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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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은 정말이지 말간 하늘이었다. 어머니의 목소리를 한동안 잊고 지냈으니까, 우울의 현기증은 사라졌고 길은 더욱 맑았다. 이래도 되는가 자책 같은 슬픔이 일었다. 옆집 누나는 너부터 살아야 할 것 아니냐며 한 마디 쏘아붙였다. 종일 무언가 비운 느낌이었지만, 종일 정신 나간 사람처럼 보였다. 한 사람을 위하는 마음이 이 얼마나 고달프고 힘든 일인지 새삼 느끼는 것이다. 아침 짧지는 않지만, 의욕을 잃은 것처럼 전송하는 목소리에 의욕은 모두 잃고 만다. 저녁 한 시간 동안 반복적이며 고달픈 죽음의 행진을 이어나갈 때 마치 동반자처럼 나도 모르게 따라가고 있었다. 그러니, 세상 사는 맛은 어디도 없고 오로지 철창에 갇힌 원숭이처럼 두려움만 쌓였다. 그러니까,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몰라 삶의 가치를 잃은 것이다. 다른 집은 어떤지 들어보기도 하고, 시집도 읽어 보기도 했다. 위안은 그때뿐이다. 세상 고비 중 가장 큰 고비가 죽음이라고 하더니 참 힘든 고비임을 말이다. 나 또한 이 고비를 걸어갈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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