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6年 03月 16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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鵲巢日記 16年 03月 16日
맑은 날씨였다. 매화가 보이기도 하고 도화 같기도 한 꽃이 보였다.
오전, 압량은 공사를 진행한 것 같다. 오후쯤 들렀을 때 이미 깨끗하게 마무리 되었다. 개장과 더불어 밀양과 대구 곽 병원, 하양에도 다녀와야 했다. 아침부터 공사현장에 있다가는 이 일을 다 처리할 수 없을 것 같아 가지 않았다. 공사관계자는 전화했었지만, 받지 않았다. 압량 오 씨께 모두 지켜볼 수 있게 한 통의 문자만 넣었다. 그러니까 몇 시간 뒤 문자가 왔다. ‘도로 작업한 사람 잘못이 아니고, 상수도 하면서 깨졌네요. 일단 자기들이 공사 공짜로 해준 다네요. 전화 오면, 화내시지 마시고 좋게 받아주세요. 화내시지 마세요. 일단 다 마무리해준다고 하니까. 제가 얘기 잘하고 있으니까. 본부장님도 화내지 마시고, 고분고분하게 얘기 잘하세요. 제발’ 그러나 문자 받은 이후는 전화 오지 않았다. 한 장의 사진이 전송되었는데 아주 말끔히 처리 되었다. 참! 고마워해야 할 일인가! 어쨌든 성당 공사로 인해 생긴 일 아닌가 말이다.
밀양에 다녀왔다. 이렇게 오전에 퍼뜩 다녀온 것은 처음이지 싶다. 에르모사 점장 상현 군은 이제 자다 일어난 것 같았다. 머리는 까치였고 바지는 잠옷 같은 데 아닌 것 같고 푸시시한 눈매로 인사한다. 이때가 11시쯤이었는데 엊저녁 늦게까지 일이 많았다며 얘기한다. 커피를 내려놓고 기계를 손보았다. 커피 뽑을 때 옆으로 물이 샌다며 얘기한다. 고무가스겟이 다 되었음이다. 고무가스겟(gasket)은 도넛형태로 도넛보다는 가는 것이고 새카만 고무 재질이다. 이는 커피를 담은 포타필터를 기계에 아주 밀착시켜 주는데 압이 딴 데로 가지 않게끔 하여 진하고 맛깔스러운 커피를 뽑는 데 도움을 준다. 커피를 많이 뽑거나 어느 정도 시기가 지나면 갈아야 한다. 마치 자동차 타이어가 마모되듯이 말이다.
대구 곽 병원 매점과 하양 두 군데 커피 배송 다녀왔다.
오후에 일어난 일이다. 압량초등학교 근방이다. 어쩌다가 이 길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아주 큰 사건이 있었다. 버스는 갑자기 끼어든 어느 승용차를 피하려다가 핸들을 우측으로 꺾었는데 그만 전봇대에 부딪혔다. 문제는 전봇대가 부러졌는데 차를 빼면 이 전주가 곧 넘어갈 것 같다. 그때 일 때문에 그냥 지나갔지만, 일 마치고 또 이 길을 지나갔다. 아까는 레커차와 소방차 그리고 구급차가 여러 대 오가는 모습을 보았는데 이번에는 대형 크레인 차가 두 대, 한전에서 나온 차가 몇 대씩 줄지어 섰고 중장비 한 대가 와 있었다. 한 사람이 부러진 전주를 마저 끊었다. 그러니까 산소용접기로 떼어냈다. 크레인 한 대는 부러진 전주 중간쯤에 바를 묶어 들어 올린 상황이었고 중장비는 땅에 박힌 전주를 뽑아냈다. (그러니까 위 전선은 팽팽한 상황이다) 뽑아낸 자국은 약, 사람 한 길 정도 되는 깊이다. 부러진 전봇대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사람 한 길 정도 되는 나선형 드릴로 뽑아낸 자리에 넣고 여러 번 돌려 땅을 후벼 파는 것이었다. 거기다가 마치 실꾸리 같은 둥근 롤만 실은 한전 차도 자주 드나들었는데 전시상황은 아니었지만, 꽤 환심 사기에 부족함은 없었다. 이 광경을 보는 사람이 아주 많았다. 도로 양옆에 또 마트에 나온 사람 우체국에 들렀다가 나온 사람 면에 일보고 나온 사람, 이발소, 문구점 할 것 없이 용무 마치고 나온 사람은 잠시 잠깐 구경하기 바빴다. 나도 차를 한쪽에다가 세워두고 잠시 지켜보기까지 했다. 어찌 보면 아주 위험한 작업인데 또 이러한 작업은 자주 보는 일도 아니라 유심히 보았다.
조감도 마감하고 들어올 때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아주 말끔했으며 전봇대는 새것에 거기 걸쳐놓은 전선은 깔끔하게 지나간다.
저녁, 카페 우드테일러스에 다녀왔다. 점장 내외분은 열정이 많으신 분이다. 수성못 근처에 있는 카페다. 요 며칠 전에 다녀오셨다. 세간의 이목을 끄는 단일면적으로 아주 큰 카페로 올 초에 개업한 집이다.
33. 산패酸敗
산패란 대기의 산소와 결합하여 어떤 물질이 기수분해 되거나 산화되어 맛과 향, 색이 본래의 성질과 다르게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어떤 것은 불쾌한 냄새까지 동반하기도 한다. 커피도 하나의 씨앗이라 그 해 경작한 원두라 해도 따고 담은 시점에서 산화되는 건 마찬가지다. 우리는 볶은 커피만 산패되는 줄 알지만, 생두도 오래 둔 것은 맛이 떨어진다. 더욱, 볶음과 분쇄와 추출한 커피는 훨씬 더 빨리 산패한다. 볶은 커피는 그 강도에 따라 산패가 다를 수 있으며 분쇄 또한 굵고 낮음에 따라 산패 빠르기가 각기 다르다. 아무래도 많이 볶은 것은 팥콘처럼 부풀기도 커서 내면의 입자 즉, 다공질적조직도 더 크다. 분쇄도 마찬가지다. 더 조밀하게 쓴 커피가 향은 더 빨리 날아간다. 추출한 커피는 이들보다 더 빨리 산패되는데 뽑은 커피는 20여 분 안에 마시는 것이 가장 맛있다.
커피집이 유명할수록 파는 커피는 점점 작은데 이는 카페 이미지 관리 차원도 있다. 예를 들면, 커피를 많이 담아서 소비자께 내면 처음 살 때는 인심으로 여길지는 모르나 실지로 이것을 다 내려 드시기에는 한 며칠 더 걸리는 법이다. 어쩌면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시간이 지나가 버리면 커피는 이미 산패가 돼서 맛과 향은 없다. 그러니 유명 커피 집일수록 자기 이미지 관리에 신경 아니 쓸 수 없음인데 파는 커피 봉투까지도 영향은 간다. 커피를 담은 봉투 또한 작고 아담하다. 그러니까 한 두어 번 정도 내려 마실 수 있는 커피만 담아 판다. 가격도 만만치 않다.
하루는 지인께 커피를 택배로 보냈다. 정성껏 볶아서 담았는데 그 날 보낸 것이 아니라 다음다음 날 보냈다. 아직 드시고 있던 커피가 조금 남았거나 아니면 무슨 일로 커피 한 잔 내려 마실 수 있는 여유가 없었거나 또 다른 이유로 그리하였을 것이다. 볶기는 미리 다 볶았다만 이것을 또 금시 갈아놓았으니 산패는 여지없이 진행은 된다. 이틀이라고 하지만, 커피에 민감한 사람은 여실히 깨닫기 마련이다. 커피를 받고 전화가 왔다. ‘이번에는 전에 보다 커피 향이 좀 못한 것 같아.’ 어찌나 마음 쓰였든지 그리고 한 며칠 후, 스페샬 커피 한 봉을 어디서 들어온 게 있어 나도 맛을 볼 겸 조금 갈아 다시 올렸다. 전화가 왔다. ‘아니 괜한 일로 번거롭게 했구먼, 이러지 마’ 거저 마음이었다.
커피는 내 경험으로 보아서는 한 보름까지는 괜찮다. 오래는 한 달까지도 괜찮다. 물론 보관 방법이 중요하다. 커피 집에서 산 커피를 우리는 한 번 내려 마시고는 이것을 냉장 보관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며 아주 크게 우려하는 분도 적지 않게 만났다. 그럴 필요 없다. 그냥 실온에 보관하면 된다. 대기 온도가 25도 이상이고 장기 여행을 간다거나 오랫동안 집을 비우는 일이 있으면 잠시 냉동이나 냉장 보관하는 것도 괜찮다. 또 오래 마시게끔 아주 큰 봉투로 사다 마시는 경우는 드물어서 작은 봉투로 사서 자주 내려 드시는 것이 좋다.
내가 거래하는 주 은행이 있다. 금고다. 마을금고에 원두 뽑는 기계를 설치한 적 있다. 여기도 커피를 직접 볶아 대주고 있다. 나는 한 번씩 그러니까 최소 일주일에 한 번은 이 금고에 간다. 계산대에 앉은 직원은 상냥한 말씨로 ‘차 한 잔 드릴까요?’ 하며 예쁜 미소와 함께 건네는데 그러면 나는 여지없이 ‘네 커피 한 잔 주세요. 설탕 없이요’ 한다. 한 번 들어갈 때 커피는 500g 봉투로 12봉씩 넣는다. 그러면 약 3주가량 쓰는데 들릴 때마다 이 커피를 마시면 이것보다 더 구수한 것도 없다.
산패
어떤 물질만 산패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의 몸은 생명체지만 시간은 그대로 인 것 같아도 몸은 늙어간다. 산패와는 다른 개념이다. 하지만 변화하는 것은 똑같다. 마음은 젊을 때와 비교해서 그리 차이는 없지만, 몸은 이미 노화되어 간다. 누구든 죽음을 비껴갈 수는 없다. 꽃이 피면 이파리도 떨어지는 날이 있다. 가벼운 하늘에 구름을 탄 듯이 그렇게 승천할 때 있다. 꽃이 피는 것도 때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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