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균 일기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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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산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92회 작성일 16-11-27 18:41본문
종일 숙취 때문에 잤다.
술을 많이 마신 뒷날엔 어김 없이 찾아오는 허무증,
모든 의욕이 내 몸과 함께 전기장판에 달라 붙는다.
나는 서울에 가지 못했다.
어젠 백오십만명이였다는 인간축에 나는 끼여보지 못했다.
이곳에서라도 촛불을 들어보려고 시내로 택시를 타고 갔지만
촛불 문화제가 모두 끝난 뒤였다.
나는 그라는 따뜻한 감옥을 뛰쳐 나갈 용기가 없다.
그냥 이대로 사는 것이 편하다.
난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아무것도 될 수 없고
아무것도 아니다.
매운 아쿠찜을 먹고 싶다.
지금 나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욕망은
그것을 먹고 싶은 것 뿐이다.
그러나 그것을 먹을 수 없다는 현실 또한
나는 잘 알고 있다.
달의 눈물을 볼 것이다. 내일 또,
나는 아무것도 아무도 아니다.
깊이 자고 싶다.
돌아보면 모두 부끄러움 뿐이다.
어떻게 그렇게 살 수 밖에 없었을까, 나는
시도 귀찮다.
모두 부질 없고, 허망할 뿐이다.
허망....하니 바하의 g선상의 아리아를 허밍으로 듣고 싶다.
그렇게 아름다운 숨을 쉬며 깊이 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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