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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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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유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98회 작성일 17-05-07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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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죽었다.

털이 노란 고양이가 죽어 있어서 묻어 주었다고 주인 아저씨가 말씀하셨다.

엊그제부터 메롱고가 보이지 않아서 발정이라도 났나 했었다.

한 두어 달 전부터 한번 외박을 시작하면 이틀이나 사흘 동안 연락이 없던터라

또 그러나 했는데 주인 아저씨가 말씀하시는 고양이의 인상 착의가 녀석과 비슷했다.

나는 믿을 수가 없어 묻은 곳이 어디냐고 물어보았다.

마루에서 내다보면 논을 메워서 집터를 만들어 둔 곳이 보이는데 그기 묻었다고 말씀하셨다.

흙을 파 보았더니 눈에 흙이 들어간 고양이 얼굴이 보였다. 살아 있는 얼굴만 보다 죽어

있는 얼굴을 보니 낯이 설어서 메롱고가 아닌 것 같았다. 확신이 서지 않아 발을 파 보았다.

나와 남편이 주안상을 차리고 저녁을 먹을 때면, 뭐 하나 얻어 먹어 볼거라고 내 허벅지에

앞발 두개를 나란히 올려 놓곤 했었는데 나는 양말을 신은듯, 노란 털 사이에서 하얀 녀석의

두 발이 도톰하니 참 예쁘다고 생각했었다. 발을 보면 녀석을 단박에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흙속에서 파낸 고양이의 발은 노란색이였다. 나는 만면에 웃음을 띠우고 스마트 폰에

저장 되어 있는 녀석의 사진을 찾아 보았다. 앗뿔사, 그런데 녀석의 한쪽 발은 하얗고

오른쪽 발은 노란색에 가까웠다. 나는 왜 녀석의 발을 왜 하얀색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죽은 녀석은 메롱고였다. 누가 어미인지 알 수 없는 고양이 한마리가 우리집에 사는 어른

고양이 세마리 틈에 나타났었다. 나는 세마리 중 노랑이의 새끼인 줄 알았는데 그것은 추측에

지나지 않았다. 그중 서열이 가장 낮은 까망이가 어린 고아 녀석의 군기를 잡으려고 앞발로

녀석의 뺨을 때리는 것을 보고 남편이 마루에 그릇을 하나 마련 했던 것이다. 남편이 십년

넘게 키우던 영구라는 개가 죽은지 얼마 되지 않아 앞으로 동물을 키우면 성을 갈겠다던

와중이였다. 정은 주지 않고 밥만 주겠다는 다짐과 상관 없이 우리는 점점 녀석의 매력에

빠져 들어갔다. 고양이는 개와 달리 충성심이 없다. 고양이가 사람을 따르는 것은 개가 사람을

따르는 것과는 다른 현상이였다. 물론 짐승이 사람을 따르는 가장 큰 이유가 먹이겠지만

고양이는 먹이를 사랑하고, 개는 먹이를 주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 같았다. 사람을 분류 할 때도

개과의 사람과 고양이의 사람으로 분류 하기도 하는데, 연인은 고양이과가 좋을 것 같고, 남편은

개과가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고양이가 어떤 나쁜 성향을 가졌을지라도 고양이는 외모에서

이미 압권이였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게 만든 동물이 고양이과 동물들인 것 같았다. 남편이

동물원에 다니는 집에서 사자 새끼를 본 적이 있었다. 그 둥글뭉수리한 대가리가 얼마나 탐스럽고

예뻤던지, 우리집에 유괴해가서 키우고 싶었다. 햇빛을 받으면 호박 단추처럼 황금빛으로 빛나는 눈,

잠이 들면 눈웃음 이모티콘처럼 감기는 눈, 발톱을 숨겼던 말았던 볼록하고 동그란 발, 유연한 몸,

고양이를 보다 개를 보면 개가 참 못생겨 보였다. 개와 사람이 서로 주고 받고 나누는 감정은

고양이와 사람이 주고 받고 나눌 수 있는 감정들보다 훨씬 다양하고 풍부하다. 고양이의 사람에 대한 감정은

심플하고 분명하며 이기적이다. 나는 고양이의 감정을 갖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비빌 때는 비비고

할퀼 때는 할퀴고, 도도하고, 우아하고, 연연하지 않는 고양이가 부러웠다. 대체로 개 같은 나는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에게 매달리고, 사람에게 연연한다. 내가 좋다고 판단하는 사람에 대한 나의

감정은 거의 충성심에 가깝다. 따지지도 묻지도 않는다. 줄 것 있음 다 주고, 내게 무엇이 이로울 것인가는

염두에 두지 않는다. 그러다 상처 입는다. 그러나 또 다시 사람을 따른다.

메롱고는 나를 잘 따르지 않았다. 남편이 밥을 챙겨 주었기 때문이다. 남편은 밥은 주고 정은 주지 말자는

선을 긋느라 고양이를 가까이 하지 않았지만 나는 예쁘다고 어찌나 만지고 뽀뽀하고 안고 놀리고 했던지

메롱고는 나를 귀찮고 성가신 존재로 여기는 것 같았다. 그러나 두 끼니 식사 외의 맛나는 것을 내가 많이

챙겨 주기 때문에 우리가 술을 마실 때만 내 옆에 앉아 허벅지 위에 그 예쁜 두발을 가지런히 올리고

애처러운 눈빛을 내 눈에 맞추었다. 난 대책없이 정이 든것이다. 청소를 하다 옷방의 가방에 곰팡이가

피어 말라 붙은 녀석의 똥을 바라보며 "이 씨발 고양이가, 뒤졌음 그만이지 뭔 유산이라고," 욕을 하며

울었다. 나는 어느샌가 고양이가 없으면 잠을 자지 못하고 있었다. 산이야 들이야 종일 쫓아 다니다

집에 들어오는 녀석을 씻기지도 않고(고양이는 물을 정말 싫어한다) 뽀뽀하고 안고 잤다. 난 개도

사람의 기준에서 키우는 것이 싫었다. 개에게는 옷도 목욕도 이발도 신발도 모두 스트레스가 될 것 같아

가능하다면 횟수를 줄였다. 물론 내가 게으런 것이 더 큰 이유였다. 개가 올라가 있던 내 카톡 사진은

어느샌가 고양이로 바뀌었다.

어쟀거나 고양이는 죽었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많이 죽는다. 세상에서 죽음만한 배신은 없다.

다시는 돌아보지 않는다. 그에게 있어서 죽은 것은 우리들인 것 같다. 왜냐하면 녀석은 아직

내 안에 살아서 내 가슴을 할퀴고 있기 때문이다. 개가 죽었을 때 몇 일 밤을 울었던 남편은

정말 밥만 주고 정은 주지 않았는지 담담하다. 나는 밥도 주지 않았으면서 정만 주었나보다.

오늘 밤도, 내일 밤도 녀석이 큰 소리로 울며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니 술이 땡긴다.

자꾸 술만 땡긴다. 엊그제 한 개 800원 하는 크림 치즈를 그렇게 맛있게 먹었는데 이렇게

죽을 줄 알았더라면 아끼지 말고 한 덩이 다 주었을 것이였는데,

나쁜 새끼다. 그렇게 가는 것이 어디있는가? 씨발 새끼다. 메롱고 개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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