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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죽어가는 카나리아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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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56회 작성일 17-09-10 05:49

본문

간밤에 소주 세병을 마셨다.
술 마시고 무엇을 쓰는 버릇을 고치려고 해도 잘 고쳐지지 않는다.
아마도 술을 마시는 버릇을 고치는 것이 제대로 된 순서인 것 같다.

종일 숙취 우울증으로 바닥을 기었다.
난 기분이 좋지 않으면 개를 꼭 껴안고 우는 버릇도 고칠 수 없다.
개가 젊을 때는 눈이 반짝반짝 해서, 
나의 슬픔을 빤히 들여다보며 눈물을 핥기도 하더니
이제 개도 늙었다. 
흐리멍텅해진 눈빛으로 숨을 쌕쌕 거린다.
늙는다는 것, 죽는다는 것,
큰 문제나 병 같지만
그것은 그냥 술 마시면 취하는 것처럼
태어나면 늙고 죽고
아무 문제 될 것도 없는 원인과 결과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그것을 병, 즉 형벌로 규정한 기독교의 논리는
아무리 뜯어 보아도 억지스러운데가 있다.
그럼에도 갑자기 예수님 생각을 했다.
그냥 우주 모든 생명체는 생로병사라는 과정과 순환을
거치는 것인데 사람의 죄 때문에 그런 결과가 일어난다고
하는 것은 너무나 인간 중심적인 생각인 것 같다.
사람 때문에 온 우주가 벌 받아서
태어 난 것은 필히 늙고 죽게 되었다니,
내 눈엔 어째서 사람이 우주의 작은 티끌에도 못미치는
존재로 보이는 것일까? 온 우주를 좌지우지할만한
특별성을 어디서 발견해야 하는 것일까? 밤 하늘에 별 조차도
늙고 죽는데, 그것이 인간의 원죄 때문이라니,
나무와 풀과 새와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사람의 죄로 저주 받아 그 모든 필연 같은 현상들을 맞게
되었다니, 모르겠다. 예수님! 이 우주에서 인간의 존재만큼이나
예수님의 논리는 어색하고, 억지스러운데가 있다는 느낌을
나는 왜 지우지 못하는 것일까? 생로병사는 병이나
형벌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며, 죽음은 그 어떤 한계도
불완전성도 아니라 어쩌면 더 완전한 순환의 과정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무슨 감정도 그기에 덧 붙일 것 없는 것이다.
흔한 비유 같지만, 가을이 오면 낙엽이 지고, 봄이 오면 그 빈 자리에
새 잎이 달려 온 세상은 새록새록 살아가는 것이다. 

내가 늙은 개를 꼭 껴안고 울고 있을 때
어떤 영화에서 콘스트 할 때 나훈아 같은 흰 옷을 입은 하나님이
나타나, 뜬금 없이 방주 하나를 만들어야 한다고 한 사나이를 설득하려고
그의 일상 생활 면면에 나타나듯, 나타나
가만히 술 한 잔 건내주는 이가 예수님이였음 좋겠다고 생각을 하지만'
예수님과 대화가 잘 통할 것 같지는 않다. 점점

종일 바닥을 지고 있다
아들이 시킨 짬뽕을 먹으려고 일어나니
약지가 구부러져서 펴지지 않아 나무 젓가락을 쥘 수 없었다.
그것을 억지로 펴니
건달들의 손가락 마디처럼 뚝 소리가 났다.
순간, 정말, 해고가 아니라 해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이 부어서 쓸 수 없을만큼 일을 해도
감사 할 수 없는 사장과 긴 인연이 아니라서 
사실은 꿈속에 나타난 아버지께서, 혹은 사람들이 지은
세상 모든 예배당에서 사람들의 기도를 들으시는
아버지께서 이 작은 다행을 기적처럼 선물해주셨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은 그만두고 싶지 않았던가?
몸이 부서지는 것 같으면 마음이라도 붙일데가 있어야 하는데
호피 무늬와 한 세트인 백작 부인, 그리고 젊은 여자가
바늘도 들어가지 않을 것처럼 묵직하고 불투명하며 돌덩어리 같
은 사장, 그나마 사람의 훈기가 흐르는 사람은 찬모 언니 뿐이였다.
그 어린 딸 조차도 별 것도 아닌 이야기를 그 어미에게 전화해서
낯을 붉히며 고자질하지 않았던가? 젊은 아이가 상한 집에
무슨 적을 두려고 했던지, 평생이 뜬구름 같은 내가 꿈도
야무졌다. 나는 상대방을 무시하지 못한다. 서로 통하지 않으면
오히려 나를 무시했다. 그런데 정말 그 세트들을 무시하고 싶은
무례한 감정이 일어난다. 난 또 한 번 던져진 달걀 이였고
또 한 번 으깨진 두부에 지나지 않는다.

내일은 어디 산에라도 다녀와야겠다.
예수님께 가면 좀 좋은 일자리가 생길 것 같다는
세속적인 기대로 교회를 가는 것은 싫다.
교회가 달리 있겠나
교회가 없던 시절엔 산이나 광야에서 예배를 보았을 것이다.
내 예배를 교회에 가두기 싫다.
낚시도 괜찮을 것 같다.
남편은 민물 낚시를 좋아하지만
나는 바다 낚시가 좋다
육지에 갇힌 물들은 내 마음처럼 비좁고 탁하고 답답하다.
어딜가나 부적응인 사람들의 사회로부터,
바다에 이른 물처럼 놓여나고 싶다.
남편은 자연인 같은 프로를 보면서
늘 한 숨을 쉰다.
나 같음 한 숨 쉬지 않고 그냥 가자고 할 것 같다.
내가 저런데로 찾아가자 하면
미쳤냐고 한다.
그렇지,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이 경직된 모랫더미에 갇혀서 평생을 살 수 있으랴

종일 숨을 쉬지 못하는 병이 재발해서
아들은 나의 등을 두들겨야 했다.
다 죽어가는 카나리아 같은 하루였다.


나는 초침이라네


아침이 오지 않았지만 
굳이 아침을 기다리지 않네

지금 1초를 건너띄는 병든 시계에
건전지를 갈지 않은지 오래다
나의 시간은 순간 순간 부스러지는 시간에
머리 조아리는 비둘기 부리
명랑하고 쾌활하게 시간의 광장을 돌며
날리는 깃털보다 경쾌한 시간,
또각또각 별다방 미스김의 구두굽 소리를 내며
똑딱똑딱 별다방 미스김의 껌 씹는 소리를 내며
뽈뽀리 오토바이 뒤에 타고 꼭 껴안고 가는 시간
속알머리 없는 김사장 같은 아침이 오나
점잖고 음흉한 저녁이 오나 
누가 와도 살 부비며 뒹굴수 있는 시간
화장실 거울 앞에서 입술만 바르면
멀쩡해지는 시간,
당연하게 번 것을 떼어주고도 아깝지 않고,
커피 한 잔 시켜놓고 반 나절을 리필하며
입으로만 양기 올리는 늙은 시간에게도 짜증내지 않고,
켜 놓고도 보지 않는 종편 시사프로처럼
그저 흘려 보낼수록 유익한 시간
흰 눈이 오면 발이 푹푹 빠지고
비가 내리면 젖은 옷처럼 맨살에 착 달라붙는 요염한 시간


적당히 바쁜 분침도 부럽고
아예 늙어버린 시침도 부럽지만
나는 어리고 발랄한 초침,
아무 생각도 없이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애인이나 만나
오늘 번 돈 쓸 궁리나 하는
나는 머리가 텅 빈 시간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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