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 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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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281회 작성일 17-08-14 20:55본문
육식을 하기로 결심한지 단 하루만에 남편과 함께 장어를 먹었다.
사실 난 육고기의 유혹은 어느 정도 뿌리칠 수 있지만 물고기의 유혹은 정말 뿌리치기 힘들다.
하필이면 오늘, 육식을 끊기로 결심한 하루 째,
꼼쟁이 남편이 장어를 먹자고 할 것은 무엇인가?
생선은 입에도 대지 않는 남편이 무슨 바람이 불어 장어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나는 피 흘리는 동물은 먹지 않기로 한 것을 잊어버렸던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의 말을 따랐다.
나는 구제불능이다.
달궈진 석쇠에서 아직도 나 살았노라고 꼬리치는 장어 꼬리는
당연히 내 차지였다. 비위가 약해서 거의 비스켓처럼 익어야
한 점 겨우 먹는 남편이 장어를 먹자고 한 것은 순전히 나 때문이였다.
회도, 생선 초밥도 전부 나만을 위한 식사였다.
어제 결심했는데, 오늘 먹다니,
그리고, 그런 결심 할 때마다 고기는 왜 그렇게 다시는 못 먹을듯 맛있는지,
장어도 오골계처럼 훼를 치며 오골골 오골골 울어야 죄송함을 느낄 것인가?
뱃속에서 원한 맺힌 장어 한마리 아직도 헤엄치고 있는 기분이다.
먹지 말아야 한다고, 먹지 말아야 하는데 왜 이렇게 맛있냐고 생각하며
먹어서 체한 모양이다. 소주나 한 잔 더 해야겠다.
댓글목록
정석촌님의 댓글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공 님
먹지말자고 하시더니
요거만 먹자고 하시다가
한 잔더 하시네요
함께하는 삶이 늘 그렇지요
장골골 장골골
소화 부탁 합니다 석촌
공덕수님의 댓글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ㅎㅎㅎ 사실 채식은 살면서 여러번 시도하다 번번히 실패 했어요.
아마도 술이 문제 인 것 같아요.
안주 없이 술을 못 마시는데, 술김에 한 젓가락 간 것이 그만
실패, 또 실패였어요.
개를 사랑하다보니 녀석들 눈을 보면서
녀석 닮은 것들을 식용으로 생각하는 것이
너무 가증스러운 것 같아서욤.
또 한번 시도 해봅니다. 한 6개월 정도라도 버티면
소나 돼지나 뭐나, 한 마리라도 덜죽겠죠.
귀한 걸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