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6年 03月 11日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鵲巢日記 16年 03月 11日
매화가 피다가 말았다. 바람이 차다. 아주 맑았다.
오전, 동호지구에 자리한 독서실에 다녀왔다. 며칠 전 아버지 모시고 병원 갈 때였다. 기계에서 물이 샌다며 전화가 왔다. 아버님 건강진료로 갈 수 없어 양해를 구한 적 있다. 조금 죄송스럽기도 해서 원두커피와 내려 마실 수 있는 드리퍼, 거름종이와 머그잔을 챙겼다. 기계는 밸브 노화가 원인이라 새 부품으로 교체했다.
오후, 옥곡, 사동, 삼풍에 커피 배송 다녀왔다. 정평에 자리한 카페 ‘그놈의 커피’에 다녀왔다. 기계가 이상이 있었지만, 간단히 처리하는 방법을 일렀더니 정상으로 운영할 수 있었다. 아메리카노 한 잔 마셨다. 점장 김 씨는 첼바와 코스타리카를 배합했다고 했다. 코스타리카를 더 많이 썼는데도 첼바 향은 강했다. 잠시 앉아서 여러 대화를 즐기다가 나왔는데 김 씨는 무엇이든지 특별한 것을 좋아한다. 타고 다니는 차도 벤츠다. 하루는 이 벤츠도 몰라 내부공사 전문인, 장 사장께 로고가 원 안에 선풍기 날개처럼 바늘이 세 개나 있습디다 했더니 벤츠아닌교 하는 게다. 벤츠건 뭐건 나는 오로지 우리 차만 타다 보니 뭔 알 수 있나! 김 씨는 로스팅 기계도 다른 집은 반직화식 드럼로스팅 기계를 많이 쓰는데도 불구하고 열풍식 로스팅 기계를 들였다. 가격도 더 비싸다. 더구나 오늘은 기계에 관해 여러 가지 말을 나누었지만, 라마르조끄나 오페라 기계로 자꾸 논한다. 오페라는 월드 챔피언들이 다수 참여하여 사용하기 편하게끔 제작하였다고 하니 매우 궁금했다. 나는 오페라는 만져보지도 못했다. 서울에 무역상에다가 전화하니 도매선 가격이 투 그룹 기준으로 천팔백여만 원이었다. 쓰리그룹은 이천이백만 원이라 하니 들여놓고 쓰기에는 나로서도 부담이다. 하지만 이 기계는 돈 들인 만큼 아주 멋져 보이는 건 사실이다. 기계 앞부분은 세계지도가 그려져 있으며 이 기계를 사용하며 커피 뽑는 것만 상상해도 멋은 이보다 더는 없을 것 같다.
기계를 다루는 사람이야 기계가 좋든 나쁘든 신경 쓰지 않는다. 고장이 나면 뜯어고쳐 쓰며 부품이 없으면 다른 부품을 변형해서 쓰기도 하므로 외관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목공소에 고 사장 뵈러 갔었지만 뵐 수 없었다. 조감도에 탁자 하나를 더 맞춰야 했다. 저녁, 안 사장 오시어 커피를 내려놓았다.
28. 벼루
벼루는 문방사우 중 하나다. 그러니까 종이, 먹, 벼루, 붓 중 하나다. 노자 도덕경을 해석하겠다며 몰입한 적 있다. 이참에 붓글씨로 한번 다져야겠다는 생각에 가까운 큰 문구점에 가 이 문방사우를 모두 샀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이 있으면 아낌없이 투자하는 버릇이 있다. 이 문구점에 내놓은 가장 좋은 벼루와 붓과 종이 그리고 먹을 샀다. 제법 큰 벼루에다가 먹을 가니 그 가는 맛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한지에 한자 한 자씩 쓰는 맛은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다.
하루는 커피 납품 들어가다가 카페 우드에 들릴 때다. 우드 사장님은 목공예가시다. 전에는 아주 멋진 앉은뱅이책상을 선생으로부터 선물 받았다. 거기다가 벼루 담을 수 있는 곽을 만들어 주시겠다며 말씀을 주신다. 나는 감사했지만 극구 사양하기까지 했는데 선생은 구태여 해주겠다며 말씀하시니 하루는 쓰던 벼루를 들고 갔다. 선생은 벼루를 보시더니만, 영 탐탁지 않게 여겼나 보다. 그래도 이 벼루는 문구점에서는 가장 비싼 거였다. 그러니까 제일 큰 것이었다. 가격은 일만팔천 원이나 들였다. 이걸 살 때만 해도 나는 이것보다 더 나은 것은 없으리라 여기며 갖췄지만 내 생각은 영 틀렸다. 선생은 가게 여 밑에 야미안이라는 선술집이 있었는데 선생과는 지인이며 함께 목공예가로 자주 만난다. 이 집은 외모도 범상치 않았다. 아주 고풍스러운 멋이 있었는데 문도 미닫이였다. 스윽 밀며 들어갔다. 선생은 지인의 벼루를 보여 주었다. 바로 문 앞에 있었다. 지인 모 선생께서 나오시어 인사했다. 나도 정중히 인사했다. 이 벼루는 중국 단계석으로 만든 것으로 아마 값을 따지자면 삼십만 원 줘도 못 사지! 했다. 그래 보였다. 돌은 빛깔이 있었고 먹을 갈 수 있는 부위와 먹물 고이는 연지는 깊이가 있었다. 한쪽은 돌을 새겨서 어떤 문양을 자아냈는데 용을 그리기도 하며 산수화의 일종인 산과 천도 초가집까지 새겨 넣기도 한다. 보자마자 탐이 나는 거였다. 카페 우드 사장께서는 이거 그만 뺐들어 가까? 호! 그러게 말입니다. 좋으네요. 그리고 다른 벼루도 더 보여주었는데 나는 문구점에서 샀던 그 직사각형 벼루가 영 없음을 알게 되었다.
벼루는 돌로 만들기도 하지만 도자기나 찰흙을 구워 기와처럼 만들어 쓰기도 한다. 이를 도연陶硯과 와연瓦硯이라고 한다. 형태도 꼭 직사각형만 있는 게 아니라 원형도 있으며 타원형 풍자형도 있다. 먹을 가는 부위를 연당硯堂이라 하며 묵도墨道라고도 한다. 갈려진 먹물 즉 묵즙이 모이는 곳은 오목한 데 이를 연지(硯池), 또는 연홍(硯泓), 연해(硯海)라 한다.
좋은 돌은 빛깔이 나며 이 속에 자연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옛날부터 돌에 각별한 의미를 두었다. 구석기시대부터 이 돌을 사용했지만, 특별한 것은 장식하며 보며 즐겼다. 아마 선사시대 우리 선조는 손도끼나 돌도끼도 그 빛깔이 좋은 것은 장식용으로도 갖췄을 것이다. 아름다운 것은 자연이다. 자연을 깎아 만든 벼루는 소장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에휴 이런 돌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