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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꽃이 피었습니다. 오이꽃, 방울 토마토 꽃, 고추꽃도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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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진흙피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7회 작성일 23-06-22 14:22

본문

요즘 나의 밤은 넷플릭스, 나의 아침은 마당이다. 

살인, 방종한 섹스, 동성애 찬미, 폭력으로 점철된 넷플릭스는 재미있게

내 영혼을 살해하고,

나리꽃, 오이꽃, 방울 토마토, 고추꽃, 찔레꽃, 장미꽃 만발한 나의 정원은

향기롭게 내 영혼을 살린다.

식물이 동물이 되는 방법은 성장이다.

우리가 발을 딪고 어디론가 나아가듯이 식물은 성장을 통해 영역을 확장한다.

오이와 나팔꽃 줄기들은 더 높은 곳으로 넝쿨손을 뻗어서, 암벽 타기를 하듯이

허공을 오른다. 식물 인간이라는 표현은 식물을 오독하고 모독하는 표현이다.

식물은 병들어서 꼼짝도 하지 못하는 다 죽어가는 인간을 표현하는 대상이 되어서는

않된다. 식물은 땅을 파고 들고 공중으로 길을 낸다. 식물은 바람을 타고 몸을 움직이고

지키며 버틴다. 식물은 하룻밤 사이에도 한뼘씩 키가 자라고, 제 살갗을 찢어

꽃을 피운다. 식물과 인간의 가장 심각한 병적 상태가 한 조합이 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많은 동물 보호 단체들이 있지만 나는 식물 보호 단체를 만들고 싶다. 식물의

생존과 삶은 동물의 생존과 삶의 근간이며 토대이다. 건강한 식물의 삶과 생존이 보존

된지 않고서 건강한 동물의 생존과 삶은 없다. 식물이 숨쉬지 않으면 우리도 숨을 쉴 수가

없다. 식물의 꿀을 빠는 동물들이 이 지상에서 사라지면 식물들은 대가 끊기고, 우리들

은 그야말로 식물(食물)이 없어서 당대가 끊긴다. 이런 저런 것 다 집어치우고서라도

식물은 그 아름다움 만으로도 사람의 영혼을 일깨우고 충만하게 하며 영감을 준다. 사람들의

군락에서 식물들의 군락으로 몸을 옮겨 놓기만 해도 우리들은 에너지를 충전하게 된다.

식물을 만든이가 누군지 나는 알수가 없다. 식물들 스스로 스스로의 존재를 창조 해온 것인지,

그 종류대로 스스로 있는 자가 식물들을 있게 한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하는 내가

불편하긴 하지만 나쁘지는 않다. 나는 쉽게, 확고하게 결론을 내리는 사람과 부딪히면 그림자가

생기는 빛과 같아질 때가 많다. 그럼에도 식물들을 있게 한 이가 분명히 있다는 쪽으로 확고해질

때가 많다. 더우기 밤새 비를 맞고 아침 햇살을 맞아 더더욱 왕성해진 식물들을 볼 때면 그렇게 마른 땅처럼 더더욱 그 생각이 단단해지기도 한다. 이제막 싹을 튀우거나 봉우리진 식물들은 기도를 하는 두 손 같고, 싹과 꽃과 잎들이 활짝 벌어지면 우러러 받드는 손바닥들 같다. 겨우내 빈 가지들은 초가 꽂히고 촛불이 켜지기를 기다리는 빈 촛대들 같다. 아무리 씨를 뒤섞어서 뿌려도 식물은 자신을 햇갈리지 않고 자신을 꽃피우고 열매 맺는다. 식물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처럼 태연하게 이 지상의 모든 생명체들을 숨쉬게 만들고, 먹이고 입힌다. 어리석고 둔한 사람들은 마음대로 짓밟고 뿌리뽑고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숨통을 틀어막고 살 자리를 빼앗기 일쑤지만 식물은 영악함을 배우지 않고, 자신의 거룩한 본질에 충실하다. 사람은 살모사처럼 근본과 근원을 짓밟고 살해한다. 그럼에도 자애로운 어머니처럼 대지는 끊임없이 식물을 기르고 내어준다.


열매가 좋은 식물의 꽃들은 소박하고 수수하다. 토마토와 고추와 부추와 오이와 감, 벼와 보리의

꽃들은 언제 꽃이 피었다 졌는지를 우리가 느낄수도 없을만큼 조용히 꽃의 시절을 지나간다. 나리꽃과 장미와 수국에게 빼앗긴 눈과 넋을 추스리고 무심해져서야 겨우겨우 눈에 띄는 꽃들, 마치 녹고 굳어서 반지가 되고 있는 순금처럼 오이꽃은 시들어가면서 오이를 세공해가는 것 같다. 나태주의 시처럼 오래 보아야 예쁜꽃들이 우리의 어머니가 되어 먹을 것을 준다. 식물들은 우리에게 미학 뿐만 아니라 미덕도 배워준다. 썩어들어가는 파레트와 아무렇게나 버려 둔 자잿더미나 깨진

블럭과 싸질러 놓은 똥까지도 식물들이 자라나고 휘감고 감싸 안으면 모든 상처와 방치된 존재들이 덮히고 가려지고, 싱그러운 동색을 획득하게 된다. 내가 사람이어서 배운 미덕이 저 이랑을 뒤덮은 고구마 잎 한 장만큼이라도 실천되고 있는지 뒤돌아보아야 한다. 식물은 살아 있는 한은

인연 닿은 자리의 허물을 덮고, 그 자리를 푸르게 만든다. 사람들이 덕이라고 부르는 성향들은 대부분 식물들의 본능이고 본질이다. 어제 저녁 새끼 손가락 크기 였던 오이가 오늘 아침 약지 크기가 되었다. 가시 오이인지 그 작은 열매에 가시가 오돌오돌 돋쳐 있다. 시어머니가 세워놓은

지줏대를 따라 옹차게 휘감은 넝쿨손이 아빠의 엄지 손가락을 꼭 잡은 갓난쟁이의 손 같다. 넝쿨 손과 악수를 하면 내 팔을 타고 온몸으로 오뉴월 오이의 생명력이 타고 오를 것 같다. 얼마 전 흰머리 사장에게서 얻어 온 곰취는 우리집 감나무 그늘에서 잘 자라고 있다. 그 감나무가 떨구는 잎과 감꽃과 땡감들은 몇 해를 쌓여서 우리집에서 가장 기름진 옥토를 일구어 놓았다. 심은 기억도 없는 국화들이 허들링 하듯이 감나무를 에워싸고 있다. 고양이들이 똥을 싸면 식물들이 자라지 못한다는 말을 들어 요즘에는 부지런히 고양이들이 싸놓은 똥을 치워준다. 넷플릭스 영화에 쥴리아 로버츠가 참 나를 찾는다며 남편과 이혼을 하고 세계를 여행하는 이야기가 있다.  참

나는 언제나 지금의 나로부터 그렇게 먼곳에만 있는 것일까? 머리를 밀고 가는 산속에 바다를 건너고 대륙을 건너, 내가 존재 해본 적도 없는 땅에 어떻게 진짜 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인지 나는 쉽게 이해되지를 않는다. 전혀 내가 존재 해본 적이 없는 땅에서 참 나를 돌아볼 수는 있겠지만 전혀 내가 존재 해본 적이 없는 땅에서 진짜 내가 있을거라는 이야기는 앞뒤가 맞지 않다. 우리는 식물들에게서 진정으로 참 나를 찾는 방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바로 여기, 내가 싹트고 움트고 줄기를 뻗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이자리에서 참 나를 만나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어버이도 형제도 자식도 없는 장소에서 참 나를 어떻게 만날 것인가? 감나무에서 지붕위로 퉁 떨어진 땡감은 그제서야 참 나를 찾은 것인가? 그 나무에서 움트고 꽃 피고 열매 맺는 모든 과정이

나인 것이다. 나는 나인 것이지 거짓 나와 참 나가 따로 있지도 않다. 누가 그런 허상을 던져주며 사람으로 하여금 머리를 깍고 대륙을 건너게 하는지 궁금하다. 내게 주어진 관계 속에서 나를보고 나를 발견해 나가는 것이지, 그 모든 관계의 바깥에서 구하는 나야말로 헛된 나라는 생각마저 든다. 거미줄의 한 가운데 있는 거미는 가짜 거미일까? 우리는 우리가 구축하고 있는 관계의 거미줄 속에서 누구라도 중심이 된다. 결국 쥴리아 로버츠는 남자를 바꾸었을 뿐이다. 가짜 나의 남편은 미국인 배우이고 진짜 나의 남편은 브라질 이혼남일 뿐이다. 결국 쥴리아 로버츠는 진짜 나를 찾겠다며 버린 관계 속으로 돌아갔을 뿐이다. 이탈리아에 가건 인도에 가건 절간에 가건 나는 관계의 전전일 뿐이다. 맛 있게 먹고, 결국 중요한 건 다른 사람들 눈에 날씬하고 예쁜 내가 아니라 나를 행복하게 하는 나라는 사실을 발견하기 위해 대륙을 건넜다는 이야기인지, 괜히 멀쩡하게 참 나를 잘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헛바람이나 불러일으키는 참나의 이야기들에 나는 환멸을 느낀다. 참 나를 찾겠다며 머리카락을 밀고, 남의 눈을 피해 도적질 하듯이 계집질을 하고 고기를 먹으며 밤을 보내고는 아침에 목탁을 두드리는 자신을 참나라고 우기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하나님 앞의 나이건, 사람들 앞의 나이건, 아무도 없는 곳에서의 나이건 거짓없이 존재하는 내가 참 나이지, 그럴싸한 역할을 유지하는 것을 참 나라고 감언이설로 꿰어서는

않될 것이다. 우리는 그들이 주장하는 참나의 이면을 얼마나 자주 신문과 매스컴을 통해 보게 되는가? 그런 부정한 나들이 참나의 행세를 버젓이 하게 되는 것도, 지금 여기 선 내가 아닌 다른 장소의 내가 있을 것이라는 허상들 때문이다. 참나라는 말은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나의 기쁨 나의 즐거움, 나의 편안함에만 안주할 수 없는 정신적인 근거를 간직하고 있는 당신도 참 당신이다. 나를 낳은 어버이, 내가 낳은 자식, 내 자식을 있게 한 나의 배우자 이 모두와 함께 살아가며 책임지고, 여전히 사랑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여전히 사랑해 나가는 나를 누가 가짜 나라고 정의하는 것일까? 그러면 물어보자. 도대체 결론이 뭔지를,..그 깨달음을 구체적으로 진술해보라.

모호한 진언과 낡은 경전의 구절로 퉁치지 말고 누구나 그 빛을 나누고 누릴수 있도록 그 참 나의 깨달음을 전달해보라. 내가 볼 때 참나를 찾았다고 우러럼을 받는 승려와 목회자들의 99%는 모두 참 사깃꾼들인 것 같다. 먼저 자신을 속이고 있는 사깃꾼들 말이다.


봄이 오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묵묵히 주어진 계절을 살다가는 저 토마토 풋고추, 부추, 오이들은 먼길을 떠나지 않고 제가 선 자리에서 참나를 살아가고 있다. 참 나는 바로 내 안에서 찾을 수 있고, 찾아가는 것이지, 나의 바깥, 나의 저 멀리에서 찾는 것은 나를 내 밖으로 끌어내어 끝 없이 나를 겉돌게 하는 환영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내안에 그리도 멀고 먼 길과 대륙과 바다들이 다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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