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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저녁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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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물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1,140회 작성일 17-01-28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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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 박판식


나는 거울 속에서 조용히 살고 있는 사람이다
나는 누군가가 바라볼 때만 나타나는 이상한 비밀이다
자신의 그림자가 힘겨워 쓰러진
이가 빠진 채로 웃는 화가다
자기가 아닌 것은 끝내 자기 안에서 빠져나간다
나는 세계의 잉여다
매번 허탕 치는 괘종시계다
누군가 보아주지 않는다면 세상 그 누구도 결코 아름다울 수 없다
그렇다면 사랑은 무슨 모양인가
서로를 가장 많이 소유하는 방법은 어떤 것인가
비밀이 너무 많아 입술을 가지지 못한 나무들처럼
그 나무들 사이로 흘러가 저수지에 이르는 길처럼
너를 아름답게 만들지 못한다면 결코 사랑은 아니다
여름날의 하늘로 솟아오르는 색색의 풍선들, 그것은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사랑의 기념비다 어둠이면서도 스스로를
빛이라고 착각하는 꿈처럼





풀잎에 베이다 / 고성만


풀잎 적신 이슬에 비낀 햇살 씀벅 베고 지나간 후

살갗이 아리더니 서서히 배어나오는 피

풍경 속으로 들어가 청산이 되어 소리 속으로 들어가 채를 맞고
북의 몸 이별하는 장단처럼 바람 불 때마다 흔들리는 호수의 섬
혹은 마디마디 꺽어지면서 구절양장 휘어져 돌아가는 산길

뉘우침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저녁

단 한 번 만남으로 평생 잊혀지지 않는 인연이

점점 깊어가는 밤 깜박 밝혀 놓은 외등
내 정신 좀 봐 딸깍 스위치 내리는 순간
머나먼 별을 떠나와 지금 발 앞에서 파닥파닥

그때 눌러 죽인 어둠이 또 다른 등을 켜는,

날(生)의 빛







저문 들녘에 서서 / 강세화


돌아앉은 산등을 타고 잿빛 어둠이 내리면
흐르는 물소리에 절로 씻겨 앉은 둘레
맴돌다 사라져가는 빈 들녘의 여음(餘音)이여

외딴집 등불처럼 새로 돋는 별빛마다
새들도 하나 둘씩 둥지 안에 자리잡고
풀벌레 울음소리에 담아내는 맑은 바람

손 안닿는 지평 끝에 시린 마음을 걸어두고
잠 못드는 허허로움 낮게 듣는 넋이 있어
바람도 숨을 죽이고 눈만 크게 뜨고 있다.







겨울 저녁의 시 / 박주택


사위가 고요한 겨울 저녁 창 틈으로 스미는
빙판을 지나온 바람을 맞으며,
어느 산골쯤
차가운 달빛 아래에서
밤을 견딜 나무들을 떠올렸다
기억에도 집이 있으리라,
내가 나로부터 가장 멀 듯이
혹은 내가 나로부터 가장 가깝듯이
그 윙윙거리는 나무들처럼
그리움이 시작되는 곳에서
나에 대한 나의 사랑도
추위에 떠는 것들이었으리라,
보잘것 없이 깜박거리는
움푹 패인 눈으로
잿빛으로 물들인 밤에는 쓸쓸한 거리의
뒷골목에서 운명을
잡아줄 것 같은 불빛에 잠시 젖어
있기도 했을 것이라네,
그러나 그렇게 믿는 것들은
제게도 뜻이 있어 희미하게 다시 사라져가고
청춘의 우듬지를 흔드는 슬픈 잠 속에서는
서로에게 돌아가지 않는 사랑 때문에
밤새도록 창문도 덜컹거리고 있으리라






너의 붉은 손처럼 / 이근일

1
그날의 해변에서 걸어온 발자국과
내 맨발의 살갗이
간곡한 그리움에 빠진다

천국의 입구를 찾지 못해
또다시 연옥을 부유하던
바닷새가 휘청거리며 불 속으로 날아가고

보이지 않는 너의 발과
젖은 내 맨발이 굴리는
지구는 왜 저토록 깊은 근심의 얼굴인가

물에 쓸려 속을 훤히 드러낸
개의 무덤이
타오르는 황혼빛에 죽음을 말리는 사이
우리가 기댈 곳은
바닷새가 남긴 저 희미한 궤적이라거나
서로 닮은 쓸쓸함뿐이라, 각자 처량히
비틀거릴 수밖에

그럴수록 더욱 벌어지는
우리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날 달콤하게
부풀어 오른 이야기와 충만했던 감정을 불러와……
터진 주머니에 애써 채워 넣는 일

우리가 가진, 그 시간의 주머니에선
자꾸 모래들이 새어나와
비틀, 비틀 우리는 서로에게서
끝없이 멀어지지만

2
매혹적인 빛깔로 제 운명의 궤적을 녹이며
날아가는 혜성의 소식을 들은 지 오래,
그 오랜 침묵을 함구하며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삶의 비의를 찾아 책장을 넘긴다지

그러나 희멀건 파도의
책장을 넘기다
바다 끝으로 밀려난 너의 붉은 손처럼
모래톱 위
꿈틀거리는 불가사리 하나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마치 너의 소식을 듣고 답장을
부치듯 그걸 주워, 다시 바다로
네게로

잠잠히 띄워 보내는 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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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물풀님의 댓글

profile_image 물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때 / 김용택

 허전하고 우울할 때
 조용히 생각에 잠길 때
 어딘가 달려가 닿고 싶을 때
 파란 하늘을 볼 때
 그 하늘에 하얀 구름이 둥둥 떠가면 더욱더
 저녁노을이 아름다울 때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때
 둥근 달을 바라볼 때
 무심히 앞산을 바라볼 때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 귓가를 스칠 때
 빗방울이 떨어질 때
 외로울 때
 친구가 필요할 때
 떠나온 고향이 그리울 때
 이렇게 세상을 돌아다니는
 내 그리움의
 그 끝에
 당신이 서 있었습니다

물풀님의 댓글

profile_image 물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비망록 / 문정희

남을 더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남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가난한 식사 앞에서 기도를 하고
밤이면 고요히
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구겨진 속옷을 내보이듯
매양 허물만 내보이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내 가슴에 아직도
눈에 익은 별처럼 박혀 있고

나는 박힌 별이 돌처럼 아파서
이렇게 한 생애를 허둥거린다

물풀님의 댓글

profile_image 물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랜만입니다.
겨울이지만 봄 기운이 느껴집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가족 분들과 함께 따뜻한 설 연휴 되시고,
건강과 행복이 가득한 2017년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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