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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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49회 작성일 17-08-29 01:51본문
억지로 시를 가장한 억지를 쓰보았다.
자꾸 쓰지 않으니까
칼날도 무뎌지고, 칼을 쓰는 법도 모르겠다.
날마다 쓰는 칼이 숫돌을 탄다고
쓸 시간이 없다고 쓰지 않으니까
두부도 찢어지는 느낌이다.
잘 썼거나 못 썻거나
어차피 무관한 인생이다.
이 생이 내게 준 재능이 이 것 밖에 않되는데
이렇게든 저렇게든지 쓸 수 있다는 사실에
그나마 시가 사는 성의 외곽을
스토커처럼 얼쩡거리며
시가 켜놓은 불빛을 아련한 눈길로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자.
천운이 아닌가?
내 생의 관찰자가 된다는 것,
관찰할 거리를 남겨 두어
덜 아프고, 욕심이 덜해진다는 것
내 생을 관람하고
내 생을 내가 쓴 각본에 따라 연기하고
내 생을 내가 쓴 각본에 따라 연출하고
자꾸만 시가 되는 쪽으로
내 생을 끌고 가는 것,
모든 것이 용서 되지 않는가?
내일 또 다시 온 세상 사람들의 생일을 챙기듯
포스기에 떠오르는 태양들을 위해 미역국을 끓일 것이다.
무의미를 전복하듯 전복을 잡으며
어제보다 더 예쁘게 전복 접시를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야쿠르트 하면서 여덟달 동안 적립된 돈 110만원이 나왔다.
백만원은 야쿠르트 하면서 진 빚을 갚는데 쓰고
뭔지 모를 돈 삼만원을 떼고 남은 칠만원으로
구천원 짜리 단화 한 켤레랑,
만 사천원 짜리 흰 바지 한 장,
또 같은 가격의 티 한 장을 샀다.
내일의 나에게 새 옷을 입히자
내일이 나에게 온통 새로워졌다.
강변 가요제에 나온 이선희 같은 파마 머리가
도무지 내 얼굴에 적응을 못하고 있지만
전인권은 단정함에 저항하듯
자유롭고 멋있지 않은가?
파파이스에 나오는 김어준은
또 얼마나 의식 있어 보이는가?
그렇지만 내가 지금 내 모습과 닮았다고 열거한
세 사람다 머리가 좀 이상하긴 하다.
그래도 나는 시를 쓰지 않는가?
시인은 좀 파격적이도 되지 않은가?
파격적인 시를 못 쓰니까
머리 모양이라도 좀 이상해 보자.
밀가루 묻힌 파 뿌리를 끓는 식용유에 파삭 튀겨 놓은 것 같다.
모르겠다. 자는 것이 좋겠다.
자고 일어나면
내 머리카락은 정말 밀가루 입혀 식용유에 튀긴것처럼
두배 세배 불어나 있다.
그래도 괜찮다.
머릿 수건을 쓰고 종일 일 할 것이고,
사자 머리를 하건,
물에 빠진 생쥐 머리를 하건
내 머리 카락 밑에는 시라는 토양이 있기 때문이다.
원래 시에서는
콩심은데 팥도 나고
콩으로 메주를 쓴다해도 거짓말이 되기도 하고
뿌린데로 거두지 못할 때도 있고
소 뒷걸음 치다 잡은 것이
소가 오체투지로 잡은 것보다 나을 수도 있다.
그래도 오늘은 미친 사자머리를 쥐어 뜯으며
시를 쓰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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