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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마늘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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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진흙피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2회 작성일 23-05-2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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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사람이 다 채워졌다더니, 마늘밭에 가는 인력팀에서 전화가 왔다. 내일 식당 홀에 잡아 두었던 일을 취소 시키고 마늘밭에 가기로 했다. 마늘을 심는 것인지, 뽑는 것인지, 단을 묶는 것인지모른다. 창밖의 밭에 있는 마늘들의 상태를 보면 아마도 뽑는 것 같다. 마늘밭에는 아마도 내가 가장 젊을 것이다. 대부분 칠십을 바라보거나 칠십을 넘긴 할머니들이 무릎 걸음으로 거의 백미터는 될 것 같은 밭이랑들을 얼마나 잘 매는지, 아마도 밭 매기 올림픽을 하면 우리나라에서 금메달 

은메달이 다 쏟아질 것이다. 나는 할머니랑 짝이 되지 않고 이십대의 몽골 새댁과 짝이 되었다고 좋아 했는데, 그것이 조금도 좋아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데 삼십분도 걸리지 않았다. 우리의 젊음은 요령과 경험을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점심과 참을 준비 해야 할 것이다. 똥판이라 불리는 허리춤에 매달고 다니며 앉는 일종의 의자와 들일할 때 쓰는 모자와 장화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들판일이 지겨워지면 식당으로 돌아 올 참이다. 늘 놀러가는 기분을 유지 할 수 있게 살아야겠다. 식당에도 주방에도 홀에도, 원룸 청소도, 노가다 시다바리도, 내가 돈을 벌기 위해서 해야하는 일이 즐거울 수 있을 때까지만 해야겠다. 일도 힘든데 마음까지 지겹다면 내가 너무 불쌍하기 때문이다. 내가 육십살이 되려면 4년이 남았고, 육십살이 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고, 육십살이 된 이후에는 또 얼마나 나이를 먹을 수 있을지 모른다. 얼마를 더 살건, 어디서, 무슨 일을 하며 살게 되건 사는 즐거움을 잊지 않고 살아야겠다. 우리에겐  너무나 많은 제국의 올가미들이 씌워져 있다. 노예를 효율적으로 부리기 위해 만든 수 많은 미덕들에 세뇌되어, 누군가에게 이로운 일로 인해 우리는 실제로 고통을 즐기게 된 것 같다. 목적을 위해 기쁨을 유보하고 심지어 버리는 일을 지혜롭고 현명한 일로 다들 믿고 있다. 살인하지 말라는 법과 계명을 만드는 사람들은 살인을 통해 왕조와 제국을 건설한다. 절대로 이웃을 사랑하거나 이웃의 것을 탐하지 않고는 제국을 건설할 수 없고, 제왕이 될 수도 없다. 국민간의 결속이 제군들의 결속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자유를 찾아서 국경을 넘은 이들도 많지만 자유란 결코 국경 너머에 있는 것이 아니다. 자유를 표방하는 나라에 살아도 뼈빠지게 일하지 않고는 그 자유를 누릴 자유이용권을 살 수 없다. 자유 이용권을 사려고 일하는 시간이 하루의 대부분이고, 자유를 이용하는 시간은 자유이용권을 사려고 돈을 버는 짜투리 시간이다. 자유란 일종의 사기인 셈이다. 노예 제도는 사라졌지만 노예들은 사라지지 않았고, 사라질수도 없다. 제도화된 착각이 저항의 근거마저 집어 삼킨것이다. 나는 왜 노동을 해야하는지도 모르면서 이미 노동을 해서 경제 활동을 하지 않으면 불안하다. 불안을 넘어 인생을 소홀히 사는 죄를 짓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자유인이란 상위 1%의 특권층만큼이나 희소하다. 그는 원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것보다는 기꺼히 굶어 죽을 용기가 있는 사람이다. 반대로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도 굶어죽을 용기가 있는 사람이다. 이번 생은 아니라며 글을 쓰다 굶어 죽은 작가는 적어도 노예로 살다 가지는 않았다. 난 굶어죽을 용기가 없다 그것은 자신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비겁이다. 굶어 죽을 용기가 없었다로 수정해야 겠다.

지금이라도, 내 나이를 망각할 용기 또한 없기 때문이다. 유발 하라리는 농업을 사기라고 했는데

농경 사회란 먹을 것을 향해 끊임없이 허리를 굽히고 땀방울을 바치는 사회 구조 자체를 말하는 것 같다. 신이 준 것을 신이 준 만큼 먹는 것이 아니라 내가 수고 한 것을 내가 수고한만큼 먹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이 구조 안에서도 수렵채취인들이 있는 것이다. 신이 아닌 인민들이 수고한 것을 수렵하고 채취하는 신 수렵채취인들이 이 세계를 지배하는 것이다. 누군가 수고해서 비축한 것을 나무에 주렁주렁 열려있는 과일처럼 따먹으며 수고한 자들을 따먹을 사람을 기다리며 열매를 들고 서 있다가 그 열매를 다 내주고, 또 다시 열매 맺기를 시작하는 나무처럼 여기는 자들이 있는 것이다. 농부의 땀을 착취하고 살면서 자신들은 농부와는 전혀 다른 고귀한 존재들이라고 믿는 모지리들이 지금까지 이 세계를 지배해왔다. 그들에게는 끊임없이 허리숙이는 농부들이 필요 했고, 그래서 그들이 개간한 논밭이 바로 학교인 것이다. 학교는 인민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지배하는 자들을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즐거움이라는 과목을 가르치지 않는다. 누구라도 더 눈을 빛내는 과목이 있었손치더라도 그것은 성적이라는 일당과 월급과 연봉과 연관이 깊어서 직장 생활과 다를바 없는 수고로움과 지긋지긋함들이 즐거움이라는 진정한 성적들을 까먹는 것 같다. 개인의 즐거움은 지배자의 목적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건 즐거움이 사라지면 개고생인 것이다. 그 일이 무엇이여도 좋다. 즐거울 때까지만 하자. 나쁜 일을 피하는 것이 꼭 어리석은 일만은 아니다. 해가 뜨는 쪽으로 계속 달려간다면 나는 어둠을 피해다니는 겁쟁이인가?  창밖의 노인은 이제 열무를 캐고 있다. 노인의 옷은 어김없이 파란 체크 무늬 남방이다. 모자도 장화도, 마치 그것이 죽어야 벗을 수 있는 피부인 것처럼 볼 때마다 똑 같다. 열무 에 둘러싸여 열무를 캐고 그것을 가지런히 놓고 묶는 일이 정부 청사에서 천장의 서류에 둘러싸여 키보드를 두드리고 분류하고 정리하는 일만큼이나 중요하고 유용하며 대단한 일로 보인다. 우리는 함부로 부러워하며 우리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하찮케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부러움의 서열화는 학교가 우리들 인생에게 준 가장 사악한 교육이다. 상장을 수여하고 앞에 세우고, 박수를 치게 하면서 끊임없이 부러움을 학습 시키는 것이다. 우리가 가장 부러워해야 할 사람은 아무것도 부러워하지 않는 사람이다. 묵묵히 자신의 무릎앞에 가지런히 쌓인 열뭇단을 묶는 사람이다. 더 빨리, 더 많이 묶으려고 하지 않고, 차곡차곡 단단하게 묶고 있는 사람이다. 노인은 열무밭의 절반을 왔고, 맞은 편 산 모퉁이로 띠처럼 둘러진 길에만 햇빛을 남겨놓고는 야금야금 저녁이 오고 있고, 나 또한 점점 아무것도 부러운게 없이도 하루를 보낼수 있게 되었다. 내일 수학 여행을 갈 아이처럼 마늘밭에 돈을 벌러 갈 수 있게 되었다. 네로 황제가 나오는 영화였는데 제목을 모르겠다. 그기서 주인을 사랑한 여자 노예가 있었는데, 그녀는 그 어떤 자유인보다 자유롭고 행복해 보였다. 주인이 죽음을 결심했을 때 그녀에게 자유를 주겠노라 했지만, 그녀는 주인과 함께 죽겠노라고 했다. 자유는 그야말로 규정되지 않는 자유인 것 같다. 노예 신분인데 더 자유로운 영혼이 있는가하면 자유로운데 더 속박되고 억압된 영혼들도 부지기수인 것이다. 자유는 몸 하나를 세울수는 있어도 누일수는 없는 독방에 갇혀서도 구속되지 않는 그 무엇인 것 같기도 하다.


무엇일까? 누군가 나의 뇌에서 거추장스러운 뉴런과 시냅스들을 한 웅큼 뜯어내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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