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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방끈은 딱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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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유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78회 작성일 17-04-19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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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오분 거리 떨어진 김밥집에서 김밥 한 줄을 사먹고 왔다. 제품 출고 시간이 오전 여섯시로 바뀌어 새벽 네시에 라면 하나 끓여 먹고 나왔더니 일찍 배가 고파왔다. 내일부터는 간단한 도시락을 준비 해와서 아침밥을 챙겨 먹어야겠다. 봄이 와서 여기 저기 돋아나는 풀을 베느라 낫을 들고 다니던 3초소 경비 아저씨가 한참 동안이나 벤치에 앉아 이런 저런 말씀을 하시다 가시고, 이전에 출고를 받으러 가던 시간에 손님도 없어 나는 한가하다. 큰 아이가 사 준 (스마트 폰과 자판을 연결 시킬 수 있는 잭이 있어) 나는 야쿠르트 보관함에 자판을 놓고 일기를 쓸 수 있게 되었다.  내 사무실을 포위하듯 에워싸고 있던 꽃은 진달래가 아니라 철쭉이였다. 연분홍의 철쭉과 진달래를 나는 번번히 잘 구분하지 못한다. 얼마 전 까지 생리혈 같은 수액을 뚝뚝 떨구던 느티나무도 갈색 낙엽 지붕을 연두빛 새잎 지붕으로 바꿔 놓았고, 남강을 도로 건너편으로 끼고 있는 녹지 공원은 울긋불긋하듯 풍경을 녹음으로 통일해 가고 있다. 어제는 청소하는 언니가 내 전동카로 다가와서 며느리 생일이라며 돈을 좀 송금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가까운 우체국으로 가서 송금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며 타행 송금 용지를 내밀었는데, 언니가 내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날더러 작성 해달라는 것이였다. 아! 나는 그때사 눈치를 채고 언니의 부탁을 들어 줄 수 있었다. 그녀는 나의 시어머니처럼 한글을 모르시는 것이였다. 나는 늘 내가 남들보다, 아니 남들만큼 많이 배우지 못한 것을 한탄 했는데, 네살박이 아이들도 읽는 한글을 내가 안다는 것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언젠가 사과꽃을 솎으러 관광버스를 타고 두시간 거리에 있는 거창으로 갈때도 나는 어머니와 이모를 대신해서 용역자 명단을 작성 했었다. 내가 게을러서 그렇지 한글로 된 책들만 다 읽고 죽으려고 해도 수백 생애는 더 살아야 할 것 같다. 영어도 알고 불어도 알면 더 좋겠지만 한글로 된 문장이나 시 조차도 들어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이 여기 경상도 말로 천지삐깔이다. 그런데다, 나에게 한글을 쓰야하는 사소한 일들을 부탁하는 사람들은 글자를 모른다고 전혀 무식하거나 모자라지 않다. 오히려 더 약지 않았고, 따뜻하고 순수하다. 오히려 미국이나 영국에 있는, 내가 생각하기에 어마어마한 학교를 나온 사람들이 청문회때 더 뻔뻔스럽고, 대화가 되지 않는, 기본적인 도덕성 조차도 결여된 사람이라는 사실을 확인 할 때가 더 많았다. 나는 고등학교를 겨우 나왔다. 그것도 누가 어느 학교 나왔냐 물으면, 좀 망설이다 대답하는 여상을 나왔다. 난 내 가방끈이 짧은 탓을 부모에게 돌릴 때도 가끔 있었는데, 요즘 같은 세상엔 핑계의 여지가 없다. 방송통신 대학이나 무슨 대학이나 어디든지 문이 열려 있고, 내가 마음만 독하게 먹으면 얼마든지 만학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친구들은 요양사 자격증을 딴다, 요리사 자격증을 딴다,. 평생 교육원을 다닌다 하며 자신의 부족함들을 채워가려고 노력하는데 나는 별로 배움에 대한 욕심이 없다. 별로 쓸모도 없는 것을 자꾸 배우는 것을 시간 낭비라 생각한다. 아무도 훔쳐 갈 수 없는 머릿속의 재산에 대한 욕심도 탐욕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오히려 하나의 지식과 배움이 또 하나의 짐이나 족쇄가 되는 기분마저 든다. 내 가방끈은 이걸로 충분하다. 내가 내 지식을 이용해서, 혹은 베풀어서 이루고 싶은 꿈도 이상도 없다. 나의 돈 가방은 쓸데 없이 끈이 길어서 야쿠르트 통을 씻을 때나 내가 늘 사용하는 경비실 화장실 청소를 할 때 걸리적 거린다. 나는 딱 내게 맞게 배웠다. 게다 어머니나, 이모나 한글을 모르는 분들에게 내 지식을 베풀수도 있다. 다행히 나는 한국인들과 함께 한국인들과 살아가기 때문에 한글 밖에 모른다는 사실이 전혀 불편하지 않다. 가끔 독서를 하는 것은 십원짜리나 백원짜리나 돈이라면 끌어모으듯, 뭐든 알아 두려는 생각 때문이 아니다. 그냥 최소한의 궁금증을 풀어가는 것 뿐이다. 경비 아저씨가 말씀하셨7다. 오늘보다 내일이 좀 더 나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나는 속으로 말했다. 왜 그래야 되는데요? 라고 반문했다., 그냥 오늘은 어제 같고, 내일은 오늘 같으면 되는 것이다. 어제는 어제대로, 오늘은 오늘대로, 내일은 내일대로 나의 시간이다. 오늘만큼 즐겁고, 오늘만큼 견딜만하고, 오늘만큼만 슬프거나 아프면 되는 것이다. 좀, 더 , 좀, 더, 작다고 해서 욕심이 아닌것은 아니다. 그냥 달라지거나 새로워진다가 좋다. 그것 자체가 나아지는 것이라고 믿고 싶다. 오늘은 철쭉, 내일은 아카시아, 내가 철쭉과 아카시아에게 아무짓도 하지 않아도, 그들은 그들의 계절을 즐기고, 나는 그들의 즐거움을 즐길 뿐이다. 세상은 다 차려놓은 밥상이다라고 나는 생각하는 것 같다. 나라는 숟가락만 하나 더 걸치면 되는 것이다. 무엇을 바꾸고 싶지도 않고 바꿀 필요도 느껴지지 않는다. 나를 채우려고만 하지 않으면 세상은 완벽하다. 나와 세계를 구분하려고만 하지 않으면 나는 아쉬울 것이 하나도 없다. 오려 나는 나를 없애고 살기에 너무나 많은 지식을 가졌다. 그러기에 나는 너무 유식하다. 있는 지식도 어디에 덜어내고 싶어진다. 

몇일째 전동카에 꽂아 둔 비치 파라솔이 부러질듯 바람이 분다. 전동카 앞의 철쭉 담장에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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