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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유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39회 작성일 17-04-26 19:20

본문

오늘도 나는 하루치의 영혼을 팔아 치우고 왔다.

내게는 여러 부류의 손님들이 찾아 와서 여러 가지의 이야기를 한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키우는 늦깍이 엄마인 친구는

아이들의 폭력에 아이가 폭력으로 맞서야 하는가

선생님께 일러바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가를 고민했다.

예수 어머니 교회라는 곳에서 온 예수쟁이 여자들은

유월절을 지켜야 한다며 성경의 비밀에 관해 이야기를 했다.

이제 은퇴를 앞 둔 노래방 도우미 친구는 이제 노래방을

그만두고 그간 벌어 놓은 돈으로 모텔을 해야겠다고 했다.

108동 할머니는 진주 여고를 나와서 국졸인 남편과 결혼한

오랜 친구에 관해 이야기 했고,

전직 교장 선생님의 바뀐 요양사는 야쿠르트 아줌마를

할 뻔 했는데 구조적인 모순이 너무 많아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했다.

103동 용띠 이모는 도시락을 이제 막 먹고 왔다는데

기어히 국수를 끓여 먹으러 오라고 해서

남기는 것이 너무 미안해서 꾸역꾸역 국수를 먹어 치웠다.

모두들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자꾸 졸려서 하품을 깨물어야 했다.

나는 하품을 깨물며 어떤 이야기든 들어주고

웃어주고, 맞장구를 쳐 주었다.

다들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무슨 일을 당하고, 무슨 일을 베풀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과 세상이

자신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모두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고 말하기 바쁜데

예수쟁이 둘만이 자신이 아닌, 게다가

사람도 아닌 이에 관해 성경책을 들춰가며

미리 그어 놓은 노란 줄을 짚어 가며 이야기 했다.

솔직히 자신들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사람들이 이단이라고 평가하는 교회의 예수님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졸리지 않았다.

나는 종일 누군가를 만나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다.

108동의 교회 다니는 영희씨는 내가 야쿠르트 전동카가

있는 느티나무 아래에 나타나지 않으면 사무실까지

찾아 오고, 그래도 없으면 103동 이모에게 전화를 해서

왜 내가 보이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리고 내가 있으면

앉지도 않고 서서, 집에서 아이들이나 남편에게 호출이

없는 한 그자리에 서서 자신의 출생 비밀과 혜민 스님과

자신과의 관계(그녀는 혜민 스님과 그녀가 쌍둥이 인 것 같다는

희안한 망상에 사로 잡혀 있다)를 말하며, 인터넷에 있는

혜민 스님 사진이 자신과 닮지 않았냐며, 보여줬던 사진 또 보여주고

백일 사진이란게 젓살이 붙어 있어서 골격이 드러나는

어른 사진과 비교 하면 안될 것 같다는 나의 스무번 스른번은 한 것 같은

의견을 다시 확인 한다. 나는 듣고 또 듣고, 웃고 또 웃고, 진지하고, 또 진진하다.

간간히 야쿠르트를 사러오면 손님들과 또 이야기를 한다.

젊은 새댁들은 제품만 사면 바로 가는데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대체로 오래 이야기를 건내신다.

자신은 전문대를 나와서 중졸인 남편을 만났다는 할머니는

입안에 우물거려서 꼭 한 번 더 물어야하는 목소리로

공장에 다녔던 이야기, 식모 했던 이야기, 식당 다녔던 이야기를

하신다. 나는 우스워서 웃고, 웃다 보면 우스워지기도 해서

웃는다.

 

노래방 도우미를 해서 건물을 샀다는 친구는

내가 비록 그러했지만, 보란듯이 땡전 한 푼 없이 날마다

빚만 져가는 내 앞에서 모텔을 운영할 것이라고 했다.

두 명의 애인을 두고 이 사람에게서 이백만원 저 사람에게서

이백만원을 받아서 쓰며 골프를 치러 다닌다는 노래방 언니

이야기도 했다.

난 아무 생각도 아무 느낌도 없이 알 수 없는 피로감이 몰려왔다.

그냥 모두 대단하고 능력 있고, 존경스럽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렇다고 대단하지 못하고 능력 없고, 하잘것 없는 나도

그녀들처럼 대단해지고 능력 있고, 존경스러워지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냥, 종일 전동카를 지키고 서서 영혼을 다 팔아버려 그런지

누구의 말도 다 옳은 것 같았고

누구의 생각도 다 대단한 것 같을 뿐

누구랑 비교해서 나에 관해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시를 쓰고 싶다는, 울컥 시에 대한 그리움이

순간 온수기에 불이 확 지펴지듯 했다.

목이 메였다. 시를 생각하니 목이 메이고 목이 탔고

심장에서 불이 피어 올랐다.

누가 무슨 말을 해도 구구절절한 자신들의 물결에

휩쓸려 텅빈 내 안에 유일한 뜨거움이 나를 집중 시켰다.

시가 미치도록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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