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6年 03月 22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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鵲巢日記 16年 03月 22日
꽤 맑은 날씨였다.
사동, 조회했다. 배 선생은 어제 지인과 함께 전복 파티를 열었다고 했다. 그러나 전복은 값이 꽤 나가는 거라 사람도 여럿이라 어느 식당에 자리하는 것은 큰 부담이었다. 그러므로 아예 전복을 사서 괜찮은 자리 빌려 함께 먹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그렇게 하기로 했나 보다. 마침 모인 사람 중에 어느 분 소개로 장소 또한 멋진 곳을 무상으로 임대 받기까지 했다. 대구 어디라고 했다. 여기는 산 좋고 물 좋은 어느 산자락이었는데 말하자면 별장이다. 이 집 주인은 수백 억대 자산을 일군 사람으로 주인장 명성을 오늘 들었다. 자영업에 종사한 사람으로 오백 억대 자산을 일구었지만, 한 푼도 못 쓰고 죽었다. 사인은 심장마비였다. 한때는 꽤 베풀며 살았다고 한다. 구청에서도 못하는 일로 노숙자를 위해 무료 급식도 했으며 자선 사업을 여러 펼쳤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다. 천만 원대의 자산을 일군 사람은 1억 원대의 자산을 부러워한다. 1억 원대의 자산을 일군 사람은 10억 원대의 자산을 일군 사람을 부러워하며 이는 또 그 이상을 부러워하기 마련이다. 다시 말하면, 다섯 평짜리 카페 주인장은 10평짜리 카페 주인장이 부럽고 10평짜리 카페 주인장은 100평짜리 카페 주인장이 부럽다. 100평짜리 카페에 일하는 점장은 영업이 좀 못해도 다섯 평짜리 카페 주인장이 부럽다. 물론 시기심도 있을 것이며 알게 모르게 질투나 비난 같은 것도 숨겨져 있다. 나 또한 자본은 없다고 하나 자산을 일군 사람으로 보면 젊은 층보다는 가진 자에 속하고 기득권자에 이르니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으며 비난의 소지도 함께 가졌다. 경영은 한 편으로는 가족을 위한 것이지만, 또 한 편은 바깥도 생각해야 한다. 그러니 힘든 일이다. 커피를 넣고도 돈을 못 받는 예도 있으며 기계를 넣고도 돈 받기 어려운 곳도 있다. 그러니까 배 선생은 한마디 한다. 그건 ‘본부장님의 매력이자 단점인 것 같아요.’ 이것은 솔직히 말하자면 바보 같은 행위다.
나는 한동안 기업의 마케팅에 관한 생각을 깊게 했다. 자연스러우면서도 꾸준한 것은 무엇인가? 가식적이지 않으면서도 도덕적인 것은 무엇인가? 절대 큰 비용은 아니면서도 최소한의 이점 하나만큼은 가져갈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사동 분점에 커피 배송 다녀왔다.
신대부적리 펫-카페에 다녀왔다. 어제 채 못 가져간 물품을 가져다 놓았다. 이 집을 내부 공사했던 젊은 친구, 와 있었는데 메뉴판 붙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페인트 상사에 다녀왔다. 조감도에 쓸 탁자에 칠할 페인트가 필요했다. 얼마 전에 목공소에 탁자 몇 개 부탁했다. 목공소 사장께 페인트를 들고 가, 칠을 부탁했다.
저녁, 조감도에서 부건 군과 태윤 군과 함께 먹었다.
밤늦게 청송에서 동영상과 문자가 왔다. ‘본부장님 커피 추출이 한 쪽은 김만 나와요’, 어딘가 막혔다. 뚫어야 한다. 내려가야 한다. 청송에 내려가야 한다. 아! 다녀와야 한다.
39. 댓돌
마!읽어라
아니면말고
댓돌은 한옥에서나 들어보는 말이다. 꼭 사대부 집에서나 볼 수 있는 말 같기도 하지만 서민의 집에서도 댓돌은 있었다. 그 차이는 전자는 아주 길고 품격이 있고 너르고 마당을 훤히 내다볼 수 있게 만든 것이라면 후자는 좁아 그저 한 발짝 떼어 오른 것에 불과하다. 댓돌 위에는 안채로 들어설 수 있게 디딤돌이 놓였다. 디딤돌에다가 신을 벗어놓고 오르기도 하며 댓돌에다가 신을 벗어놓고 디딤돌 밟으며 안채에 들어가기도 한다. 이것도 어떤 계급적인 자태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지체 높으신 어르신이야말로 디딤돌에다가 신을 벗어놓고 안채에 오를 수 있지만, 아래 것은 가당치도 않은 말이다.
댓돌에 올라서면 마당은 훤히 내다빈다. 커피로 얘기하자면 바에 서는 기분이다. 매장 안이 훤히 내다보이니 손님의 동태가 한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댓돌에 서 있는 자는 귀품 가는 양반네 마음으로 서 있으면 안 된다. 오히려 머슴과 같은 마음으로 시중드는 자리다. 그러니까 마당이 이때는 상석이다. 손님의 의중을 읽고 바라는 메뉴를 주문받으며 무엇이 부족한 것은 없는지 서서 살피는 자리다. 손님이 없을 때는 댓돌은 깔끔한지 보아야 하며 기계와 여타 장비의 기능은 제대로 수행하는지 확인하며 커피는 언제 볶은 것이며 맛과 향을 위해 수시로 살펴야 한다.
우선은 댓돌이 깔끔해야 하며 다음은 마당이다. 머슴은 마당을 항시 청결하게 하는 것은 기본의무다. 손님이 무엇을 빠뜨리고 가지 않았나 확인하며 무엇이 묻어 있지는 않은지 자리는 깨끗한지 테이블은 무엇이 묻어 있거나 부스러기나 휴지 같은 것이 나 뒹굴지는 않는지 확인한다.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곳에 휴지와 이물질은 끼어 있다. 예를 들면 자리도 모서리나 틈새에 손을 찔러 확인하면 캡슐 같은 것도 더러 나오는데 이것도 깨끗이 청소해야 하며 자리 밑에도 무언가 던져놓고 가는 손님도 있으니 깨끗이 치워야 한다. 한마디로 댓돌에 서 있는 자는 머슴이다. 그러므로 바리스타는 머슴이다.
글에서 댓돌은 머리말에 해당하겠다. 본체에 들어가기 전에 한 번 집 둘레를 보는 격이다. 어느 작가든 이 댓돌만큼은 멋지게 다듬으려고 한다. 이는 곧 자기 집을 겉으로 소개하는 것과 같아서 누구든 초대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다. 집도 본인이 지어야 후회가 없으며 글도 본인의 삶과 경험이 묻어나야 진정한 글이다. 글을 쓰는 것은 내 생각을 적는 것이며 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며 그나마 있다면 작은 지식을 논하는 것이라 내 것이 아니라면 굳이 글을 쓸 필요가 없다. 그러니 글을 쓸 때는 가장 먼저 지켜야 할 것이 나 자신을 속여서는 안 된다. 어떤 때는 너무 사실적이고 솔직한 얘기라도 그냥 그대로 놔둬라! 글은 글뿐이다. 또 읽고 논하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다.
쓰는 사람은 자신을 들어내는 것이지만 한 시대의 표상이라 동감하는 사람도 있으며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최소한 마음은 보이지 않았던가! 그러므로 긁어 마음 상한 일이 없도록 한다.
댓돌은 그 집에 한 번 올라가 둘러보는 것과 같아서 집이 어떻다는 것을 느껴보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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