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사람이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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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 일어나 오줌을 누러 갈때면 문득 달빛이 궁금해진다. 제대로 된 잠금장치 하나 없는 시골집이라 습관적으로 꼭꼭 잠근 창문 하나를 열고 겨울 새벽 정취를 불러들이는 것이다. 오늘은 달빛이 아니라 빗물에 녹아 내린 가로등 불빛이다. 도시에서 왼팔처럼 갈라져 있는 이곳에서 적막에 가까운 고요를 기대하면 않된다. 밤이면 별빛보다 사람들이 지핀 불빛이 성성한 곳이다. 이전 같으면 한참을 바라보았을터인데 이젠 겨울 정취보다 추위가 더 빨리 몸속으로 파고 든다. 설날에 뵙고 온 아버지는 건강해 보이셨다. 천둥산 박달재 노래를 불렀고, 돌아가는 삼각지 노래를 가사하나 틀리지 않고 불렀다. 오른 손, 왼 손, 오른 발, 왼 발, 오른 손, 왼 발도 훌룡하게 해내셨다. 그런데 요양사들에게 치근거려서 한 요양사가 그만두었다는 전화를 오빠가 받았다고 했다. 아버지는 평생 엄마 한 사람만 여자로 보고 산 사람이였다. 술도 담배도 하지 않고, 늘 어디로 가시든 엄마를 끼고 다니시던 분이셨다. 요양원에 가신 이후에도 줄곧 옥자를 찾으셨다. 아버지는 구리스 기름통을 들고 차 밑을 기어다니던 분이라고 믿기 어려울만큼 인물이 좋으셨지만 엄마 이외의 여자를 곁눈질해서 우리 가족을 불안하게 만든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아버지를 제어하던 장치가 고장 난 것 이다. 요양소의 요양사들의 자질을 탓하기엔 너무 미안한 일이다. 내 얼굴과 이름을 고모로 햇갈려 하는 것처럼, 똥 오줌을 기저귀에 싸는 것처럼, 잠들지 않아도 이를 뿌득뿌득 가는 것처럼, 아버지가 별로 젊지도 이쁘지도 않은 요양사들에게 성적인 충동을 느끼고 그것을 참지 못하는 것도 하나의 증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에 관해 정상인과 같은 시각으로 감정적인 대응을 한다는 것은 정말 그 요양사가 요양사란 직업을 밥벌이로 밖에 생각치 않은 탓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같은 여성으로서 냉정하게만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마음이 상하고, 사는 일이 이렇게 더럽고 눈물겹나, 정말 살기조차 싫어 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기독교 재단인 그 요양소는 불교 재단인 이전의 요양소에 비해 인간적인 이해와 여유가 부족한 건 사실이다. 그것이 꼭 종교적인 이유에서 일까마는 뇌가 망가졌을 뿐 아직 멀쩡한 육체를 가진 남자 노인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전제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사실 남자들의 욕망 자체가 남자로서 그의 건강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것을 어떤 방법으로 실현하는가? 혹은 어떤 실현 방법도 존재하지 않을 때, 그것을 어떻게 통제하느냐의 차이일 뿐이지, 사실 남성의 뇌는 성범죄자의 뇌와 다르지 않다. 여성 역시 어떻게 좀 능력있는 배후자를 만나 좀 더 안락한 조건에서 자신의 난자에서 태어난 아이를 양육하느냐, 아니면 아이와 상관 없이 남성의 덕을 보느냐를 생각하는 건 창녀의 뇌와 다를바 없다. 아버지가 지금 집에 계시지 않고 그기에 계신 이유는 뇌의 고장에 있다. 요양사 자격증을 따는 과정에서 남자 치매 환자들의 그런 증상에 대한 교육과 숱한 대처 방법들을 교육 받았을 것이다. 그것은 그저 이론적인 주입이였을까? 사실 하루 종일 중앙관제탑이 고장난 한마디로 말해서 노망난 늙은이들에게 시달리는 그녀들에게 인간적인 연민만을 강요하는 것은 너무 비인간적이다. 그녀들도 인간이고, 그들 또한 아직은 인간이다. 인간의 범주란 그렇게 넓은 것이다. 유영철 또한 아직도 인권의 보호를 받고 있지 않은가? 모르겠다. 하나만 생각하는 인간은 스스로에게 정말 유익한 인간이다. 내 아버지의 입장에서만 생각할 수 있다면 나도 좋겠다. 어쨌튼 설이 지났고 비가 내린다. 저 비가 땅속으로 스며들어 꽃과 나무 뿌리와 동물들의 겨울잠을 깨울 것이다. 어젯밤에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 나도 겨울잠을 끝내고 싶다. 내게도 저 차가운 겨울비가 스며들어, 종일 식당을 쫓아다니는 꿈을 꾸는 이 겨울잠이 좀 깨어났으면 좋겠다. 깨어보니 꿈이라 더 이상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아침이 왔으면 좋겠다. 나의 적면공포증은 점점 나의 면상을 장악하기 시작한다. 나는 나의 극심한 부끄러움이 감옥같다. 사람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어떤 상황에서도 꿈쩍 없는 두꺼운 낯짝을 나도 갖고 싶다. 나도 간사스럽고 교활하고 유들유들하고 싶다. 적당히 사람을 이용해먹고, 오로지 돈이라는 목표만 생각하며 모든 것을 눈감을 수 있는 인간이 되고 싶다. 내가 술을 마시고 주정을 한다고, 날더러 사람이 되라는 말을 하는 인간들이 더러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사람으로서 한참 부족한 건 사실이다. 사람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가식이나 트릭이나 비열함과 치사함 같은 능력을 나는 길러야 할 것이다. 나는 맨정신으로 사는 것이 너무 버겁고 무섭다. 그러나 올해는 맨정신으로 살아보고 싶다. 그럼에도 보편적인 사람으로서의 나의 자질이 향상 되지 않는다면, 나는 도대체 무엇이 되어야할까? 술을 마신다고 자책할 것도 사실은 없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듯 술을 마시니까 사람이다. 나는 사람 이외의 동물이 술을 마시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술을 마시니까 사람이고 사람이니까 술을 마시는 것이다. 도대체 사람이란 누구란 말인가?
댓글목록
kgs7158님의 댓글

이상하네여 테네시월츠나오는 보랏빛꽃영상이 사라졌어여 흑,,,
왓칭님의 댓글

그래요? 전 아무것도 몰라여...우짜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