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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7월 11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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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왓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78회 작성일 15-07-11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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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전엔 산채가라는 한정식집, 오후에는 솥두껑 삼겹살집, 오늘 종일은 놀부 보쌈집..날마다 먹어야하는 식사의 메뉴가 이렇게 바뀌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이것들은 내가 종일 가져다 나르고 뒤치닥거릴 해야하는 음식들의 메뉴다. 특히 오늘 같은 날은 식당의 점심 식사 시간이 늦은 탓에 배에서 울려 오는 꼬르륵 소리를 들으며 김이 모락모락 나는 보쌈용 수육을 갖다 나르고, 처음 온 집이라 하나 집어 먹지도 못하고 묵묵히 상을 걷어야 했다.게다가 어제 마신 술이 종일 깨지 않은데다 손님은 가뭄에 콩난 듯이 와서 심신이 몸시 지치고 쳐졌다. 귀에 피어싱을 세개나 꽂은, 젊었을 때는 꽤나 미인이였을 것 같은 정직원은 다른 식당에서 만나는 홀서빙 아줌마처럼 쉽게 말을 트놓을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와 거리가 멀었다. 1분 1초의 시간이 현미경 너머에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 주방에서 일하는 칠십이 넘어보이는 주방 이모는 그렇챦아도 느려터진 동작으로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수육을 썰고 있었다. 거의 릴레이를 하다시피 했던 오리집에 두어달 다니다보니 보쌈집을 흘러가는 모든 시간이 슬로우비디오 같았다. 게다가 사장 할머니는 오른손까지 다쳐 팔에 석고를 붙이고 식사 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나는 나대로 술독으로 지쳤고, 정직원 또한 밤새 술을 마신듯 했고, 사장 할머니 주방 할머니 모두 이곳의 시계바늘을 빨리 돌리기엔 역부족이였다.  시간이 이렇게 흘러가는 천국에서 영원히 살라고 하면 나는 기꺼히 지옥을 선택할 것 같다. 더 끔찍한 건 내일 하루 더 이곳에서 시간이 흐르는 속도를 견뎌야 한다는 사실이다.  달리 생각해보면 낼 하루만 더 참으면 되는 것이다. 서부 도서관에서는 문자가 들어왔다. 도서반납일이 되었으니 책을 돌려 달라고 했다. 하루만 더 참으면 수영씨가 나 대신 빌려 놓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 2,3권을 독파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루만 더 견디면 나는 볼을 씰룩이며 무엇인가를 게걸스럽게 먹어대는 사람들이 아니라 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거지들 틈에 섞여서 동냥질을 하다가 드디어 신들과 영혼의 세계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쥴리아 하마리의 소프라노가 신들의 영혼에 이르는 전선처럼 나를 감전 시킬 것이다. 부디 내가 견뎌야할 내일, 신이시여, 잠시 쉴 틈도 없이 손님을 보내주세요. 손님들이 모두 시동 걸리지 않는 차를 밀듯 나의 느려터진 시계 바늘을 빨리 돌아가게 해주세요.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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