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鵲巢日記 16年 03月 13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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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92회 작성일 16-03-13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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鵲巢日記 16年 03月 13日

 

 

    무척 흐린 날씨였다.

    아침 일찍 아내와 함께 영대 서편에 자리한 소고기 국밥 집에 다녀왔다. 아침을 먹었다. 대구 동성로에 직영점 하나 냈다며 현수막이 붙었다. 아내는 여기도 가맹점이나 직영점 내나보다며 얘기하기에 대구 곳곳 영업하는 곳이 많음을 모르나 보다. 이 집 국밥은 다른 데와 각별히 다른 것이 있다. 차를 주차하고 매장에 들어간다. 매장 안에 들어가는 길은 약간 가파르기도 하며 이 가파른 길을 오르고 나면 어느 정각에 와 있는 듯 바깥 영대가 훤히 내다 빈다. 정각에 오르고 나면 좌측에 유리 막으로 가려져 있기는 하나 가마솥이 무려 다섯 개나 있음을 볼 수 있는데 모두 장작불 때며 있고 종업원 한 사람은 포갠 빈 국그릇 여러 얹은 아주 널찍한 쟁반을 들고 서 있다. 그 옆은 이 집 대표가 서 있는데 종업원이 국그릇 하나씩 내다 밀면 국을 아주 정하게 담으신다. 그러니까 국자를 들고 위쪽으로 한 번 가볍게 밀고는 좌측에서 우측으로 배를 띄운 듯이 하여 돌렸다가 그제야 폭 담근 듯, 한 국자 퍼 올린다. 예술이면 예술이고 장인의 혼이라면 혼이다. 다른 솥들은 김 모락모락 나며 그 밑에 장작은 활활 타올라서 옛날 소죽 끓이던 기억이 모락모락 나기도 하는 것이었다.

    이집은 자리 앉기에 무섭게 국과 밥이 금방 나온다. 나는 몇 숟가락 밥을 뜨고는 나머지 밥을 국에다가 다 쏟아 넣고 비비는데 한 두어 숟가락 뜨고 나서는 ‘아지매, 여기 국 쪼매만 더 주소’ 하면 국 한 그릇 금시 나온다. 작은 국자 한 국자만 뜨고 나머지는 아내에게 민다. 아내는 언제나 이집에만 오면 국만은 두 그릇은 너끈히 자시기 때문에 미리 선수 치는 것이었다. 언제나 적게 먹고 가자고 해도 여지없이 국은 한 그릇 더 시키는데 이제는 내가 미리 더 달라고 한다. 하여튼, 아침 든든하게 먹었다.

 

    오전, 압량에서 전화 왔다. 변기가 막혔는지 대변이 내려가지 않았다. 며칠 전, 성당에서 길목에 땅을 파헤치며 공사한 일이 있다. 오수관을 잘 못 건드렸음이 분명했다. 성당에 일렀다. 물이 전혀 내려가지 않는 데다가 오수관도 건물 바로 옆이라 믿어 의심치 않은 일이다.

 

    오후 본부에서 책 조금 읽다가 촌에 다녀왔다. 집에도 조감도에도 쌀이 필요했다. 집에서 오는 길 영풍문고에 들러 책 두 권 샀다. 곧장 조감도에 갔다. 전에 교도소에 있다며 얘기하신 선생께서 출소하셨나 보다. 조감도에 아내와 함께 오시어 인사했다. 이 선생은 얼굴이 말이 아니다. 무언가 근심거리가 가득했는데 아내는 얼굴 꽤 밝았다. 커피 한 잔 마시며 커피 사업에 관해 말을 이었다. 포항에서 영덕 가는 방향이지 싶다. 선생은 보아놓은 자리도 있기는 하나, 선뜻 하기에는 고민이 많아 보였다. 나는 밀양, 표충사 가는 길목에 에르모사, 이 집에 꼭 한 번 들러보라며 조언했다. 여기 길목은 땅값은 그리 높지 않지만, 매출은 상대적으로 괜찮은 편이다. 물론 이 선생은 집이 포항이라 여기서 사업하시라는 얘기가 아니라 저렴한 지대에도 불구하고 에르모사는 꽤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음을 한 번 보시라는 뜻이었다. 단독 건물에 주차될 수 있는 공간은 그리 많지는 않다. 하지만. 객단가에 비해서는 부족함이 없다. 선생은 가실 때 작은 화분 하나를 주셨는데 마음 흡족히 받았다.

 

 

30. 먹(墨)

 

    문방사우 중 하나다. 주로 직사각형의 형태를 띠며 까맣다. 벼루에다가 물을 붓고 이 먹을 갈아서 잉크처럼 만든다. 붓으로 이를 찍어 글을 쓰거나 그림 그릴 수 있다.

    먹을 만드는 방법은 아교阿膠와 송연松煙, 유연油煙의 그을음을 이겨서 반죽하고 향료를 첨가하여 틀에 넣어 성형한다. 성형한 이를 건조하면 먹이 된다. 그러니까 먹을 만드는 원료는 세 가지다. 매연煤煙, 교膠, 향료香料다.

    아교阿膠는 짐승의 가죽, 힘줄, 뼈 따위를 진하게 고아서 굳힌 것으로 끈끈하다. 송연은 소나무나 송진을 태운 그을음이며 유연은 각종 기름을 태워 만든 그을음이다. 보통 유연油煙 먹을 상등의 먹으로 친다. 이는 견고하며 치밀하며 덜 닳으며 까맣게 빛이 난다.

    요즘은 공업연工業煙 선연 먹을 많이 쓰기도 한다. 이는 카본에다가 향료와 아교를 섞어 만든 제품이다. 이러한 먹도 잘 쓰지 않는다. 이제는 조그마한 플라스틱 병에다가 먹물을 담아 파는데 내가 글을 쓰고자 하면 벼루에다가 몇 방울 떨어뜨려 찍어 쓰면 된다. 이 몇 방울도 색상은 좋아, 화선지 한 장은 충분히 쓸 수 있으므로 많이 떨어뜨려 버리는 일이 없도록 한다.

    혹여나 먹을 갈라고 치면 맑은 물을 사용한다. 뜨거운 물이나 너무 찬물은 좋지 않다. 뜨거운 물은 너무 빨리 풀려 입자가 굵고 너무 찬물은 먹의 광택에 손상을 준다. 먹을 갈 때는 무겁게 눌러서 가볍게 민다. 반드시 수직으로 세워서 한쪽으로 간다. 사용한 후는 휴지로 깨끗이 닦아 보관하되 물과 거리가 멀어야 한다.

    어찌 보면 우리의 멋은 단순하고 간결하다. 벼루도 기교를 부려놓은 것보다는 반듯한 것을 많이 썼으며 붓이나 이 먹도 마찬가지다. 직사각형에 반듯하기만 하다. 종묘도 마찬가지다. 오로지 길고 한 일자로 우리의 전통을 이야기한다.

    먹의 짙고 옅음으로 그린 그림이 수묵화다. 우리의 선조는 사군자를 많이 그렸으며 그 깊이는 단순한 것 같아도 헤아리기 어려운 선비 정신이 배여 있다.

    오로지 까맣고 하얀 세상이다. 한 세상 사는 것은 이 흑백을 논하는 것이다. 내 뜻을 바르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 배워야 하며 이 배운 것을 잊지 않고 실천하며 실천한 것을 다시 다듬어 놓으면 완전히 익힌 것이니 어디든 뒤지지 않아 늘 곧고 바르다.

    이것이 선비다.

    공자께서는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면 불역열호不亦說乎아라 했다. 배우고 늘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 게 어디 있겠는가! 한자는 그 한 자 한 자가 철학이다. 하루에 몇 자는 써 마음 수양을 하자. 세상이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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