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鵲巢日記 16年 03月 17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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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71회 작성일 16-03-17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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鵲巢日記 16年 03月 17日

 

 

    낮은 조금 덥기까지 했는데 입은 옷이 거추장스러웠다. 밤은 쌀쌀해서 가벼운 잠바는 입어야 했다. 맑았다.

    서강 이 사장님께서 오시어 연유 다섯 상자 받았다. 도매로 받는 가격은 인터넷에 소매상 파는 가격과 비슷하다. 100원 차이다. 거기다가 작년 빙수용 팥이 오른다고 했는데 올해는 아마 오른 가격으로 넣겠다며 다부지게 말씀하신다. 안 그래도 몇몇 남지 않은 거래처지만 팥이나 연유는 직접 사서 쓰시게끔 안내를 해야 할 것 같다. 이 사장님은 가실 때 코코넛 껍질로 만든 바가지 하나 주고 가셨다. 이것도 수입한다는 말씀이었다. 개당 500원 이다. 성인 주먹 하나 들어가는 크기다. 팥콘 담아 쓰면 딱 좋겠다.

    서울 기계 무역상에 전화했다. 조감도에 쓰리그룹으로 넣었으면 하는 오 선생과 가족의 말이 있었다. 전에 슬쩍 물어보기는 했지만 이천이백여만 원에 들여놓고 쓰기에는 부담이라 이 반값에 받았다는 얘기를 어딘가 들었던 기억이 있다며 능청을 떨었다. 그러니까 웃는다. 잠시 기다려보라며 나중에 전화 주겠다고 끊는 게 아닌가! 내일이면 뭔 답이 있을 것 같다.

    봄이라 그런지 노곤하다. 점심 먹고 한자 120여 자 썼다. 화선지 앞뒤 두 장이다. 전라도에서 생두 주문을 받았다. 김 씨다. 택배 보냈다. 4상자다. 포항에 에스프레소 주문을 받았는데 택배 보냈다. 어제 주문했던 책을 받았다. 조선 지식인의 글쓰기 노트다. 생두 주문했다. 블루마운틴과 코스타리카 따라주, 예가체프G1이다. 모두 네 백(bag)이다.

    오후 다섯 시, 조감도에 오늘 첫 빙수 개시했다며 예지 양은 말한다. ‘본부장님 빙수 한 번 맛보세요.’맛을 보기는 했지만, 이도 시리고 온 몸은 한기가 들어 부들부들 떨며 한 숟가락 먹었다. 세빠에 다녀왔다. 신대부적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도시다. 경산에서는 제법 신도시로 부상했다. 전에 은행 전무님의 말씀이 지나간다. 이곳은 땅값이 평당 천만 원 넘어요, 했다. 같은 경산이지만, 평당 십만 원 받기도 어려운 땅이 있는가 하면 천만 원이 넘는 곳도 있다. 내가 머무는 동네는 땅값이 비교적 싼 지역이라 어디에 자리를 옮긴다고 하면 그 비용은 곱절 들겠다.

    저녁 카페 우드에 다녀왔다. 카페 우드 테일러스 사장은 공예가다. 선생께서 붓과 벼루를 선물했다. 너무 황송하고 감사했다. 정성이 더욱 들어간 것이 있었는데 벼루를 담은 이다. 어찌나 정하게 만드셨는지 그저 맨눈으로 보아도 가치가 있었다. 공자께서는 군자는 아홉 가지 생각할 것이 있다고 했다. 그중 하나가 견득사의(見得思義)다. 득을 보았을 때 올바른지 생각하라는 뜻이다. 선물도 득이니 정말 내가 이것을 받아 마땅한지 고민했지만, 선생은 커피를 이리 볶아 주시니 감사하다는 말씀뿐이었다. 앞으로 일을 더 관심 가져야겠다.

    지금 잠시 글을 쓰며 생각한다. 선생은 참으로 유익한 취미를 두셨다. 그간 만든 가구며 목걸이며 또 함과 여러 가지 생활용품을 기발한 아이디어로 만들어왔다. 이들 모두는 카페에 전시하였으며 전시한 제품은 죄다 팔렸다. 나는 글을 한다지만, 이것이 정말 유익한 것인가 하며 생각한다. 참 부끄러움이 아닐 수 없다.

 

 

34. 펌프헤드

 

    펌프헤드는 에스프레소 기계 안에 들어가는 부품으로 가장 중요한 부품 중 하나다. 인체에 비유하면 심장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물론 모터가 회전하면서 물을 빨아들이고 이를 조절하여 압을 승압하는 역할을 한다. 수돗물은 보통 3~4bar 정도 압을 가진다. 에스프레소는 9bar의 강한 압력이 필요하다. 마치 탕약 한 종지 얻으려면 나무젓가락 같은 것으로 천에 쌓인 약을 비어 틀면 얻을 수 있듯이 말이다. 에스프레소는 기계로 뽑는다. 강한 압력에 밀어내는 에스프레소 한 종지는 걸쭉하며 탁하며 입안에 착 감기는 기름 성분이 당긴다.

    압력조절은 펌프헤드로 한다. 남자나 여성도 이를 간단히 조절할 수 있다. 펌프에 작은 육각 나사가 있다. 이것을 먼저 푼다. 다 풀지는 않고 위에 볼트가 하나 박혔는데 이것을 조정하는 것이 목적이라 가볍게 푼다. 나사에 낀 볼트는 일자로 되었는데 이 부위를 시계방향으로 틀면 조이는 것이 되니 압이 증가하고 그 반대는 푸는 것이 되니 압이 풀린다. 이렇게 하여 8~10bar로 맞춘다. 압력게이지는 기계 앞부분에 있으니 보며 맞춘다. 오늘 정확히 맞췄다고 해서 내일도 정확한 것은 아니다. 한동안 덮개를 열어 둔 상태에서 수시로 기계를 사용하며 맞춘다. 보통 커피 관련 책에는 9기압의 강한 압력으로 에스프레소를 뽑는다고 소개되어있다. 하지만 8~10bar까지는 모두 정상으로 본다. 구태여 맞추려고 억지 쓰지는 않는다.

 

    어떤 일이든 열정이 있어야 한다. 열정은 펌프헤드와 같다. 가만히 있으면 열정은 붙지 않는다. 마치 아궁이에 장작을 지펴야 가마솥에 부은 물이 끓듯 우리의 마음에 동기부여가 되어야 한다. 동기부여는 책을 통해서 얻기도 하며 유능한 강사의 강의를 듣거나 주위 열정이 강한 사람을 만나면 얻을 수 있다. 그러니,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나의 앞날에 크게 영향이 미치기도 한다. 동기부여는 최소한 독서는 기본으로 한다.

    펌프헤드가 없으면 걸쭉한 에스프레소 맛보기는 어렵다. 펌프헤드와 같은 열정이 없으면 우리가 기대하는 어떤 결과는 도출할 수 없다. 걸쭉하고 맛깔스러운 나의 이상을 추구하고자 하면 최소한 책을 읽어라! 그리고 바깥에 나가라! 나가서 최소한 하루에 세 사람 이상은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라! 내가 나이가 많든 적든 관계없고 내가 만나는 사람 또한 나이와 관계없다. 젊은 사람은 젊은 사람에게 맞는 어떤 열정을 읽을 수 있으며 나 많은 사람이면 그에 맞는 안전핀과 성공의 열쇠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실행하라!

 

 

    41

                             봉분을 만들지 마라

          기념비를 세우지 마라. 장미꽃으로 하여

                                                     그저 해마다 그를 위해 피게 하라.

                                         -라이너 마리아 릴케. 「기념비를 세우지 마라」

 

    합천의 도예가 김종희 선생은 돌아가실 때 봉분을 만들지 마라 했다. 짐승들 다니는 데 걸리적거리기 때문이다. 푯말은 땅에 묻어 묫자리만 알리라 한 것도 사람의 몸이 땅보다 높지 않기 때문이다. 자손들 모여 곡하지 말고, 국밥과 고기 대신 차를 나누라 한 것도 사람의 죽음이 별일 아니기 때문이다. 화장 대신 매장의 관례를 따른 것도 땅속 미물들의 밥을 빼앗을 수 없기 때문이다.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가지만, 와서 굶주리지 않았으니 가서도 굶주리지 않게 해야 한다.

 

 

    위 41은 詩人 이성복 선생의 詩다. 뭐 굳이 긴 설명이 필요할까! 죽어서도 헌신하겠다는 선생의 말씀은 역으로 삶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말한다. 김종희 선생의 호는 토우다. 그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에 건너가 도자기 공장에서 근무하여 도예기법을 익혔다. 광복 후 합천 해인사 부근에서 도자기를 생산하면서 강파도원(江波陶苑)을 설립했다. 1975~1984년 계명문화대 도예과 교수를 지냈다. 1979년에는 대구 차인회를 발족하고 10년 넘게 영남차회 지도고문으로 활동했다.

 

    나는 펌프 헤드처럼 나에게 혹은 또 다른 나에게 심장 같은 역할은 했는지 다시금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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