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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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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72회 작성일 17-09-08 22:39

본문

잘렸다.
사장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는데 
하필 오늘 쉬는 날이라
아들이 옆에서 통화 내용을 듣고 있었다.
"해고 사유가 뭔지요?"
"요즘 장사가 잘 되지 않아서요"
"불과 보름전에 저를 고용하셨어요.
설마 보름 전과 보름 후에 장사가 더 되고 덜 되는 걸로
사람을 더 고용하고 고용하지 않고 하시는 것은 아니겠죠?"

문제는 백작 부인인 것 같았다.
백작 부인, 백작 부인은 내가 그기 있는 어떤 나이 많은 언니에게
지은 별명이다. 백작 부인은 주방 실권자인(보름 먼저 입사했다는 이유로)
실장님의 친구이다. 백작 부인은 주방에서 일한지 삼년이 넘었다는데
설겆이 하나도 제대로 못해서, 늘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했다.
누군가가 도와주는 것은 아무 문제도 아니였지만, 문제는 누군가가 도와주면
자신의 (우리가 보기에는 매우 서투른)방식대로 우리의 도움을 수정한다는 것이다.
식기 세척기에 그릇을 넣어 놓으면 다시 꽂는다. 수저 세척하는데 수저보다 입에 들어가지
않아 더 깨끗한 밥 두껑을 넣으면 비린내 난다고 다시 꺼낸다. 그리고 내가 하는 사소한 잘못들은
모두 호된 지적을 당하는데 그녀가 하는 명백한 잘못들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는 가사원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식당마다 불문율을 조금은 안다. 음식물 쓰레기는 설겆이를 하는 사람의
담당이고, 혹시나 이 집은 문화가 다른가 해서 실장에게 물은 적도 있다. 왜냐하면 백작 부인은 시간이 남아돌아
놀고 있을 때도 혼자서 비울 수 있는 양의 음식물 쓰레기를 비우지 않고 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들이 모여서
도무지 혼자서 들 수 없는 양으로 만들어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청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을 마치고 퇴근을 할 때도
그것을 비우지 않고 퇴근을 했기 때문이다. 식당에선 냄새가 났다. 분명히 실장님이 음식물 쓰레기는 설겆이 담당이라고
말을 했다. 난 사실 백작 부인을 좋아하기 힘들었다. 손님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보면 밥맛이 떨어질 것 같아서라는 핑계가
스스로 밥맛 떨어져서 그것을 비울 수 없다는 말로 들렸다. 손님 없을 때, 한 가득 차지 않았을 때, 그녀가 음식물 쓰레기를 혼자
비우지 않는 것으로 자신의 품위를 지키려 하지 않는 것이라면 비우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모두 그런 모순에 아랑곳 하지 않고
내가 하루만에 그 모든 일들을 배우지 못하는 것을 비난하고 큰 소리로 화를 내었고, 내가 이틀만에 전복회를 멋드러지게 
해내지 못하는 것을 문제 삼았다. 난 그런 모순을 첨엔 모순이라고 생각치 않고 즐겁게 지냈지만, 점점 더 뭔가 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꾹 참았다. 그런데 화근은 엉뚱한 곳에 있었다. 우리는 따로 브레이크 타임이 없어서 손님이 좀 끊기는 시간엔 너 나 할 것 없이 잠시 빈 자리에 등을 붙인다. 어제도 나는 여느 때처럼 잠깐 등을 붙이는데 손님이 한 명 왔다. 나는 말했다.
등 좀 붙이려니까 손님오네..ㅎ ㅎ 내가 자주 등을 붙여야 손님이 많이 오시겠다."그렇게, 그랬더니 이모들이 웃었다. 원래 그렇다며,
그런데, 그 집 딸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게 달려와서 "이모! 손님한테 다 들려요!" 그랬다. 그래서, "아! 미안, 앞으론 조심할께"그랬다.
그런데 잠시 후 국을 끓이다 밖을 본다고 봤는데 그 딸이 상기된 얼굴로 누군가랑 통화를 하고 있었다.  난 이미 그들의 공적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난 너무나 단순했고, 어쩐지 틱틱 거리고, 인상이 굳은 사장이 왜 그러나, 사장에게 잘 보여 볼거라고 별 짓을 다했었다. 그런데
사장이 직접적으로 언급한 해고 이유는 내가 손님이 들리게 그 말을 했다는 것이다. 내가 만약 무슨 악의를 가지고 그 말을 했다면, 스물세살 먹은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 말을 했을 때, "말이사 바른 말이지, 좀 쉴라 카는데 오노?" 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냥, 우리 끼리 모두 듣지 않는데서는 하는 말들이니까 내 목소리가 좀 컸나 생각했을 뿐이다. 

난 전화를 끊자마자, 그냥 울었다.
아침에 손이 구부러지지 않도록 일한 댓가가 해고 통보인가 싶어,
참 , 나도 지질이도 인간 덕이라고는 없구나 싶어
원망 할 수 있는게 나뿐이라 싶었다.
그런데 아들이 누웠다 벌떡 일어나더니,
엄마! 이런 걸 부당 해고라고 하는거야" 그러는거다.
"그래도 사장이 엄마가 잘못했대쟎아?"
"엄마! 그건 사장 개인의 생각이고,  엄마가 공금을 횡령한 것도 아니고
단지 사장의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인데, 그럼 30일 전에 해고 통보를 서면으로
해야 하고, 당장 내일 나오지 말라는 것은 부당 해고 맞아! 바보처럼 울지말고
월요일 신고하자. 노동청에"
"난 들어간지 보름 밖에 되지 않았고, 아직 4대 보험 적용도 되지 않는데?"
"엄마! 2009년에 6개월 이상이라는 항목 없어졌어.
사장의 기준이라는 것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야"
내가 듣기로 엄마가 해고 당하는 것은 부당한 것 같아! 울지 말고 알아보자!:"

혹시 엄마 상처가 깊을까봐 아이 둘이 고기를 사겠다고
질질 울어서 얼굴이 퉁퉁 부은 나를 씻으라고 화장실로 들이민다.
아들들이 고기를 사겠다니, 죽을 때 피흘리는 것들의 고기를 먹지 말자는 결심은
아예 없었던듯하다. 

편, 편이라는 것은 이런 것일까? 
백작부인에게는 실장이 편이듯이,
나에겐 아이들이 알고 있는 정의와 법이 편인 것일까?
아이들은 안다.
엄마가 사회성 없고, 솔직하고, 보는 그래로 느끼는 그대로
표현하고 말하는 것 말고는 미련할 만큼 곧이 곧대로라는 것을
녀석들 키우고 사느라 자주 다치고 들어와 혼자 울던 것을 보고
자라, 아이들은 안다. 
"야이! 자슥들아1 니 엄마라고 편들지마,
객관적으로 판단해라"
"엄마!  엄마가 옛날에 택시 기사 아저씨한테 괜히 언쨚게 말할 때
엄마 나무랬쟎아? 그런데 오늘은 우리 생각도 아니고 법적으로
말한거야."

녀석들이 컸다. 나는 녀석들이 자랄 때 변변한 보호자 노릇도 못했는데
녀석들이 이제 나를 보호한다.
엄마가 부당하게 상처 입는 것에 관해 자신들이 알고 있는 지식과 생각들을
이야기 한다. 해준 것도 없는데, 엄마라고, 엄마가 잘 못하지 않았다고,
울지 말라고, 아무것도 아니니까, 엄마! 그냥 소주 한 잔 하라고 한다.

이봐요! 사장님! 식당이라는 곳이 차릴 때는 당신 돈으로 차린 당신만의 식당이지만
그 식당 운영하자고 종업원을 고용하는 순간, 그들과 함께 나눌 수 밖에 없는 식당 입니다.
필요 할 때는 고용하고, 조금 당신의 비위에 맞지 않는다고 하루 아침에,\
단 칼로 자를 수 있다면, 종업원은 당신의 식당을 자신의 사랑과 자부심을 쏟아야 할 공간으로
여길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곳은 당신의 식당이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애착의 표현 방식이 다르고, 진실의 모양도 냄새도 다르기 때문에 단지 당신 한 사람의
기준과 기분으로 더 이상 당신은 여기에 필요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단정하기에
세상은 너무 진화 했습니다. 전 가만히 울며 해고 당하려고,  웅크리는데, 옆에서 듣던 아이들이
부당 해고로 신고하라고 합니다. 왜 제가 해고 당해야 하나요? 실장이 말리는데, 가스대에 더께로
쌓인 그을음을 닦아서요? 설겆이 언니에게 분담된 음식물 쓰레기통 비우는 일을 혼자 하다가 하다가
지쳐서 언니 스스로 자신의 일을 해야한다는 것을 알았으면 싶어 거절 한 것이요?  실장은 커다란
다라이 한 통 분의 조개를 다지는데 함께 하지 않고 어디 갔는지 모르겠고, 실장 친구의 설겆이가 조금만
밀리면 도와주라고 제 옆구리 푹푹 찌르는 것이 화가 나서 조개 다지는 쌍 칼 소리 좀 크게 내었다고요?

전 깔끔하게 해고 당하고 싶어요.
골치 아픈거 저도 싫어요.
제가 사회성 나쁜거 알아요.
저를 좋다고 하는 사람은 극단적으로 좋아하고
싫다는 사람은 극단적으로 싫어하죠.
그러나 저는 해고 수당을 받을 겁니다.
당신에게 직원을 아니면 무르면 그만인 장깃돌이나 바둑돌 정도로 생각치 말라고
말하고 싶어서 노동청을 찾아 갈 겁니다.
제가 팔 걷어 붙이고 싸움을 한 번 해봤습니까?
아들하고 일년 이상은 버텨보자고 손가락 걸어서
누구 눈에 나면 못 다닐까봐
팔목이 부서져라 일했습니다.

오늘은 아들이 술 더 마시지 말라고 해서 한 병만 마셨습니다.
그런데 마광수 교수 생각이 납니다.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못 배우고  가진 것 없어 식당 나가는 내가
그렇게 많이 배우고 유식한 교수님 생각이 나는 까달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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