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6年 04月 26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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鵲巢日記 16年 04月 26日
어느 거리는 벌써 이팝나무가 꽃을 피웠다. 아마도 다음 주면 턱없이 필 것 같다. 마치 솜뭉치처럼
조감도에 경사스러운 일이 생겼다. 감순이가 몸을 풀었는지 아주 홀쭉하게 되었다. 며칠 전에는 배가 똥똥했는데 이제는 날씬하다. 주위 동물을 보면 나름의 개체 활동에 충실함을 본다. 봄이라 꽃이 피고 만물이 소생함을 본다. 노자의 말씀이 생각이 난다. 萬物作焉而不辭(도덕경 2장) 만물은 짓되 변명하지 않는다. 淵兮似萬物之宗(도덕경 4장) 깊어서 만물의 으뜸이고 水善利萬物而不爭(도덕경 8장)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지 다투지 않으며 復歸於無物(도덕경 14장) 다시 아무것도 없는 만물로 되돌아오며, 등 만물을 언급한 부위가 한두 군데가 아니다. 인간만이 인위적이다. 노자가 살았던 세상은 지금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노자가 살았던 시대만큼 앞으로 시간이 흐른다고 해도 지금처럼 자연은 자연으로 남아 있을까!
감순이
배 뿔 뚝 우리 집 감순이 몸 풀었네
복덩이 만나 이산 저산 돌아 댕기다가 자두 밑 흘기며 한숨 걸쳤더니 오종종한 쌧돌이 달덩이 앉혔다네 이내 숲길 새 보금자리 마련하고 한 며칠 또 며칠 지새다가 비 흠뻑 맞았다가 따가운 볕에 쫄쫄 말렸다가 숨 고르고 고르는 그 깊은 밤 지새다가 새벽 빛 가르는 아침, 뜨거운 태양 솟구치는 날, 배 뿔 뚝 우리 집 감순이 이제 몸 가볍다네 허기진 배 움켜잡고 담벼락도 가볍게 후울쩍 그냥 뛰어넘고 발바닥 탁탁 털며 한걸음 또 한걸음 세상 다 품은 이런 날, 꽃 분내 너울 치며 오르는 이 대낮에
훌러덩 탁탁 훌러덩 탁탁 세상 다 품은
오전, 영주 컵 공장에서 사람이 왔다. 커피 전문점에 들어갈 캐리어 서른한 상자 싣고 왔다. 가져온 기사님과 땀 뻘뻘 내렸다. 가실 때 전에 썼던 책 ‘카페 간 노자’ 몇 권 챙겨 드렸다.
오후, 한학촌, 영천 분점, 진량에 커피 배송했다. 영천은 기계를 말끔히 청소했다. 관리 안 한 지가 꽤 된 것 같았다. 고무가스겟이 낡고 굳어 포타필터 끼우기가 뻑뻑했다. 사동 조감도에서 정문기획 사장님 오셔 잠시 담소를 나누었다. 가게 옆에 세를 내놓았는데 벌써 나갔다. 이번 주 목요일까지 이 자리를 비워야 한다며 얘기했다.
博我以文
섬섬히 꽂은 먼 섬 뒤태가 아름다워
따라가 한 줄 꿰고 외워서 엮어 봐도
이제 사 깨닫고 보는 물길 어찌 어리다
한 조각 이는 파도 그려도 유치하고
한 시름 풀어놓고 안은 품 다시 보아
근본이 천하고 천해 모난 돌 짓찧다가
까마귀 열두 번 울어도 내나 그 까마귀
바다가 저리 넓어도 뱃길은 어데 없어
비릿한 짠 내 맡으며 그래도 젖는 이 밤
아서라 젓다 보면 끝끝내 닿은 물빛
그 물빛 떼어놓고 한 장씩 이어가면
언젠가 그립다 먼 섬 또 한 뒤태 남겠다.
저녁, 詩는 마약이다. 쓰면 쓸수록 부족하고 자꾸 파고드는 뭔가 있다. 시간을 죽이는 데는 이만한 것도 없지 싶다. 오늘도 책 몇 권이 배달되었다. 시간은 늘 부족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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