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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전하는 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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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물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292회 작성일 17-04-19 19:34

본문

...







바람이 전하는 안부 / 강재현


그대를 사랑한다 말하기엔
빈 몸이 너무 가벼워
차마 다 전하지 못하고
빈 들녘에 바람으로 나부꼈습니다

그대를 그리워한다 말하기엔
지친 어깨가 너무 무거워
차마 다 전하지 못하고
하늘빛 바다에 파도로 일렁였습니다

숨을 쉴 때마다 폐부 깊숙이 파고 들어오는
그대의 그림자를 안고 바람처럼, 파도처럼
더 멀리도, 더 가까이도 가지 못하는 거리
그 모진 거리를 수인처럼 걷고 있습니다

미처 전하지 못한 가슴 속 언어들을
세월 지나, 그대 바람결에 들으신다면
그 땐, 눈물 없이 나의 이름을 불러주소서
이 절실한 바람의 언어를 깨워주소서

- 강재현 3시집 "그리움이 깊은 날에는" 중



..커피


하루에게 / 박주택


너는 어디로 가서 밤이 되었느냐 너는 어디로 가서
들판이 되었느냐 나는 여기에 있다 여기서 희미한
이를 닦으며 귀에 익은 노래를 듣는다
존재를 알리는 그 노래는 추억의 중심으로 나를 데려간다
네가 살아 있을 때 나는 무엇을 했던가
전화를 받고 차를 마시고 또 무엇인가 두려워 마음을 졸였겠지
네가 가고 난 책상엔 먼지가 한 꺼풀 더 쌓이고
건물들은 늙어 어제를 기억하는 데도 지쳤지
네가 풀잎이라면 나를 초원에 데려가는 게 좋겠다
더더욱 네가 그리움의 저편 석양처럼 붉게 타오른다면
나도 모르는 그리움 속으로 데려가 다오
그 속에서 온갖 그리움들을 만나 그리움의 기억을
가슴에 새기며 내가 왜 여기 서 있는지를
저 나무에게나 물어보리라








처음처럼, 저음으로 / 서규정


보경사 뒤쪽 산엔 열 두 폭포가 있네
우왕좌왕 소리에 소리를 섞어 내리는
쌍생폭포 앞에 서서 사람 하나를 지우려는데
시장 좌판에 생선비늘처럼 눈이 다 타들어 간다면
어느 빼어난 풍광이, 장님만 하며
어디 고운 노래가, 귀머거리만 하고
아무리 깊은 시도, 벙어리 가슴만 하리

바람이 불면 가야 한다 가야만 한다
민들레 홀씨 저 떠나온 자리 다시 찾으러 날 듯
인적 끊긴 하늘로 누구야 누구누구 따로 부를 것 없이
폭포야 폭포 폭포가 폭포를 부르듯 복창한다
꿈속에서도 열 두 번은 더 사랑한다 당신
처음처럼, 저음을 알아듣는 옆구리의 내 당신을



...



숲에 살고 싶어 / 정공량


숲에 들어 살고 싶어
저 숲에 들어가 살고 싶어

가랑비 웃음을 듣고
새들 마음을 읽고 싶어

날마다 해가 뜨고
달마다 보름달을 보고
해마다 얼굴엔 주름이 지지만

숨 가쁜 시간은 흔들리고 있어
파릇한 내일이 날 부르고 있으니

바람소리마저 들리지 않는 날에도
햇빛마저 비치지 않는 날에도

숲에 들어 살고 싶어
저 숲의 품에 들어,
저 숲의 마음에 들어,
한평생을 살고 싶어





모든 꽃은 흔들리며 뿌리로 간다 / 강미정


봄비를 받아내고 있는 작은 제비꽃의 흔들림은
꽃을 들여다보기 위해 쪼그리고 앉던
당신의 등처럼 외롭고 넓다는 것,
그러므로 꽃피어 흔들리는 세상 모든 꽃은
흔들리지 않으려고 땅을 움켜쥔
고단한 뿌리의 일그러진 얼굴이라는 것,
그러나 흔들림이여,
제 필생이 가진 파란만장의 중심을
꿰뚫고 흔들어야
흔들림이라 이름 붙일 수 있지 않겠는가
작은 제비꽃 한 포기가 필생을 흔들어
세상의 침묵 위에 얹어놓는
저 파열하는 자주빛 몸부림도
고단한 뿌리가 가졌던 일그러진 얼굴이었음을
뿌리가 더듬고 나간 그 처음의 길에서
모든 흔들림은 오직 제가 가진 경계의 폭으로
흔들린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다시 제 필생을 흔들어 깨운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흔들리는 모든 꽃은 뿌리에게로 간다
맨 처음에게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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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물풀님의 댓글

profile_image 물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리움 피어나는 봄날에 / 김설하


양지바른 담장밑
엄동을 견딘 파릇한 풀잎이 돋고
잊었던 색채의 아름다운 마법에 걸린
생기로운 꽃들의 함박웃음
까닭 없이 가슴 설레어
어디론가 자박되고픈 봄이다

물비늘 일으키며 몰려다니는 
송사리떼 등짝에도 금빛 반짝이며
간지러운 햇살이 내리면
솜털 보송하게 부풀인
버들가지에도 촉촉한 수액이 흘러
뭇시선 유혹하는 화창한 봄이다

밤새 사르락 사르락
머리를 빗는 봄비 따라
설레는 마음 단장하면은
흘러 흘러 강물에 닿아
하브작 젖은 가슴으로
그 누군가에게 사랑을 고백하고픈
눈물겹도록 그리움 빼곡한 봄이다

물풀님의 댓글

profile_image 물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미간(眉間) / 이은규

    눈썹과 눈썹 사이
    미간이라 부르는 곳에 눈이 하나 더 있다면
    나무와 나무 사이
    고인 그늘에 햇빛 한줄기 허공의 뼈로 서 있을 것

    최초의 방랑은 그 눈을 심안(心眼)이라 불렀다
    왜 떠도는 발자국들은 그늘만 골라 디딜까
    나무 그늘, 그의 미간 사이로 자라던 허공의 뼈

    먼 눈빛보다 미간이 좋아
    바라보며 서성이는 동안 모든 꽃이 오고 간다

    나무가 편애하는 건 꽃이 아니라 허공
    허공의 뼈가 흔들릴 때 나무는 더 이상 직립이 아니다
    그늘마다 떠도는 발자국이 길고

    뒤돌아보는 꽃처럼 도착한 안부, 어느 마음의 투척(投擲)
    이 당신의 심안을 깨뜨렸다는 것
    돌멩이가 나뭇잎 한 장의 무게도 안 되더라는 말은 완성
    되지 않았다
    온전한 무게에 깨진 미간의 기억이 치명적이었다는 소견,
    왜 미간의 다른 이름은 명궁(命宮)일까

    사람들이 검은 액자를 오래 바라보지 않는다
    화염의 칼날이 깨끗이 발라낸 몸, 뼈가 아직 따뜻한데
    직립을 잃은 허공이 연기가 되어 흩어진다
    눈인사 없이 떠난
    그가 나무로 다시 태어날 거라고 믿지 않는 봄날

    투척의 자리에
    햇빛의 무늬, 밀려가고 밀려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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