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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마늘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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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진흙피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2회 작성일 23-05-24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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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가기 전이 가장 재미있다. 엊그제 꿈꾸던 마늘밭에서 보낸 하루는 웅녀들 틈에 끼인 호랑이의 

하루 같았다. 족히 이백미터는 넘을듯한 마늘밭 이랑을 두 세개 훓고 나면 몇 시간씩 엉덩이에 매달고 달렸던 똥판에서 엉덩이를 떼고 몸을 일으키는데 이를 악물어야 한다. 그 마늘밭에서 가장 젊었던 내가, 막대 그래프처럼 성적이 훤히 보이는 들판에서 맨 꼴찌였다. 낫으로 곧 트랙터로 뒤집을 마늘의 밑동을 자르는 작업이였는다. 그것을 흙에서 뽑아 흙을 털어내는 작업이였던 것 같은데, 몇 년 만에 농사 기술도 많이 진화 한듯했다. 풀섶에 들어가 오줌을 누고 일어서서 바라보면 무릎께나 오는 마늘줄기들이 밑동을 자르려고 고개를 숙이고 보면 햇볕을 가려주어 고맙다 싶을만큼 크고 무성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들판에서 힘겨운 노동을 견디는 이들은 점점 더 겸손해지고, 숙이는 자세가 되는데, 망루에서 그 들판을 내려다보며 사는 사람들은 점점 더

거만해지고 사람을 얕보는 자세가 되는 것 같기도 했다. 자루는 쥐는 일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낫으로 베어도 베어도 끝이 없는 마늘 줄기를 쳐내며 얼마 전에 본 존웍4라는 영화를 떠올렸다. 존웍은 악당들의 클럽에서 가장 살인을 잘하는 살인명수였는데, 살인을 할 수 없도록 규칙이 정해진 호텔에서 살인을 하고, 그들

의 무리에서 거액의 현상금이 붙은 살인대상자였다. 존웍은 영화가 진행되는 십분 정도의 시간에 거의 백명을 죽이고, 마지막으로 그 악당의 우두머리와 결투를 하러 가는 장면에서는 라스트 씬까지 대략 오백명은 죽인 것 같았다. 일을 재미 있을 때까지만 재미 있게 하기로 결심한 나는 내가 몽마르트 222계단을 오르는 존윅처럼 젖먹던 힘까지 다 짜내어 상금 4천만 달러를 받기 위해 나를 죽이러 온 킬러들을 상대하듯이 마늘밭에서 마늘줄기들을 쓰러뜨렸다. 그런데 양쪽 이랑에서 함께 작업을 하던 할머니들은 엉덩이에 모터라도 달았는지, 열 걸음 정도는 나를 앞지르고 있었다. 술렁술렁 농담도 하고 같이 웃기도 하면서 하는 것 같은데 땀을 팥죽처럼 흘리며 용을 쓰는 나를 맨 뒤에 남겨두고 그녀들은 나란히 앞을 지르고 있었다. 갈수록 기운이 빠지고 기본 패이스를 잃어가던 나는 약이 오르고 분한 생각이 들어 낫을 집어던지고, 아무 버스나 잡아타고 집으로 가버리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그래도 두어 시간만 견디면 일당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육십 칠십 먹은 할머니들과의 마늘 밑동 자르기 시합에서 꼴찌를 했다는 쪽팔림을 꾹 삼키고 또 삼켰다. 그렇게 빨리 마늘 동을 자르며 달려도 그녀들의 얼굴은 말간데 내 얼굴에만 새까만 거름 분진이 털 깍은 원숭이처럼 묻어 있었다. 홀 일을 하러 가나, 설겆이를 하나 늘 손이 빠르고 일을 잘한다는 칭찬만 듣던 나는

해도 해도 따라갈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점점 자포자기가 왔는데, 눈치 빠른 몸이 머리에서 발끝까지 아파서 미치겠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나무들은 나무들 끼리 저수지 건너 산에 모여 있어서 그늘 한 점 없는 들판이였다. 가장 다행인건 땀을 너무 흘리니까 소변이 마렵지 않은 것이였다. 할머니들 표현에 의하면 아무 데나 벌리고 누면 그가 화장실이지, 했지만 난 아무래도 할머니들 표현대로라면 금테를 두른 모양이다. 왠일이냐 싶어 간이 화장실을 세워 두었길래 갔더니 파란 프라스틱 화장실 발판 옆에 한 컵에 삼천원하는 번데기 같은 구더기 껍질들이 솥단지 채로 쏟아져 있는 것 같았다. 파리들은 또 얼마나 실하고 힘차게 붕붕거리는지, 그마나 똥이 마렵지 않고 소변이 마렵다는 것이 신의 가호 같았다. 소풍 온 듯이 싸간 도시락과 참을 먹으리라 상상했지만, 그나마 논 주인의 배려로 그늘이 있다는 비닐 하우스 흙바닥에 종이 박스를 깔고 먹는 점심은 혹시 식후에 변이 마려울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밥 한 알 한 알이 스트레스 알갱이 같았다.입 속의 밥이 똥이 될거라는 당연한 사실을 이리 골똘히 새김질하며 밥을 먹었던 적이 있었던가? 마음대로 화장실을 갈 수 있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였던지를 깨닫게 해준것이 이 일탈의 가장 큰 의미 인 것 같기도 했다. 얼굴에 돈을 들일 처지가 아니면 햇볕 볼 생각을 하지 않아야 하는 나이다. 젊어서도 얼굴로 영화를 누린적이 없는데 늙어서 이 얼굴로 무슨 영화를 볼 것인가? 하지만 나의 추한 얼굴을 가장 스트레스 받는 사람은 거울 앞에 선 나 자신이다. 햇볕이 나지 않는 흐린 날, 보슬비가 내리는 날에도 야외에선 얼굴이 그을린다. 그런데 햇빛이 들어부은 창검처럼 쏟아지는 들판에서 햇볕으로 얼굴을 난도질을 하고 있는 기분이란, 목이 타고 현깃증이 나서 들판에서 꼴찌라는 나의 성적도 잊어버리고, 물 주세요! 사장님 물 좀 주시라구요. "하고 소리를 지르자 사장이 다른 인부를 시켜서 생수 한 묶음을 일꾼들에게 돌렸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 밑에서 생수도 심에 차지 않아 녹차니, 여주, 오미자차를 뜨겁거나 차게 입맛대로 골라 먹던 신선이 나였다는 깨달음에 벌컥벌컥 목구멍으로 흘러들었다. 내가 모든 것을 누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기 위해 이 마늘밭까지 와야 했던 나의 어리석음이 나의 낫질을 거칠게 만들었다 내가 식당에서 만지는 마늘은

흙도 껍질도 줄기도, 그것을 흙에서 껍질에서 까내는 수고도 없는 마늘이였다. 시원하다 못해 으실으실 춥기까지한 에어컨 바람 앞에 앉아 과도로 꼭지를 따고 서너 조각으로 살랑살랑 저미는 하얗고 가벼운 마늘이였다 요즘은 주방에서도 마늘을 빻아서 쓰지 않는다. 곱게 갈린 마늘을 스푼으로 뜨서 쓰기만 하면 된다. 그런 마늘이 들판에서는 열시간 동안 얼굴을 그 밑동에 쳐박게 만든다. 마늘 먹고 사람이 되었다는 웅녀도

가만히 앉아서 마늘을 먹어라고만 했기에 사람이 되었지, 백일동안 마늘밭을 기어다니면서 마늘을 심고,

마늘을 위해 풀을 매고, 낫으로 기어다니며 밑동을 잘라야 했다면 건국 신화는 없었을 것 같다. 마늘 한 알의 크기가 내가 종일 맨 이백미터 길이의 이랑 두 개만큼 크게 느껴지는 것이 나 같은 미련한 곰이 사람이 되었다는 증거일까? 그렇게 낫을 들고 마늘 밑동을 쳐가며 토끼뜀 하듯이 보낸 하루의 값은 십이만원이다. 그것도 밥과 참을 내가 준비해갔기 때문이고, 밥과 참을 제공해줄 경우는 십일만원이다. 그보다 더 일당이

더 싼 인력공사도 많다고 들었다. 그들이 그 노동의 강도에 그 돈만 받기 때문에 우리는 밥상 위에 올라오는 대부분의 음식에 마늘을 넣어 먹을수 있는 것이다. 일을 하다 일어서면 온 몸에 조각조각 붙은 뼈라는 뼈는 다 아파서 몸을 반듯이 펼 수가 없는 막노동을 한 댓가는 요즘 왠만한 식당의 한 끼 밥값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나라 인력 가격은 내가 판단할 때 적합한 기준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무조건 최저 시급 얼마는 놔두고, 노동 강도에 따라서 차등 지급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어떻게 편의점에서 스캐너로 바코드나 찍는

노동 가격과 들판에 기어다니면서 낫으로, 호미로 파내고 쳐내고 하는 노동 가격이 똑 같은 최저일수가 있는지 나는 의문이다. 그것은 국회에서 싸울수 있는 사람들과 편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더 가깝고, 편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국회에 더 많이 하소연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식당에도 마찬가지다. 주방에서 무거운 것 들고, 뜨거운 불앞에서 무거운 뚝배기 씻고 옷이 젖는 일을 하는 사람과 홀에서 팁도 받고 한랑한랑 일하는 사람이 똑 같은 일당을 받는 것일까? 노동 인력의 가격을 정하는 일이 너무나 단순한 잣대를 채택하고 있다. 머리를 쓴다고 해서 더 나은 보수를 줄 것이 아니라 몸을 더 많이 더 혹독하게 사용하는 정도에 따라서 그에 맞는 보수를 주어야 할 것이다. 똑 같은 보수를 지급한다고 해도 머리를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노동자가 억울할 것이 없는 것이다. 그들은 이미 육체가 편하고 있기 때문이다. 골병이 들면 병원비가 들고, 그는 지속적으로 노동을 할 수 없게 된다. 주로 두뇌 노동자가 되기 위해 시험을 치르고 시험을 준비하는 기간은 우리가 우리 삶을 판단하고 선택하고 통제하기에 미숙한 시기이다. 그 시기에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부모를 만나고, 어떤 환경에 처하느냐에 따라서 평생이 결정 되는 것은 불합리한 것 같다. 치열한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여 두뇌보다는 두뇌 아래의 몸들을 많이 사용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손치더라도 노동의 강도를 정당하게 평가해주게 된다면 우리 사회는 불평등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지게 될 것이다. 어차피 세상은 너도 나도 다 있어야 굴러가는 곳이기 때문에 직업에 귀천이 없는 것이다. 머리를 장시간 굴리는 사람과 몸을 장시간 굴리는 사람이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 보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세상을 불평등한 곳으로 만든다. 보수뿐만 아니라 사람의 가치 평가에 불평등을 초래한다.  공학자가 기계를 만드는데 주는 보수와 노동자가 그 기계를 사용하고 그 기계를 통해서 사용주의 부를 만들어 주는데 대한 보수가 그렇게 달라야할 이유가 무엇인가? 머리도 몸이고 머리 아래의 손발과 다리도 몸이다. 몸을 사용에 따른 보수가 평등해져야 이 세계가 평등해진다. 아인쉬타인과 들판의 농부가 이 세상에 대해 기여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아인쉬타인은 들판의 농부가 키운 것들을 먹고, 식당의 서빙이 차려 놓은 음식을 먹고, 이불 공장에서 만든 이불을 덮고, 아인쉬타인의 가계는 아인쉬타인이 태어날 때까지 많은 농부와 창녀와 바보와 역적과 귀족과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견뎠을 것이다. 이 세상에 뛰어난 사람은 모두 이 뛰어난 인류가 피운 꽃에 지나지 않는다. 장미 넝쿨과 가시와 잎이 없으면 꽃도 없는 것이다. 천재는 그가 천재라는 사실만으로도 모든 보상을 다 받았는지도 모른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우리 세계를 구성하는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좀 더 귀하게, 그렇게 보는 눈으로 보게 된다면 우리가 이제껏 되풀이 해왔던 유혈 혁명들은 무혈의 열매를 맺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우리가 불평등하지 말아야할 이유를 잘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부터 세상에 왕이 존재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너도 나도 그저 먹기 위해 힘을 모았을 것이다. 그러다가 시간이 필요해졌고, 한 사람에게 시간과 그 시간을 지탱하는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했을 것이고, 그 시간을 채울 이유를 제공 했을 것이다. 그는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으로 추대 되었을 것이다. 거래를 주선하고 계산을 하고, 기록을 했을 것이다. 그렇게 사는 것이 편하고, 오히려 흙에 닿아 사는 것보다 좋아 보였을 것이고, 처음에는 추대 되었던 자가 되기 위해 싸우는 자가 생겼을 것이고,

싸우는 자들은 빼앗는 자가 되었을 것이다. 처음에 종교는 도처에서 마주치는 두려움에서 생겼을 것이고, 그 종교를 이용하고 키운 자들은 처음부터 그 종교를 마주칠 일이 별로 없었던 자들일 것이다. 신을 믿지 않는 자들만큼 신을 잘 이용해먹을 자들은 없었을 것이다. 국민이 투표해서 대통령을 만들지만 나중에는

대통령의 지배와 통제를 받는 것과도 같이, 처음엔 필요에 의해 대다수 농민들과 사람들이 만든 지도자가 나중에는 그 자신의 필요에 따라 그들을 지배하고 권력을 휘두를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는 대통령이 민주적인 과정을 통해 선출된다고 믿고들 있지만 사실은 대통령은 보이지 않는 비민주적인 힘에 의해 선출 된다. 언론과 언론을 움직이는 권력과 기득권이 구축한 사회 시스텝이 대부분의 대통령을 발굴하고,채용하며

이용한다. 정말 민의에 의해 어쩔수 없이 선택된 대통령은 드물며, 그런 대통령은 언론과 기득권의 어마어마한 통제와 간섭과 방해를 받게 된다. 바보 온달을 앉혀 놓아도 온달을 장군으로 만들어주는 평강 공주가

지금의 언론인 것이다. 그 울보 공주는 그렇게 울어대다가 온달 앞에서 울음을 그치는 것이다. 불평등을 줄여나가는 것은 이 세계의 시민들에 대한 사기를 줄여나가는 것이다. 이 세계에 출현했던 어처구니 없는 폭군들의 폭력에서 시민들의 미래를 보호하는 것이다. 고호는 탄광 노동자들의 신발을 그렸다. 그 그림 값은 엄청나게 비싸지만, 정작 그 신발을 신고 사는 사람들의 삶의 값은 형편 없다. 그 캔버스의 표면에 그려진 물감 얼룩에 집중하지만 고호는 그 신발을 신은 사람들의 고귀한 발과 그 발이 짊어진 삶에 대해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고호는 그 신발 그림의 값을 높이고 싶어서 그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 그 신발을 신었을 사람들의 발의 값을 높이고 싶어서 그림 한 장 팔리지 않는데도 물감값을 기꺼히 쓴 것이다. 밀레의 만종 또한 그럴 것이다. 이 세상 어느 높은 교황과 사제의 기도와 들판에서 종일 허리 숙이고 일한 농부의 기도가 그리 다르지 않고, 오히려 더 고귀하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우리에게 익숙한 기도의 값은 평등해져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었을 것이다. 드라마들은 이제 검사들과 재벌들과 의사들의 삶을 그만 다루고, 어느 식당의

서빙과 찬모들의 이야기와 주방 보조가 찬모가 되어가는 과정과 그 안에서의 권모술수와 경쟁에 대해서

다루어야 할 것이다. 궁중에서 솜씨를 발휘하던 수랏간 찬모 대장금처럼 평범한 고깃집에서 더 나은 샐러드

소스를 만드는 김태희와 수지와 송혜교의 모습을 보게 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모를 
뿐이지 그들 또한 치열하게 이 세계를 빛내기 위해 땀흘리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시청자들이 의사와 검사와 재벌의 삶을 그만 꿈꾸게 해야 할 것이다. 밭 매기 선수들만 스무명이 앉아 있는 들판에서 가장 빨리 양파를 심고, 마늘 밑동을 쳐내는 김수미와 윤여정 할머니들의 밭매기 올림픽도 나와야 할 것이다. 아름다움과 가치로움의 평등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노동의 댓가를 조정하기 힘들것이다. 가치가 있다고 믿기 때문에 지갑을 여는 것 아닌가? 가장 빨리 가장 깔끔하게 밭을 맨 윤여정 할머니가 노벨상을 두 개나 탄 퀴리 할머니만큼 부럽게 각색 되어진다면 우리 사회는 농부보다 과학자를 우러러보는 일이 조금은 지양이 될 것이다. 분배의 정의를 외치는 것만으로는 설득력이 없다. 가치의 정의가 없는 분배의 정의는 스스로의 가치를 믿는 사람들에게는 불평등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자동차 엔진을 발명한 사람의 가치와 공장에서 자동차 엔진을 생산하는 사람의 가치가 평등하게 여겨져야 그들 사이의 보수의 차이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옛날처럼 대통령이 되겠다거나 과학자, 검사, 판사가 되겠다는 꿈들을 잘 꾸지 않게 된 것이 이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전이라고 나는 믿는다. 이제 그 부모들이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며, 내 아이의 꿈이 그리 원대하고 두루뭉술한 것에 대해 안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다섯살 밖에 않된 식당 사장 아들이 오십살 먹은 서빙 아줌마보다 식탁을 더 잘 닦는다고 해서 맹모삼천지교를 따라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동창회 가서도 교수, 변호사가 아니라도, 내 직업에 대해 당당하게 말하고, 그에게 매력을 느끼고, 그의 일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어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돈은 가치를 따라다닌다. 

힘겨움과 열심을 따라다니는 것이 아니다.  들판에서 일당바리 할머니들이 흘리는 땀의 가치가 정당하게 평가 되지 못했기 때문에 시원한 에어컨 아래에서 바코드나 스캔하는 알바 학생들과 똑 같은 최저 시급을 받는 것이다. 이런 식의 가치 기준이야말로 공산주의가 아닌가? 더 힘들게 더 많이 더 가치로운 일을 한 사람에게는 최고 시급을 지급하라. 우리가 가치를 모를 뿐이지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니다. 더우기 마늘이 들어가지 않는 음식이 별로 없는 우리 나라에서 마늘을 생산하는 저들의 땀방울은 고기 요리에 들어가는 마늘만큼 중요한 가치를 지닌 것이다. 마늘이나 양파나,감이나,열무나, 먹지 않고 사는 자가 있는가? 생존만큼 근본적인 가치가 어디 있는가? 왜 그들의 일당이 공장에서 열 한 시간 일한 사람들의 일당보다 적어야 하는가?

시간외 수당도 특권 수당도 없어도 되며, 농약에 절은 흙먼지를 온 종일 들여 마시는데도 위험 수당 또한

없어도 되는가? 빌어먹을 국회는 도대체 누구를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인가? 재벌의 세금을 깍아주기 위해

혈안이 된 정부여! 돈을 더 내어도 되는 사람들은 더 내게 내버려두고, 돈을 더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받게 싸우시라. 이틀 일했는데 온 몸이 실금이 간 그릇 같다. 아파서 앉지도 서지도 못한다. 


나는 더 이상 마늘밭에 가지 않을 것이다. 일을 견딜 즐거움이 그기에 없었다. 일을 견딜 즐거움을 이 세상이 그 밭에 뿌려주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이 가장 흔하다. 사람들은 흔한 것, 즉 가장 중요한 것의 가치를 이내 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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