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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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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보리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17회 작성일 17-01-20 21:47

본문

왼쪽 엄지 발가락에 동상이 걸렸다. 아직 가렵지는 않지만 만지면 탱탱하게 터질듯이 빨갛다.

새벽에 내린 눈은 그냥 상영 하지도 않을 영화의 예고편 같은 것이였다.

날씨는 그냥 계속 눈을 예고하며 춥기만 했다.

추위란 항상 최악인 것 같은 것일까?

늘 나는 내 구역 아파트에 지천인 홑겹 동백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꽃이 피어 있는데 뭐가 춥다는 말인가?

그런데 오늘은 그 독한 홑겹 동백이 꽃잎 가장자리가 거뭇거뭇 얼어 붙었다.

다행히도 나는 11월부터 12월까지 꿋꿋하던 이상 기온의 진달래가

지고도 여기 이자리에 버티고 있다.

 

삼국지를 읽었다.

주민들이 내다버린, 몰락이라는 단어에 대한 주석이 달린 어린이용 삼국지를 읽었다.

만화로 되어 있어서 내 수준에는 딱 이였다.  유비가 황건적을 물리치고,

아무 보답도 받지 못하는데 장비가 지랄을 떨고, 관우가 장비를 달래는 장면이 참 재미 있었다.

추위를 잊고, 그 시절 빌어먹을 세상에 몰입할 수 있었다.

십상시, 반복되지 않는 어제란 없나보다.

그래서 솔로몬은 말했나보다.

헛되고, 헛되고, 헛되고, 또 헛되나니,

해 아래서 새로운 것은 없나니,

 

그래도 박근혜씨의 공로는 혁혁하다.

젊은 새댁들이,  서너살 된 아이들의 하원을 기다리는 젊은 새댁들이

정치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투표를 꼭 할거라고 말하고 있었다.

정치가 뜬구름 잡는 그들만의 권력다툼이 아니라

우리들의 현재이며 아이들의 현재가 되는 것이라고,

그녀들이 정치 뉴스를 읽게 된 것이다.

열시에서 열시 식당 다니던 나도 읽고 있던 정치 뉴스를

집에 놀며 어린이집에 아이 보내는 그녀들이 읽지 않고 있었던 것일까?
모르겠다.

 

눈이 와도 좋았겠지만, 눈이 내리지 않아도 좋았다.

이 생에서 다시 오지 않을 오늘에 관해 불평한다는 건 세상 어떤 일보다 어리석은 것 같다.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위대한, 멋진 사람의 말은

"나는 내 인생이라는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라는 말이다.

누가 했는지 잘 모른다.

그러나 누가 했는지와 상관 없이, 나는 마치 내가 한 말처럼 이 말의 주인공이 되어 산다.

일을 마치고 남편이 나를 데릴러 왔다. 종일 추운 곳에서 덜덜 떨따 차를 타고, 꾸벅꾸벅 졸다

추운 곳에 다시 내리니 걸음이 어기적거리고, 얼었던 발이 한 발 딪을 때마다 불편했다.

그러나 순간, 떠오른 말이

"나는 내 인생이라는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라는 말이다.

주인공이 구부정하니 할머니 같은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

할머니 연세의 나라면 할머니 역할을 해야겠지만

아직 젊은 나인데 할머니처럼 걸으면 않되는 것 같았다.

나는 내 드라마를 망치기 싫어서 온 몸을 다리미로 다린듯

매끈하게, 뻣뻣하게 걸어서 고양이가 반기는 집으로 들어갔다.

 

소주를 마셨다.

내일은 새벽 배달이 없으니 많이 마셨다.

예수님은 내가 술을 마시는 것이 그의 성전을 어지럽히는 일이라 했다.

난 원래 집을 잘 어지럽힌다.

옷이나 뭐나 뱀과 허물벗는 곤충들이 뒷손을 보지 않듯,

벗은 그대로다.

예수님은 그 묵은 대죄들도 다 대속하시고 용서하셨는데

내 이, 나만 불편한 작은 허물을 용서하지 못하시는 것인가?
때론 남도 불편하게 하지만...

 

붕어빵 할머니의 부재는 내 점심의 부재다.

오며 가며 세마리 붕어빵이 너무 많아서 꼭 내게 한마리를 권하시는 어르신들,

"됐어요. 저 금방 점심 먹었거든요..배가 불러서..죽겠어요."

그래도 꼭 한마리를 내 손에 쥐어 주고 가신다.

"저..배부른데요..참...이걸 어째?"

나는 어르신이 한참 멀어지고, 그 뒷모습이 보이지 않고서야

미친듯이 붕어빵과의 열렬한 키스를 시작한다.

가증스럽다.

그러나 때로는 거짓이 진실보다 따뜻하다.

그러다 오후 서너시가 되면 배꼽에서 쫄쫄쫄 알람이 울린다.

오뎅하나를 사먹으러 간다. 오백원이다.

이천오백원짜리 쿠퍼스 하나 팔면 남는 돈이다.

두개를 먹으려다 하나만 먹는다.

두개를 먹으려면 지폐를 하나 드려야 하기 때문이다.

내 점심값은 오백원이면 과하다.

곧 저녁을 먹을 것이고,

내 남편은 내가 손도 까딱하지 않아도

맛있는 것을 해준다.

오늘도 할머니가 왜 나오시지 않느냐는 질문만 꼬박 열세번을 받았고

할머니가 떠나신 이후로 그 질문에 대한 대답만 거의 백삼십번은 한것 같다.

 

오늘은 정화씨랑 점심 약속이 있었다.

삼백만원을 빚지고 그만두는 그녀가 나의 점심값을 계산했다.

소주 한병값까지.

난 치사하게도 더치페이한 돈을 내밀었다.

실제로 오전에 번 돈이 만오천원 뿐이였다.

나는 너무 부끄럽고 미안해서 계속 전재산인 만오천원을 주는

추태를 보였고, 그녀는 끝내 그 돈을 거절하는 미태, 양태, 호태를

보였다. 결국, 광우병 걸려 길바닥에 쓰러져 있는 자전거를 일으켜세워

끌고 오는 나를 한참 바래다 주다 그녀는 알바를 하러 갔다.

내가, 붙임성있는 내가 참 좋다, 참 기분 좋다하며 갔다.

붙임성? 나에게..모르겠다. 자야겠다. 잠이 많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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