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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께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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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82회 작성일 17-07-10 10:29

본문

돈을 많이 벌려면 당신과 더 멀어져야 하는 일을 그만두게 해주셔서 고마워요.

뜻하지 않은 빚이 져서 당신 탓을 돌리기도 했으나

아무 것도 당신 뜻대로 한 것도 없으면서 억지를 피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토요일 당신이 보여준 뮤지컬은 정말 감동적이였어요.

그 빗길에 하동까지 나를 태우고, 이층 정 중앙, 무대가 정면 윗쪽에서 보이는

좌석에 나를 앉히고, 막간을 이용해서 판화 전시회까지 보여 주셨죠.

 

마침 뮤지컬의 주제도 현재 나의 고민과 일맥을 같이 하는 것이였어요.

나는 루터처럼 싸울 용기도,  당신께 저를 지켜 달라고 말할 믿음도 없어

저의 용기는 기권이고, 나의 믿음 또한 기권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는

정도인데, 어쨌거나 나의 분노가 잘못된 감정이나 느낌이 아니라는 사실은

주님께서도 알고 계실 것 같습니다.

아무 싸움도 하지 않지만 시상식에 참여하지 않는 배우처럼

불의에 가담하지 않는 일도 일종의 투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아직도 우리 문단의 많은 문인들이

미당 문학상을 받는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하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어떤 면에서 롤라드인지도 모릅니다.

혼자 중얼거리며

진리도 진실도 아닌 것과 삶을 섞지 못하고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중얼거리며

머리가 돌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진리가, 진실이 이단이 되어가는 시대에

일상이 화형 같아, 홧병을 앓으며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주님께서 그것을 알아

술에 취해 엄동의 새벽 거리에 쓰러져 있는 저를 위해

새벽 기도 가던 천사들을 보내 주시고,

쵸코렛을 먹으려고 으르렁 대는 개 같은 저를 말리시고

발이 더러운 저를 불러 호시탐탐 발을 씻기고 계시지요.

 

이제는 약속 하나를 할께요.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당신을 만나겠습니다.

당신을 만나는 이브에는 술을 마시지 않겠습니다.

당신과 만나서 꾸벅꾸벅 졸지 않게요.

그리고 당신이 쾰른 대 성당이나 소피아 성당보다

아끼시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교회인 나를

소중히 여기고 언제고 당신이 와서 나를 위한 예배를

볼 수 있게 방석도 깔아두고, 촛불도 켜 두겠습니다.

그런데 왜 기도를 할 때는 두 손을 모을까요?

내 손을 가만히 있게 하고

당신이 손을 쓸 수 있게 하려고 그런 것 같아요.

수갑을 채워달라고,

자수하는 범죄자라는 뜻일가요?

어느 쪽이든지 세척이 끝난 고무 장갑처럼

나의 두 손은 접어 두겠습니다.

당신이 알아서 하세요

당신 뜻대로 하세요.

부부 싸움이라면 대화가 않된다는 뜻인데

이 말이 당신을 믿는다는 뜻인 걸 보니

저는 주님과 연애중인가 봅니다.

어떤 시인이 너무 잘 쓰버려서 쓰보고 싶은 의욕이

확 꺽이지만, 당신이 십자가에 못박히기 전에 하셨던

세족식에 관한 시를 쓰보고 싶어요.

모래 먼지 나는 더운 나라에서 샌달을 신었을 발은

무지 더럽고 냄새도 많이 났겠죠. 육식하는 서양 남자들

이였을테니 체취만 해도 장난이 아니였겠죠.

그래도 믿거나 말거나 그들에게 메시야나 차기 대권자로

비춰졌을 당신께서 한번 씻어 보라고 발을 내밀어도 시원챦을 판에

물이 줄줄 나오는 욕실도 없이

한 명 한 명 대야에 물길어다, 땟국물도 많아

두세번 헹궈야 했을 발들을,

무릎을 꿇어야 씻을 수 있었을텐데

주인이 있고 종이 있던 서슬퍼런 시대에

당신께서 하셨다니,

알파요, 오메가인 당신의 시계 안에서만 가질 수 있는

전지적 관점인 것 같아요.

또한 열두 제자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누군가에게 달리고 걷고 도말칠 발을 맡긴다는 것은

자신의 전부를 맡긴다는 뜻이겠죠.

 

그 저녁은 두번 다시 오지 않는다


 이면우


무언가 용서를 청해야 할 저녁이 있다
맑은 물 한 대야 그 발 밑에 놓아
무릎 꿇고 누군가의 발을 씻겨 줘야 할 저녁이 있다
흰 발과 떨리는 손의 물살 울림에 실어
나지막이,무언가 고백해야 할 어떤 저녁이 있다
그러나 그 저녁이 다 가도록
나는 첫 한마디를 시작하지 못했다 누군가의
발을 차고 맑은 물로 씻어주지 못했다. 

 

삽에 대한 시를 쓰려니 정희성이 있고

갈대에 대한 시를 쓰려니 신경림이 있다더니

당신을 위해 발 씻는 것에 관한 시를 쓰려고 하니

이면우가 있군요.

 

그러나 시에 관해 당신에게 기도 하지는 않겠습니다.

당신에게 대신 쓰달라고 하는거니까요.

글자가 비뚤고, 맞춤법이 틀리더라도 숙제는 제가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아마도 이것이 내 이생의 숙제인듯 합니다.

밤을 새워 해가도 선생님이 첫 줄만 읽고도 빨간 사선을 긋는 것일지라도

시를 위해 당신께 기도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제가 쓴 시가 기도가 되게 해달라고 당신께 기도 하겠습니다.

 

비가 옵니다.

당신이 내게 선물하시는 건 뭐든지 근사 합니다.

마당에는 땡감들이 많이 떨어져 걸음에 밟히고

화분에 심은 가지와 고추와 방울 토마토들은

그 숱한 잔뿌리들 끼리 손을 맞춰 흙을 빚어 햇빛에 구운

열매들을 돈 내지 말고 그냥 가지라고 합니다.

이세상 모든 사람이 나를 용서하지 못해도

이제는 행복 합니다.

무슨 죄를 지었다 한들

당신을 문밖에 세워 둔 죄만 하겠습니까?

온 세상이 어두워도

당신이 와서 불을 밝힌 내 안이 밝아

나는 불빛을 찾아 헤매는 일을 그만 둔 나방처럼

고요해졌습니다.

 

나는 당신을 위해 세상을 바꿀 능력이 없습니다.

목숨을 걸고 당신의 편지들을 필사 할 수도 없고

그것을 외울 수는 더더욱 없습니다.

롤라드를 만나면 신고를 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나는 당신이 필요 합니다.

내가 세상을 바꾸지도 않고

세상에 맞게 나를 바꾸지 않고

세상을 견뎌 나갈 수 있게

세상에 한 눈 팔지 않고

당신만 쳐다보며 살수 있어서

세상도 나도 보지 않을 수 있어서

나는 당신이 필요 합니다.

 

성경책이 된 사람들에 나오는

익살꾼, 바보, 얼간이

그저 멋있게 보이기 위해 롤라드 행세를 하다

목숨 앞에서 주님을 팔아치우는 그가 바로 저인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양심에 찔려 잠 못드는 자가 바로 저인지도 모릅니다.

성경책이 된 사람들에 나오는

술주정뱅이,

임금님이 발가벗었다고 외치는 멍청이가 저인지도 모릅니다.

옆에서 쿡쿡 옆구리를 찔러도 눈치 없이

"임금님 추우시겠어요. 담요라도 갖다 드려요" 라며

마음을 쓰는 모지랭이가 저인지도 모릅니다.

하나님은 보이지 않아 사랑할 수도 없어

눈에 보이는 수녀를 짝사랑하는 그가 저인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주님! 루터가 번역된 성경을 들고

도망칠 곳이 없어서 문을 두드리면 숨겨는 주는

제가 되게 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들키면 잡아 죽인다 해도

루터가 떨어뜨려 놓고 간 성경책을 읽어는 보는

제가 되게 하셨으면 좋겠어요.

저 자신도 모르게 늘 당신의 우편에 가담하는

제가 되게 하셨으면 좋겠어요.

 

너무 길었군요. 아멘!

 

다음 직장은 머리를 쓰지 않는 곳이였음 좋겠어요,.

기계처럼 몸을 움직이며

영혼이 담겨 있는지도 모르는 머리는

오로지 당신을 위해서만 쓸 수 있는 직장을 셋팅 해주셨음 좋겠어요.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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