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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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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유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77회 작성일 17-05-07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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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머리를 짧게 자른 108동 할머니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 스마트 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나는 그 할머니가 너무 좋다.

"야꾸르테야, 야꾸르테야" 할머니는 나를 그렇게 부르신다.

나는 점점 많은 할머니들과 친해져 간다.

106동 할머니는 분리수거를 하러 가시다 길바닥에 넘어지셨다.

어떤 악한이라도 뛰어 갈 순간에 뛰어 간 것 뿐인데,

어떤 악한이라도 집에 모셔다 드리고, 남은 분리수거를 다 해주었을텐데

다음날 할머니 부대를 이끌고 와서 야쿠르트를 사가셨다.

당장 배달을 넣어 달라는 것을 말렸다.

그 할머니께서 얼마나 침이 마르게 나를 칭찬 하셨던지

낯선 할머니들이 지나 가시다 괜히 멈춰서서

"아이구, 참 예삐다. 우찌그리 싹싹하노? 너그 시어머이 니 좋타하제?"

난 송구스럽고 민망해서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였다.

사실 한 편 불편하기도 하다.

누구라도 그렇게 할 것인데,

누구라도 할머니가 갑자기 내린 비를 맞고 가시면 우산을 씌워 드릴 것이고

아이가 넘어지면 일으켜 줄 것이고,

길에서 자빠진 할머니가 보이면 달려 갈것인데

너무 고마워하시니까 외려 불편하다.

당연히 야쿠르트 장사니까 손님에게 싹싹한 것이고,

또 아무 장사가 아닐지라도 괜히 불퉁한 얼굴로 상대방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내 스스로가 더 불편한 일이다.

내가 돈이 있어 누굴 즐겁게 하겠는가?

말이라도 싹싹하게 하고, 움직여서 해 줄 수 있는 배려가 있다면 해 주는 것이다.

장사를 처음 해보지만 장사와 진실을 구분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진심이 마케팅인 것 같다.

진심이 만드는 이왕이면 같은 감정이 매출과 연결 되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제품이 먼저 진실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비슷한 조건이라면 이왕이면이 성립되는 것 같다.

왜냐하면 그 할머니 부대가 모두 약속이나 한듯 이왕이면 이라는 말씀을 하셨기 때문이다.

"아이구, 이왕이면, 착한 새디기 한테 갈아줘야지"

 

할머니! 저 착하지 않아요. 밤마다 소주 한병씩 까지 않으면 잠도 못자고,

술 취하면 욕도 욕도 그럴수 없이 잘하고,  이혼하고 재혼하고,

놀기 좋아하고, 시 쓴다고 돌아댕기면서 애들한테도 제대로 엄마 노릇 못했어요.

할머니들이 저보고 착하다 하실때마다 얼마나 부끄럽고 죄송한지 몰라요.

그래서 진짜 착해져야 할 것 같아져요.

근데요! 할머니! 그게 착한건지 어쩐건지는 몰라도 적어도

할머니에게 요플레 한개 팔자고 할머니 짐 들어 드리는 사람은 아니예요.

그리고 이 일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할머니들에게는 요즘 젊은 사람에게 없는 것들이 많이 남아 있거나

간직되어 있어요.  먼저 의리가 있어요.

날마다 그 아파트에 서서 제 돈 버는 일이 할머니들에게 무슨 득이 되는 일이라고

"아이구, 맨날 지나 댕기면서, 아무것도 못 갈아줘서 미안타,

내가 우유 묵으면 설사를 해사서, 그라고...당이 높아서 단거를 못 묵는다"

그냥 지나가는 인연일 뿐인데, 그냥 그 인연을 지나가지 않는, 의리라고 밖에

이름 붙일 수 없는, 주변에 대한 의식은 우리 젊은이들에겐 멸종되었거나

희귀한 감정인 것 같다. 나는 아무 상관 없어도 되는 문제에 대해

괜히 미안해하고, 변명까지 하는 할머니들의 풍요로워서 주변에 철철 흘러 넘치는

영혼이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냥 전동카를 아파트 어딘가에 세워 두는 것도

못마땅해서 관리 사무소에 민원을 넣는 사람도 있다는데, 할머니들 대부분이

여전히 가기고 있는 사랑과 연민은 거의 기적적인 감정처럼 여겨진다.

그리고 할머니들은 도리라는 국어 사전에 마땅히 행해야하는 바른 길이라 적힌

삶의 이치 같은 것을 간직하고 계신다. 치매 걸린 시할머니를 삼년 동안 수발

하시고, 나중에 역시 치매 걸린 시어머니를 몇 년 간 돌보셨다는 108동 할머니,

남편도 없이 오남매 모두 대학 공부 시켜 의사 만들고 교수 만들었다는

할머니들의 순애보적인 삶들은, 그냥 살아있는 책이다. 그것은 온 존재로 쓴

시와 같다.

그리고 할머니들은 신의가 있다. 몇 달 전 떨어졌던 몇 백원까지 꼭 기억하시고는

챙겨 주신다. "아이구, 새디기, 내가 자식네 집에 몇 달 있다 와서.."

그리고 오며 가며 고구마, 떡, 사탕, 토마토 파프리카 온갖 것들을 다 챙겨 주신다.

그런 할머니들의 말씀을 조근조근 듣다보면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아도

저절로 착해지고 선해지려는 의지가 마음에서 우러 나온다.

그런 할머니들의 말씀을 듣다 집에 돌아오면 나도 내 부모 내 남편, 시어머니, 자식

가족들에게 더 착하고 선하고 따뜻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게 된다.

선은 착하다 나쁘다가 아니라

진지하고 따뜻한 응시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할머니들에게 할 수 없어 108동 할머니에게만 할머니들이 요플레라 부르는

슈퍼백 10개를, 문 앞에 걸어 두었다.

어버이날에는 170원짜리 요구르트라도 경로당에 넣어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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