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鵲巢日記 17年 03月 14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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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138회 작성일 17-03-14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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鵲巢日記 170314

 

 

      황사 낀 것인가? 조금 흐렸다. 꽃샘추위 때문인지 바람이 좀 차다. 저녁에 비가 왔다.

     엊저녁 청소만 하는 용역업체가 왔었다. 자정 가까이에 왔어, 오늘 아침 카페 문 열 때까지 일하고 있었다. 100평대 카페 청소만 하는데 100만 원이다. 바닥과 천장 구석구석 먼지를 닦고 유리창까지 모두 닦는다. 이 일을 하루 만에 끝낼 수 없으니 오늘 밤에도 오기로 했다.

     오전, 서울 모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았다. ‘가배도록 3’을 받았다. 201510월에서 20168월까지 일기를 모아 책으로 엮은 것이다. 분량이 만만치 않아 누가 보기에도 관심 가질만한 글은 아니겠다 싶다. 거저 카페 조감도 운영하면서 나와 약속한 것을 지켰을 뿐이다. 근데, 중요한 책이 오지 않았다. ‘카페 확성기 1’을 받지 못했다. 부랴부랴 서울에 전화하니 용달기사가 빠뜨렸다고 한다. 내일 아침에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다. 몇몇 선생께 택배를 보내고자 일을 맞췄다만, 천상 내일 또 미뤄야겠다.

     오후, 채 선생님께서 전화다. 경주 ****(약칭 슈)’에 가셨는데 이 카페가 맞는지 물으신다. 지리적 위치를 대충 들으니 맞다. 아무래도 카페에 관심이 많으시니 내려가셨나 보다. *****카페는 드립으로 유명한 집이다.

     예전 카페를 처음 할 때였다. 이 집 단골손님이자 우리 집 단골이었던 준혁 군이 생각난다. 준혁이는 음악을 했다. 커피에 매우 관심이 많았던 학생이었다.

     오후 내내 책 읽으며 보냈다. 세상은 조용하기만 하다.

 

 

===================================

     바지 / 鵲巢

 

     한 몸통에서 뻗은 갈림길이 두 갈래다. 거시적 관념 세계와 미시적 물질세계는 언제나 분간한다. 바지의 길이가 길수록 삶은 고달프다. 단순하다는 것은 바지 기장이 같다는 말이다. 기장이 같으니 현실을 직시하며 바로 받아들인다. 미시적 물질세계는 언제나 거시적 관념 세계의 통제 속에 있다. 거시적 관념 세계가 넓고 깊으면 현실을 창건하는데 정확성을 기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과 그 격차가 크면 탁상공론과 같은 나비다. 기장이 같지 않다는 것은 나를 돌아보지 않는다는 말이다. 한마디로 복잡하다. 우리는 관념과 물질로 떠받드는 몸통이다. 시는 바지를 벗는 행위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준다는 의미다. 독서는 거시적 안목을 넓히는 일이다. 세상을 걷기 위해 바지를 늘리는 행위다. 살찌우는 일이다. 세상 바르게 걷는다는 것은 그 늘린 사상만큼 현실에 적응하기 위한 필사의 노력이 필요하다. 늘이고 맞추고, 맞추고 다시 동기부여 한다. 시는 바지다. 낮은 바지를 껴입고 생활하며, 밤은 바지를 벗는 안식의 제례는 꼭 있어야겠다.

 

     국수 삶는다. / 鵲巢

 

     펄펄 끓는 물에 곧은 국수 한 뭉텅이 삶는다. 물과 국수, 국수와 물에서 주체가 무엇이냐에 따라 글은 달라질 수 있겠다. 물 같은 세상에 곧은 철학을 갖고 사는 나, 한평생 굳은 시만 차곡차곡 쌓았던 우리, 하지만 세상은 끓는 물과 같아서 우리는 언제 또 풀며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펄펄 끓는 물속에 곧게 뻗는 국수 면발 결국 다 풀어놓는 가치관이다. 얼마나 뜨거웠으면 하얗게 일그러졌을까! 저녁은 그 어떤 변명 같은 건 늘어놓지 맙시다. 국수 같은 모진 철학이라도 세워 한결 풀어놓는 일은 허기를 달래는 일이다. 누가 또 압니까? 한 그릇 맛있게 드셨다면, 국수 같은 시가 나오지 않을까 말이다.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쩡하니 닉은 동티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삿방 쩔쩔 끓는 아루궅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으젓한 사람들과 살틀하니 친한 것은 무엇인가 이 그지없이 고담하고 소박한 것은 무엇인가*

 

========

    각주]

     백석 시 국수

 

 

     다뉴세문경多紐細文鏡 / 鵲巢

 

     오래전, 아주 오래전, 족장이 차고 다녔던 청동거울입니다. 둥근 원판 만큼 태양을 받아들이고 그 빛을 내보입니다. 바깥을 거닐 때면 내 얼굴을 비쳐 봅니다. 계급의 상징 같은 완장이었습니다. 청동거울에 새겼던 미세한 선만치 잇는 우리의 생명선, 수천 년 수 세대를 뚫고 내 앞에 섰습니다. 고인돌 같은 고딕으로 수 세대의 말은 태양을 향해 곧장 날아갑니다. 태양처럼 신발을 신고 하루를 거울에 비춰봅니다. 휘발유 같은 믿음만이 하얀 구름으로 핍니다. 족장은 매일 밤 팔주령八珠鈴(청동방울)처럼 날아간 새를 청동거울에 비춰봅니다. 삶의 금빛 같은 햇살은 반달 돌칼로 꺾어 올리고 민무늬토기에다가 담습니다. 뗀석기를 잊고 간석기를 잊어야 한다고 매번 주문을 외어 보지만 공허한 연민은 태양은 알 수 없지요. 보이지도 않는 청동거울을 매번 닦는 이 억겁의 삶 둥둥 울리고 또 울리는 족장의 아픔, 고인돌처럼 들판에 올곧게 서 있습니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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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오영록님의 댓글

profile_image 오영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잘 닉은 동치미에 만 국수가 작소공이 아닐까요..~~바지 첫행에 탁 하고 무릎이 부서지네요// 역시 필력이 촉이 살아있네요..// 시는 바지다~~햐~~ 난 반바지~~활동하기 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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