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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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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보리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96회 작성일 17-01-20 09:40

본문

눈이 내린다.

눈이 내린다고 말하면 용서 받는 기분이 든다.

온 세상에 가득했던 죄가 눈을 덮고

잠시 용서 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눈이 내린다

옷이라면 때가 쉽게 탄다고 사지도 못할

새하얀 눈이 온 나라가 덮이도록 온단다.

제품을 출고 받으러 전동차를 끌고 갈 때

발 밑이 미끄러울까,

눈이 시려워 더 장사가 되지 않을까,

가뜩이나 옷을 많이 껴입어 눈사람처럼 둔한데

비옷까지 껴입고, 벤치는 젖어서 앉을 곳도 없을텐데

모르겠다 모르겠다. 나는 모르겠다.

만사제껴 놓을테니, 어쨌거나 눈아 내려만 다오,

하늘이 무너지도록 바리바리 싸놓은 구름들은

너의 선물 꾸러미들, 노고단 너머 짐이라고 바람의

머리에 어깨에 바로 지우지 말고 여기도 몇 보따리만

풀어다오, 커다란 요구르트 모양의 눈사람을 만들어 놓고

손님을 기다릴 수 있게, 우리 주인집 개밥 그릇이랑

우리 마당 고양이 밥그릇이랑 차고 넘치고 푹 파묻히도록,

눈을 내려주렴. 그렇쟎아도 둘 사이에 있는 것이라곤 금슬

밖에 없는데, 아휴, 미끄러워! 하며 괜히 팔짱끼며 착 달라붙게

 

눈이 내리면 모든 언짢은 생각들도 하얘질 것 같다.

대상포진에 걸렸다고

감기에 걸렸다고

이사를 간다고 이주일만, 한달만, 영원히 우유와 유산균 음료들을

끊는 집들이 많아졌다.

나만 그런가 싶어 다른 여사님들에게 물어보면

어떤 여사님은 열두개 들이 천밀리 우유 한박스가

빌 정도록 많이 끊긴다고, 봄이 와야 한다고 말했다.

봄이 와야 한다는 그 말에, 왜 그렇게 봄이 예쁜 연두물이

임 안 가득 씹히는 것처럼 상큼하게 느껴졌을까?

그래! 겨울잠을 자자. 곰들도 많은 짐승들도 겨울잠을 자지

않는가? 최소한의 유지만 하며 엎드려 있으면 어느샌가

봄이, 컴컴한 동굴 안까지 오지 않는가? 욕심때문에

잠은 오지 않는 것이다. 그냥 자고 있자. 모든 일이

제 풀에 풀려 나갈때까지.

 

여름에는 매미가 되어, 가을에는 귀뚜라미 쓰르라기가 되어

겨울에는 눈송이가 되어, 봄에는 나비가 되어, 나는 사랑 노래를

부르고 사는 것이다. 이 세계는 사랑의 의지로 차고 넘치는

거대한 밥그릇이다. 사랑하지 않는다면 인간이나 동물이나 모두

먹고 싸는 기계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창세기에 생육하고 번성하라

한 말은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는 하늘의 명령인 것 같다. 가만히

걷던 길을 내려다보면, 땅이란 사랑의 실체이며 근원이다. 보도블록

을 깔고 짓눌러도 어느 틈새론가 돋아나는 초록의 생기들, 호시탐탐

땅 위에 기식하는 생명들이 먹을 것을 내놓을 틈만 엿보고 있는듯 하다.

하늘이 내려주는 것은 모두 음식이다. 비도 눈도 그렇지 않은가?

세계는 가장 완전한 사랑의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의 균형을 깨뜨리고

찌그러지고 일그러뜨리는 것은 사람의 욕심이다. 아기들은 먹을 것을

타고 난다. 그러나 여성의 몸을 상품화하고, 성적인 매력을 모성의

우위에 두는 자본주의적 가치관이 관상용 유방을 위해 아이들의 밥그릇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제 멀쩡한 젖들을 다 말려서 남의 젖을

뺏아다가 아기에게 먹이는 것이다. 그것은 탐욕의 산교육이다. 그리고

차가 생기고 비행기가 생기고, 우리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모든

빠른 도구들이 발달하면 할수록 사람이 바빠지는 까닭은 또 무엇인가?

더, 더 ,더 더,때문이다. 어미가 새끼에게 젖을 먹일 수 없는 세상은

아무리 잘 살아도 못사는 세상일 뿐이다. 아기가 제 어미의 젖을 먹을 수

없는 것은 이 세상 모든 모순과 불합리의 시작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소들은 제 새끼들이 아니라 온 세상 인류의 후손을 먹여 살리기 위해

젖 짜는 기계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 젖을 뺏아 먹고 자란 아기들은

그 살과 뼈를 뺏아먹는 어른으로 성장 할 것이다. 아예 아무런 자각도

반성도 없는 이 부도덕은 세세토록 우리들 생명 유지의 근간을 이룰 것이다.

 

눈이 내린다.

이제껏 우리가 똑 바르다며 걸어 온 길들이 눈에 다 덮일 것이다.

세상이 얼마나 온전한가?

아직 흰 보를 걷지 않은 조각품처럼 우린 세계의 개막을 기다릴 것이다.

사람이 한 백년만 이 흰눈에 덮여서 겨울잠을 자도

세상은 그 본연의 사랑의 의지를 드러내며 회복 될 것이다.

사람이여! 더 이상 아무 좋은 일도 하지 말고

가만히 좀 있자.

세상이 스스로 그 좋은 것들을 회복해 갈 수 있도록,

 

사람을 균으로 분류한다면

유익균일까? 유해균일까?

현재로는 명명백백한 유해균이다.

그러나 사람은 선택할 수 있다.

유익을 선택하면 유익균이 되는 것이다.

사람이 무엇을 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제발이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집도 절도 짓지 말고

땅의 것은 땅의 것으로 좀 내버려두고

좀 걸어다니고,

풀이나 줄기나 뿌리나 좀 먹고,

죽이지 말고 뺏지 말고

신이 없다면 스스로 신이 되려고 하지말고

신이 없는 상태로 그냥 내버려 두라.

이 만유가 신의 육체이니,

곰의 털에 끼여사는 벼룩이 어떻게 곰의 존재를 알것인가?

 

눈이 내린다.

오늘 오후, 이틀 후 사흘 후, 나는 내가 살아 본 적이 없는 시간은 모른다.

지금 눈이 내리는 것이다.

어차피 배는 고픈 것이고

개처럼 나는 날뛰며 눈과 조우한다.

 

일하러 가야겠다.

눈 속에서 일하러 가야겠다.

하늘이 나를 향해 하루하루 잘 견뎌 주어 참 장하다고

전동차 카프레이드를 하는 나를 향해

뿌려주는 하얀 색종이들 속을 개선장군처럼 걸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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