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鵲巢日記 17年 05月 05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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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42회 작성일 17-05-05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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鵲巢日記 170505

 

 

     무척 흐리다가 오후 비가 내렸다.

     황사와 송홧가루가 모두 씻겨 나가는 듯, 물도랑은 연둣빛으로 무슨 기름층 형성하듯 뭉쳐 떠내려갔다.

     장인어른과 장모님 모시고 점심 함께했다. 중방동에 자리한 교동면옥이다. 이 집은 올 때마다 손님으로 붐빈다. 바깥에서 번호표 뽑아 몇십 분 기다려야 먹을 수 있다. 손님이 많으니 여기 일하는 직원과 주인장의 마음을 맞춰야 하는 실정이다. 12시에 왔는데도 갈비탕은 동이 난 지 오래되었고 아내는 갈비찜을 장인어른과 장모님, 두 아들과 나는 모두 냉면을 주문했다.

     오후 다섯 시쯤이었다. 대구에 사시는 이모님께서 오셨다. 이모부와 이모부 지인이신 듯하다. 예전 대구시청 **실장을 역임하신 분이라 했다. 이 층 서재 앞에 앉아 근 한 시간 가까이 대화를 즐기다 가셨다. 대구 여러 소식과 경산 이모저모를 얘기하셨다.

 

 

     집시 / 鵲巢

 

     30년도 더 된 집시를 본다.

     집시는 노부모와 함께 산다.

     자식 넷 해바라기처럼 출가해서

     집시는 한적한 오후,

     식탁은 조촐한 밥 한 공기

     찌개 한 냄비

     식사 끝난 노부모, 공기그릇과 냄비를 씻는다.

     그릇을 씻다가 집시는

     동맥경화처럼 수도를 터뜨린다.

     굳은 피처럼 녹슨 물 흐른다.

     집시가 사는 동네는 떠돌이처럼

     출가한 자식뿐이라 노인만 산다.

     노인이 사는 집시처럼

     매일 검은 망토를 쓰고 중절모를 쓴다.

     호박씨 같은 집시가

     해바라기처럼 출가했으면 싶다.

 

 

     찜 갈비 / 鵲巢

 

     그간 삶을 지탱한 뼈에 우리는 믿고 살았다 믿고 살았다 한 점의 살점과 한 점의 살점처럼 우리는 서로를 보며 서로를 인식하며 서로가 사무치며 엉키며 살았다 엉키며 살았다 뜨거운 그 한 점은 못 먹어도 배가 불렀다 배가 불렀다 어린이날 갈빗집 앞에 줄 서서 이렇게 기다리는 이유는 삶이 물러 안개를 지우는 일이다 지우는 일이다 안개처럼 붐비는 갈빗집 앞 순번을 뽑아 들고 우리는 기다린다 결국, 기다리기로 한다 몸에 꽉 낀 운동복 입은 자전거 동호인들이 서 있고, 서 있다 어느 노부부도 자리에 앉아 번호를 뽑아 기다리고 기다리다 못해 바깥어른께서 유리문 밀고 들어가 따뜻한 갈비탕 국물 한 그릇 가져와서 아내에게 먹인다 마다한다 마신다 식사가 끝난 두 명의 손님이 나오자 주인집 아주머니는 우리에게 미안하다는 양해를 구하고 우선 두 명이나 네 명까지 함께 오신 분 먼저 들어오세요, 하며 소리친다 정말 소리친다 세 명이 함께 온 손님 번호표 내고 들어간다 들어간다 주인아주머니는 단체 손님 한 팀 다 끝나가니까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말씀을 한 번 더 남기고 유리문을 닫는다 닫는다 단체 손님 식사가 끝났다 드디어 끝났다 아니다 시작이다 주인아주머니는 얼른 들어오시라 유리문 밀며 손짓한다 손짓처럼 부른다 나간 단체 손님은 여덟, 우리는 여섯 널따랗게 앉았다 널따랗게 앉았다 남자 종업원이 와서 한 팀 더 받아야 하니까 좁혀 앉으라며 부탁한다 큰 소리로 부탁한다 우리는 좁게 앉았다 쪽 팔렸다 갈비찜과 냉면이 나왔다 나왔다 손에 쥔 물수건처럼 한 점씩 비운 뼛골, 하얗게 비운다 포유류의 비애 그 대칭처럼 바닥을 보고 바닥을 딛고 선, 사지 뚝뚝 끊은 일탈과 일탈, 그릇을 받드는 보강 한 접시 찜 갈비, 찜 갈비

     이 한 접시 비운다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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