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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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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64회 작성일 17-08-18 07:15

본문

오늘은 종일반이라 병적으로 그리움이 더해질 것 같아

아침에 쓴다. 쓰는 일에 대한 갈증은 내 삶에 쓸모가 별로 없는데

하루를 쓰지 않고 지나가면 불안하다. 내 하루가 도서관에 빌려서

읽지 않고 그대로 반납하는 책 같아진다. 쓴다는 것은 내 삶을

배우는 일 같다.

 

우리 집의 작은 방 창문은 풍경이 없다. 산의 밑동, 그러니까

쑥대들의 여윈 발목들만 우거져 보이는 것이 없다. 그러나 나이트 클럽에서

대형 스피커 옆에서 부르스를 추는 것처럼 그 우거진 풀숲에 설치된 가을의 음향 효과는

대단하다. 아직도 자전거를 타고 가면 뙤약볕의 기세가 등등한데 가끔 음악의 파편처럼

살아 있는 귀뚜라미가 내 치마폭으로 뛰어 들기도 하는, 우리 집 작은 방 창가의 가을은

이미 손 쓸 수 없는 병처럼 깊어 있다. 돋보기를 끼고 책을 읽다가,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지도 않고 프랑스 어느 작은 마을로 가서 결혼하고 자식 낳고 잘 살다 죽었다는 내용과

어울리지 않는 배경 음악에 한참을 귀를 뺏긴다. 욕심을 한껏 내어 다섯권의 책을

빌린 것이다. 서양 미술사에 관한 책 한 권, 시집 한 권, 나머지 세권은 모두 종교 서적이다.

예수님은 믿으려고 해야지 알려고 하면 않된다는데 나는 자꾸 알려고 한다. 어느새 폭염의

밑동부터 가을은 이렇게 피어오르는데, 나의 믿음은 겨울을 지나고 봄을 지나, 여름을 지날수록

점점 더 쇠약해져 간다. 너의 명철을 의지하지 말고 주 여호와 하나님을 믿으라는,

교회 식당 벽에 씌여진 문구가 예수님에 관한 책을 한 권 빌릴 때마다, 그 빌린 것을 졸린 눈을

손등으로 문지르며 펼칠 때마다 떠오르지만 내가 의지하고자 하는 것이 나의 명철이 아니라

남의 명철이라 그런지 나는 자꾸만 예수님의 권능보다는 사람의 명철에 기댄다.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은 왜 교회 조직을 통해서만 개인과 사귀고 싶어 하시는 것일까? 성경책의 행간에

서로를 가두려고 하는 맹목의 조합에 도무지 애정이 생기지 않는다. 나는 자꾸만 사막의 수도원

을 기웃거릴 뿐이다. 무슨 까닭인지 교회를 십년을 다녀도 그 성도의 삶이 나아지지는 않는데

교회 건물은 커진다. 세상의 도처에서 예수님께 성령 받은 자들의 부정과 부패는 빼꼼히 열린

음식물 분리 수거통의 악취처럼 진동을 한다. 왜 예수님의 성령과 동행하는 자들의 자기 검열이

등불도 없이 길을 걷는 자들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일까? 만사 제껴놓고 예수님만 따르면 모든

용서 되어 있는 죄들을 선물로 가질 수 있기 때문일까?  왜 자꾸 그들의 모습을 통해 예수님이

살아 계시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는 것일까? 목사가 예쁜 성도와 불륜을 저지르는 것을

무정란을 바라보는 측은함으로 바라보지 못할 것도 없다. 그런 짓이야 나도 해보았으니, 산 사람의

마음이 살아 움직이는 것을 어쩌랴 하겠지만, 간음하지 말라고 하신 분과 성령은 서로 남남인 것일까?

그 성령이라는 것이 살아 계시는 예수님의 일부이고, 예수님께서 믿는자의 의식속에 깔아놓은

프로그램 같은 것이라면 분명 실제적인 통제력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또 모든 것을 나쁘게만

만드는 자유의지 타령을 할 것인가? 예수님이 살아 계시다, 더우기 내 안에 살아 계시다고 진실로 믿는

사람이 어떻게 예수님의 의지와 정면으로 대치되는 선택과 행위를 할 수 있는 것일까? 그 목사는

그 교회에서 아주 유능한 목사라고 했다. 그는 유능한 사기꾼이였을까? 베드로처럼 새벽닭이 울기 전

이였을까? 그런 목사가 한 둘이라야 사람의, 혹은 나의 명철을 의심할텐데, 식당 바닥에서

돼지 창자에 다진 야채와 피를 채우며, 닭 간과 똥집을 헤집으며 사는 내가 오십년이나 쓰 먹은

인생, 나머지를 예수님께 꼴아 박는다고 아까울 것도 없는데 나는 자꾸 성경책을 읽지 않고

예수님을 연구한 세상의 책을 읽게 된다.

 

나는 어쩐지 예배를 보면 졸던지, 울던지 둘 중 하나다. 어떤 날은 교회의 환한 형광등 불빛과 파이프 오르간

소리만 들어도 벌써 천국에 와버린 사람처럼 눈물이 쏟아진다. 그 곳이 예수님의 품안인 것처럼 내 고달픔들이

다 녹아 내리는 것 같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 와 한 두 시간만 지나도 모든 것이 의심스러워진다.

이 가을이 더 깊어지기 전에 예수님과의 관계가 더 깊어졌으면 좋겠다. 토리노 성의를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물리 현상의 관점에서 바라보려는 시도가 잘 못 된 것일까? 그런데 예수님의 혈액과 알로에와 몰약의 성분이

그 남자의 형상에서 축출 되었다고 하지 않은가? 그것은 그야말로 붕대를 칭칭 감은 나사로를 무덤 밖으로 불러낸

것과 같은 기적으로 보아야 하는 것일까?

 

어제는 단 한 점의 고기도 먹지 않았다.

다른 채식주의자들은 아이들의 음식에도 고기를 넣지 않는 것일까?

내가 내 의견을 따라 먹지 않는 것은 어쩔수 없다해도

단백질을 많이 필요로하는 아이들은 먹여야 한다는 생각도

생명체에 대한 내 측은지심이 부족해서 그런 것일까?

두부를 달걀에 묻혀서 구운 것을 먹었는데

달걀도 먹지 않아야 할 것 같다. 우선 죽을 때 피를 흘리지 않은, 이라는

조건에 맞는 음식이지만, 달걀을 대량 생산 해내기 위해

닭들에게 주는 비정상적인 삶의 조건들을 생각하면 날달걀로

멍든 부위를 문지르는 일도 미안해질 것 같다.

내가 식당을 다니면서 느끼는 것은 사람들이 너무 함부로

많이 먹는다는 사실이다. 아니다, 사실은 많이 먹는다면 아까울 것도 없는데

너무 함부로, 음식을 많이 탐한다는 것이 사실이다. 만약 그 음식들을

자신들이 직접 잡고 조리한다면 그 죄송함으로 음식물 섭취를 위한 살생이

반으로 줄어들지도 모른다. 명절 무렵 대형 마트에서 황금색 보자기에 담겨

예쁜 리본으로 묶어놓은 고기 셑트를 풀어 보면 피흘리는 동물의 살점이라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한 상 떡 벌어지게 차려 놓은 상들도 얼마나 예쁘게

셋팅을 하는지 구수하고 군침 흐르는 음식 냄새에서 피 비린내는 나지 않는다.

 

여호와 하나님은 피비린내를 좋아 하신다.

사람의 죄를 갚기 위해 아무 죄도 짓지 않은 어린 양을 잡으라고 하셨다.

결국 독생자의 피비린내로 모든 것을 용서하시기로 하셨다고 한다.

어디라도 상위 1%가 그럴싸하게 살듯

상위 1%의 진실이 있으리라, 절간이든 예배당이든간에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겠다. 점점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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