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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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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왓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52회 작성일 16-04-19 08:33

본문

시는 핵폭탄 같은 에너지를 필요로하는 장르다.

집중과 천착과 침전이 필요하다

피로는 이 모든 것을 물에 떨군 핏방울처럼 희석 시킨다

 

오늘은 산청 돼지국밥집을 간다. 쭈욱 돼지 비린내를 맡아야 할지도 모른다

금방 손님이 왔다 일어 서는 회전이 빠른 집이니

살이 빠질거라는 희망을 가진다

살이 자꾸 옷을 사게 만든다

돌에 뒤덮힌 상처럼 살에 내덮힌 내가 가엾다

 

문득 차를 타고 아스팔트 위를 달리다가 길을 잃는다

길 위에서 길을 잃는다

여기가 어딘가

나는 누군가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쇠붙이로 만든 차들이 낯설고

천조각으로 몸을 가린 사람들이 낯설고

슈퍼마켓과 세탁소와 호프집이

뜬금없이 세워져 있는 영화 세트처럼 낯설다

사람들이 사람이기 위해 행하는 모든 일들이

부자연스럽고 유치하고 낯설다

 

어제 해신궁에서 얻어 온 시디가 내게

또 한겹 희망이다.

희망, 또 희망 이 진통제를 날마다 먹으며 나는

이 낯설음의 한가운데를 건너간다

베토벤이, 멘델스 존이, 헨델이, 바하가,

모차르트가 리스트가 쇼팽이 오펜바흐가  그랬을 것이다.

그들의 탄식과 환호와 신음과 비명과 콧노래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서부시장 중고 물품을 파는데서도 사지 못했고

헌책방에서도 사지 못했던 시디를

그저 얻다니...

만 얼마면 열장도 살 수 있는 시디를 사지 못해

두 달을 무음의 시간을 보냈다

지독하게도 나는 궁핍하다

술은 사먹으면서 말이다

 

이걸 들어요?

 

은박 띠도 풀지 않은 시디를 내게주며 여사장이 물었다

식당 아줌마가 무슨 클래식을...

 

무슨 교향곡 몇 번 몇 악장..알레그로..뭤이고 모른다

내가 햇빛을 즐기며 햇빛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고 무슨 물질인지 알지 못하듯

나는 그렇게 음악을 듣는다

왜 무엇이 어렵다는 말인가?

아름다운 여자를 아름답다고 느끼는 일이

그녀를 사랑하는 일이 어려운가?

아름다운 것은 그냥 느끼고 가슴에 담으로면 되는 것 아닐까?

식당 아줌마니까 더 음악이 필요하고 시가 필요하다

한달에 십만원하는 달목욕 끊을 돈 없으니까

날마다 오분씩 영혼이라도 샤워하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좋은 차 타고 친구들과 모임하고 드라이브 다닐 여유 없으니까

책이라도 읽고 음악이라도 들으며

이미 살았거나 살고 있는 사람들의 영혼이라도 산책해야 할 것 아닌가?

사람들에게 주제를 파악하게 하고

그 주제에 자신을 끼워맞추며 살게 하는 교육이야말로

천민 교육이다.

사람들에게 주제를 넘게하고

주제 너머를 바라보게 만들고

자신의 주제에 대해 사색하고

자신이 자신의 주제의 리더가 되게 만드는 것이

선민 교육이다.

나는 밑바닥에 굴러보아서 그러고 살아서 안다

죽을때까지 우리가 듣는말

시키면 시키는데로 해라

토 달지 말라

처음부터 우리가 인간으로 태어나지 말고

기계로 태어났으면 하는 바램을 담은 말들

버튼만 누르면 우리가 작동하고

버튼만 누르면 우리가 정지하기를

우리가 그러면 그럴수록 이득을 얻는 사람들이 만든 교육,

 

음악과 시와 예술들이

천민으로 태어나고 살아가는 자들에게 필요한 이유는

그것들이 자유를 느끼게 만들고 자유를 갈망하게 만들며

우리를 자유롭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해진 이 껍데기들을

어색하고 답답하고 불완전하며 부질없어 보이게

음악은, 시는, 미술은, 철학은 가르친다

 

국밥집에 출근하자

느긋이 앉아서 즐기고 나누는 식사가 아니라

택시를 몰다가,

세탁기나 냉장고를 고치러 왔다가

택배를 하러 왔다가

후닥닥 허기를 채우고 가는 사람들의 식사를 차리고 걷고

그들의 음악을 듣고

그들의 시를 읽고

그들의 그림을 보고

그들의 철학을 하는 것이다.

도대체 그들의 시간을 누가 독식하고 있는 것일까?

어쩌다 우주에 가득한 시간이 그들에게는 저렇게도

희귀해져 버린 걸까?

더우기 나에게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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