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鵲巢日記 17年 04月 26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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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30회 작성일 17-04-26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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鵲巢日記 170426

 

 

     엊저녁 자정이었지 싶다. 천둥 번개를 동반한 소나기가 있었다. 아직 4월인데 한여름 때나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오늘은 날씨가 꽤 맑았다.

     오전에 세무 관련 일을 보았다. 소득세 신고에 관한 자료를 준비했다. 몇 군데 전화했다. 오후에 몇 군데에서 택배가 왔고 포항 두 군데 택배를 보냈다. 예스24에 주문한 시집 두 권이 왔으며 어제 받은 시집 중 한 권을 읽었다.

     민음사에 낸 시집이다. 김 씨의 *****’ 시집인데 꽤 괜찮았다. 내내 읽으며 무언가 떠오를 것 같은 어떤 이미지를 제시해주었지만, 구체적으로 그것을 그려낼 수는 없었다. 그가 쓴 시어를 보면, 부처의 발톱은 허벅지 살을 밀며 자라고 있을 것이라는 둥, 다 피우지 않고 버린 담배처럼 나는 가위에 눌렸다. 별이 있어도 보이지 않으면 별이 아닌 것처럼, 발소리를 죽이 법, 무언가를 살해한다는 것 종이의 기분 같은 것이다, 열쇠 구멍이 열쇠를 듣는 것처럼, 매일 딸의 전족을 감는 어머니는 모를 것이다, 아이들의 얼룩진 꿈이 얼룩진 이불보다 더 끔찍하다 더 샛노랗다, 내 일은 어두운 일이니 내일은 어두운 날, 등을 볼 수 있다. 그냥 그가 쓴 시구를 써보았다. 이 시집의 뒤편은 장문의 장시가 있는데 이것도 읽는 맛은 꽤 있었다. 괜히 장시를 쓰고 싶다는 생각마저 든다.

     조감도에서 내내 시간을 보냈다.

 

 

 

     반찬은 결코 허술하지 않았으므로 찬반은 필요 없다. / 鵲巢

 

     아들은 엄마보다 키가 크다. 아들의 키가 점점 자랄수록 엄마는 여러 번 다녀갔다. 엄마가 가져다준 반찬은 맛은 없었지만, 영양가 하나만큼은 충분했다.

     어두운 길을 걸어도 횃불 같은 어떤 마력으로

     비가 오고 우울한 날에도 엄마는 우산처럼

 

     가로등 없는 골목, 야맹증 같은 눈빛도

     엄마의 반찬은 맑은 날처럼 그림자를 띄웠다.

     신발이 젖고 발바닥이 젖어도

     식탁에 차린 반찬은 절대 허술하지 않았으므로

     찬반은 필요 없다.

 

     흰 밥상에 따뜻하게 차려놓은 엄마의 반찬은 멸치보다 더 섬세하고 장조림보다 더 짜지만, 젓가락처럼 하늘을 열었다. 언제나 바삐 움직이는 엄마의 손을 보면서

 

     이제 엄마는 연세가 많으시다.

     언제나 먹어도 절대 부족하지 않은 반찬

     떨어져 있어도 자꾸 구미만 당긴다.

 

 

     모두가 키가 같다. / 鵲巢

 

     달빛은 흐릿하다 굳게 닫은 창문처럼 그 창문을 다시 덮은 커튼처럼 그 누가 다녀갈 일 없는 방에 잡초들만 우거진 산길 같다 빗물에 질퍽한 황톳길처럼 너럭바위에 낀 이끼처럼 까치둥지를 닮은 겨우살이처럼 고단한 발자국을 남기며 오르는 시간은 자초한 무덤이다 늘 걷던 산도 산이 아니듯 낯선 돌처럼 밟고 밟다가 어느새 숨어버린 토끼까지 스치며 어느 이름 모를 야생화 하나 꺾어 만져보는 길, 누가 이 길을 또 걷는다면 아지랑이처럼 숨이 차서 혹여나 주저앉았다가 숲에 파묻히고 말 것 같다 이제는 산처럼 거친 나무껍질이라 무엇을 담기도 어렵지만, 또 바람에 놓이며 깎는다는 것도 어쩌면 숙성이겠다 계절은 계절이 아니고 봄꽃은 저절로 피었다가 가기도 해서 거저 각질처럼 떨어져 뒹굴다가 개미들의 이동 경로를 바라보며 힘껏 웃어야겠다 흐릿한 달빛은 잡초와 나무와 너럭바위와 그 모든 야생동물까지도 그늘처럼 보인다 모두가 키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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