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6年 04月 27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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鵲巢日記 16年 04月 27日
비 오는 이 아침에 전선 위 까치 하나
까까츠 이승 너머 저승을 보았는가
세상 삶 뿌연 안개 밭 쓸데없는 이 울음
종일 비가 내린다. 월말이라 어디든 조용한 것 같다. 오전은 일이 없어 본부에 앉아 시집 한 권 읽었다. 정형시집(時調)은 운이 따라 읽는 맛이 다분하다. 또 어느 시집은 시와 다를 바 없어 문장을 헤아리며 보아야 하는데 난해한 시조도 꽤 많다. 시조 관련 문예지나 또 어느 곳에 등단하려면 음보나 음수는 기본이 되어야 하며 문장을 다루는 비유나 은유 이외 여러 가지 언어를 다루는 기법은 있어야겠다.
이 승하의 평론집을 보고 시집 한 권 산 것이 있다. 박해성 시집 ‘비빔밥에 관한 미시적 계보’라는 책이다. 오후에 몇 군데 커피 배송을 하고 잠시 내 머무르는 조감도에서 이 시집을 그냥 훑어보았다. 이 시집의 4부만 19수지 나머지는 21수씩 담았다. 모두 시조다. 시인의 언어를 다루는 조탁 기술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 한 편 한 편이 언어의 중복도 없이 묘사의 극치를 볼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해 어느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있었다. 아직 나의 내공이 이에 따라가지 못함이다. 이중 가장 마음에 든 시조는 ‘참치통조림’이다.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뚜렷하며 끝에 이르러 김치찌개에 결부시켜 작가의 마음을 옮겨놓는 것도 좋았지만, 서민의 음식은 역시 김치찌개다. 모르겠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자, 시인께서 속 후련히 마음을 담아 쓴 것이라 그럴게다.
괜찮은 문장, 몇 문장 골라본다. ‘신파처럼 헝클어진 빗줄기 그쳤건만’ 이 시집 36p에 있다. 직유로 쓴 문장이다. 그냥 빗줄기가 아니라 신파처럼 헝클어진 빗줄기로 작가의 마음을 볼 수 있다. ‘골다공증 나무 계단 목울대가 젖는 시간’ 이 시집 49p에 있다. 이 문장만 보더라도 여러 가지 문장기법을 볼 수 있음인데 골다공증 나무 계단이 주어부가 된다. 그러니까 작가의 마음을 제유한 셈이다. 어느 정도 나이가 있으신 분이며 여성이며 또 시를 쓰는 마음을 볼 수 있다. 다음 문장을 보자. ‘타다 만 시린 하루가 꽁초처럼 나뒹굴고’라고 했다. 주어부와 서술부만 보더라도 어떤 마음인지 알 수 있음이다. 이 외에도 많은 문장을 들 수 있겠지만, 그냥 책거리 삼아 적어 둔다.
시조는 음보와 음수를 맞춰야 하고 또 거기다가 각종 언어 기법까지 노려야 좋은 시조가 된다. 그러므로 제대로 된 시조는 시보다 오래 읽힐 수 있음이다. 앞으로는 시조에 관한 공부로 하루 일기를 써나갈까 보다.
저녁에 안 사장 다녀갔다. 커피 가져다주었다. 오후에 울진에 더치 공장 운영하시는 이 씨께 커피를 택배 보냈는데 이 씨 생각에 적은 글이지만, 어떤 문장 기법도 없이 음수와 음보만 맞추려고 노력했다.
더치 공장 이 씨
따르릉 사장님 월말에 꼭 송금할게요
커피 좀 볶아주세요 더치 공장 너머로
막다른 길목 가로등 여릿하게 닿아요
경적만 따라붙는 늘어진 고속도로와
빗발은 무지갯빛 사우나서 움켜잡고
까치집 제 홀로 벙긋 곧장 커피 갈아요
어디든 받은 물량 언제든 혼자 뽑아
한 방울씩 억누르며 꾹 다진 질주본능
뻥 뚫은 공병 일병씩 참방참방 채워요
전국 어디든 전화 주세요 더치 드려요
성당도 교회에도 어느 별 할 것 없이
입맛에 꼭 맞는 더치 뽑아 갖다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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