오시는 손님을 여기서 뵙기로 했다며 말씀을 주신다. 안 씨가 서재에서 고흐의 편지 글로 모은 책 한 권을 가져와 읽고 있었는데 고흐에 대한 형님의 생각을 들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 미술계에 큰 파문을 일으킨 ‘조영남’씨의 대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형은 아주 언짢고 불콰한 듯, 한 말씀 하셨다. 조 씨는 미술계에 먹칠했을 뿐만 아니라 작가로서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맞는 말씀이었다.
조영남씨는 아버지 세대다. 나의 아버지와 연세가 같다. 나는 조 씨가 쓴 책 ‘현대인도 못 알아먹는 현대미술’과 ‘이상은 이상 이상이었다’ 책을 사서 읽은 적 있다. 생각보다 그의 입담은 구수하다. 미술을 좀 이해하기에도 또, 문학관련 책이지만, 시인 이상의 시를 그럴싸하게 해석했다. 아니 어쩌면 조 씨가 해석한 게 맞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일반 독자에게 이상이 쓴 시를 쉽게 다가갈 수 있게 썼다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튼, 이번 대필은 미술계뿐만 아니라 예술계에 큰 파문을 일으킨 것만은 분명하다.
형은 부산에서 올라오신 모 손님과 여기 상가, 터줏대감에서 식사하시고 커피도 한 잔 마시고 가셨다.
오후, 내내 조감도에서 책 읽었다. 한, 두 시쯤 지났을까! 손님이 어찌나 많이 오시던지 오늘 주방은 바빴다. 4시 30분쯤 지나 조용했는데 모든 직원이 모인 가운데 한 달 일한 성과를 얘기하고 노력한 일에 감사를 표했다. 모두 수고 많았다. 다음 주 일요일 저녁 일 마감하고 모두 회식에 참가할 수 있도록 부탁했다.
오케스트라 / 鵲巢
다 만든 커피 들고 나가다 다 쏟으며
앞문은 계속 밀며 들어오고 꾹꾹 찬
빈자리 하나도 없어 도떼기 따로 없었다
지휘자 자리 앉아 넘기 힘든 시를 읽고
첼로는 첼로대로 바순은 바순대로
목 타는 오케스트라 고라니처럼 그었다
香 / 鵲巢
죽 뜯긴 봉지처럼 구슬이 굴러가듯
풍미는 더러 붓고 짜르르 갈면서도
담은 향 “어서 오세요” 장미처럼 핀 오후
폭 잠근 사색처럼 개수대 손 담그며
건져도 젖은 풍미 말끔히 닦으면서도
향 담은 “안녕히 가세요” 자루처럼 푼 하루
저녁, 본부에 처형이 다녀갔다. 처갓집은 반곡지와 지척이다. 반곡지는 전국 사진 찍기 좋은 명소 50곳에 선정된 이후 이곳 찾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 처형은 언제부턴가 이곳에서 커피를 팔기 시작했다. 하루 매출이 본점 일주일 판 것과 맞먹는 성과를 올린다. 자리도 그리 많이 차지하지 않아 그저 한 평도 안 되는 손수레 하나로 말이다. 주말 비만 오지 않으면 웬만한 장사꾼보다 높은 성과를 올린다. 반곡지 주위는 그 어떤 상가도 없으며 특출하게 앉아 쉴 수 있는 건물도 없다. 하지만 이곳은 주위 땅값만 어수선하다.
본점, 11시 30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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